차영현 展

 

진리眞理의 여정旅程

 

진리는 유령처럼 나타난다Ⅰ_30x160cm_한지, 색한지, 책_2020

 

 

진리는 유령처럼 나타난다

 

신고전주의 화가 앵그르가 고대의 아름다움을 이어받아 프랑스 화단을 휩쓸고 있을 때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는 인간의 정열과 드라마를 표현하려 했다. 색채표현에 도전한 노력은 인상주의 화가를 앞서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도 머잖아 그를 부수려는 새로운 진리와 마주선다. 사실주의작가 쿠르베를 만난것이다. 쿠르베는 “나에게 천사를 그리라고 요구하려면 천사를 보여달라.” 라고 하며 기존의 가치를 부정했다.

 

밤 사경 즈음에 바다 위로 걸어서 저희에게 오사 지나가시려고 하시매 제자들이 그의 바다위로 걸어오심을 보고 유령인가 하여 소리지르니 저희가 다 예수를 보고 놀람이라.(마가복음 6장 48절)

 

새로운 진리는 유령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날 것의 모습으로 나타날 때 이와 마주하면 죽거나 붕괴된다. 이처럼 예술작품의 진리기능은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예술적 진리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진리가 아닌것을 붕괴시키는 방식으로 새로움을 창조해 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데 있다.

 

 

 

 

2020. 8. 19(수) ▶ 2020. 9. 6(일)

Opening 2020. 8. 19(수) pm 5

인천광역시 계양구 아라로 548

 

https://band.us/band/73619319

 

 

첫 개인전을 열면서…

 

문학소년이었을 무렵 단순히 제목에 반해서 니체의 ‘짜라트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필독서목록에 포함시켰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이 책을 구입하여 읽었는데 내용이 너무 어려웠다. 공부를 위해서는 거의 다니지 않던 독서실을이용하여 한달만에 완독하게 되었지만 내용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다. 당시의 지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고등학교는 기독교재단이어서 교내에 교회가 있었고 성경수업과 정기적인 시험도 있었다. 나는 성경부장과 친했던 덕분에 목사님과의 대화가 잦았고 성경을 접하는 시간도 많았다.

 

그 시절에는 학습과 종교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편두통과 함께했다. 극심한 고통때문에 정신이 남루한 옷처럼 피폐해진 나는 끝내 자살을 결심하고 다리 위에 섰다. 교각주변으로 소용돌이가 일고 물속에서 무언가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두려움이 몰려와 참고 살아보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육체적 고통이나 죽음에 대한 생각은 이후에도 나를 떠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부처님의 생애에 관한 영화를 보았다. 석가세존도 고통과 죽음에 대한 고뇌로 왕좌를 버리고 수도승이 되어 진리를 얻고자 정진하였다. 나도 스님이 되어도(道)를 닦으며 살겠다고 마음을 먹기도 하였다.

 

철학, 종교, 도에 관한 관심이 이번 첫 개인전의 주제가 된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이번 ‘진리의 여정전’을 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자극을 준 이은재 계양아트스트리트 관장님, 이의재선생님, 그리고 책이나 영상물을 통해 만난 많은 철학과 미학, 미술관련선생님, 특히 이번전시에 가장 많은 미학적지식과 영감을 주신 라캉칼리지 백상현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내 예술활동에 적극적으로 후원과 격려를 보내준 가족들에게 감사하며 이 도록을 바친다.

 

 

존재에서 존재자로(커튼 속 내용)_50x35cm_혼합매체_2020

 

 

존재에서 존재자로

 

예술 작품이 진리를 말하는 방식은, 관객이 울림을 경험하고 그 울림을 통해 고정된 자리에서 이탈하여 주체자로서 세계를 창조하도록 하는 데 있다.

즉, 존재를 흔들어 보여지는 관객의 자리에서 진리를 볼 수 있는 진정한 세계의 주인공으로 자리하게 함에 있다.

 

 

 

진리는 빛과 같다Ⅰ_50x35cm_한지, 색한지, 색지_2020

 

 

진리는 빛과 같다

 

동굴 벽에는 동굴 밖의 세계(빛)의 그림자가 비춰지고 있는데 그 곳에 묶여 있는 수인들은 동굴벽에 비춰지는 그림자가 현실이라 착각하며 동굴에서 세월을 보낸다. 하지만 진짜 현실은 동굴 밖 넓은 세계다. (플라톤,동굴의비유)

 

진리는 빛과 같다. 빛은 직선적이지 않고 일률적이지 않고 카오스적이다. (백상현,자크라캉강해)

 

동굴 밖에는 강력한빛(진리)이 비춰와서 직접 볼 수 없다. 진리와 직접 만나면 눈이 먼다. 그래서 스크린이 필요한데, 스크린은 작고 빛은 강력하여 스크린을 빠져나가는 잔상을 남긴다. 진리는 잔상이나 그림자와 비슷하다. 우리는 스크린 위의 자국이다. 세계를 주체적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하지만 단지 고정관념 속에 갇혀 얼룩으로만 존재한다.

 

우리는 타자의 언어로 미래를 표현하고 자기라고 주장한다. 지금 삶의 지배자이고 세계를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고정관념이라는 강력한 틀 속에 갇힌 삶을 살고있는 수동적인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삶의 진리를 찾을 것인가, 수인으로 동굴 속에 머물 것인가?

 

 

 

진리의 아우라Ⅰ_50x35cm_한지, 색한지, 색지_2020

 

 

진리의 아우라

 

아우라는 종교의식에서 기원한, ‘가깝고도 먼 어떤 것의 찰나적인 현상’으로, 르네상스 이후의 예술에서는 과거의 종교적 숭배가 세속적인 미의 숭배로 대체되었으므로 여전히 아우라가 존재하며, 예술작품의 원본이 지니는 시간과 공간에서의 유일한 현존성이 필요하다.(발터벤야민)

 

그런데 고발자들은 이야기한다. 관객이 되는 것은 두가지 이유에서 좋지않다고.

첫째, 보는 것은 인식하는 것의 반대이다. 둘째, 보는 것은 행위하는 것의 반대이다. 관객은 자신의 자리에서 꼼짝 않고 수동적으로 머문다.(자끄랑시에르, 『해방된관객』)

 

동양에서는 깊은 명상에 들어가면 몸속에서 빛이 나고 더 깊은 경지에 도달하면 그 빛이 몸 밖으로 뚫고 나온다고 한다. 예술가들은 부처님이나 예수님의 모습을 본 적이 없어 국가나 시대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변형시켜 왔다. 진실된 부처님, 예수님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을 깨달은 그들이 찾아낸 방법은 아우라의 도식이었다. 중심부에서 빠져나와 주변부에 머무는 빛이야말로 진실이라는 것이다.

 

진리는 중심부에 있지 않고 중심부에서 빠져나와 주변부에서 머물며 없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날아오르다Ⅰ_25x35cm_한지, 색한지_2020

 

 

 

날아오르다Ⅲ_27x41cm_한지, 색한지_2020

 

 

날아오르다 (손바닥 소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미술 연수를 신청하여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였다. 돈이 되지 않는일에만 열을 내는 내가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일상이 되어버렸다. 어차피 제대로 이해가 되는 일은 없으니까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온종일 이어진 실기수업을 마치고 녹초가 되어 돌아와 아들과 저녁을 먹으러 가끔 가는 수타 손짜장집으로 향했다. 어릴적에는 모든 중국집이 수타였는데 지금은 좀처럼 보기 힘들어 선호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 집에 대한 아들의 호감도는 그다지 높지 않아 보였다. 밀가루 반죽을 탁탁 내리치며 면이 만들어지는 신기함을 본 추억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기야 지금은 더 신기하고 대단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하도 많고, 또한 영상매체의 발달로 유튜브만 보아도 금방 찾아 낼 수 있으니 뭔 큰 흥미가 있겠나 싶기도 하다.

허겁지겁 나온 음식을 게눈 감추듯 먹었다. 중국집 통유리를 통해 열기가 가신 오후의 잔잔함이 눈에 들어왔다.

배도 부르고해서 공원을 가볍게 산책하자고 아들에게 제안하자 흔쾌히 승낙해 주었다. ‘착한놈이다.’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아들의 입장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았으니 이 정도 호의를 베푸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산책길에 개망초 일가를 만났다. 그들에게 내 그림일기의 모델이 되어주기를 부탁하자 대낮의 더위에 지친 얼굴이었지만 흔쾌히 자세를 잡아주었다.

이따금 바람에 흔들리는 그들의 표정을 담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다.

그림에 몰두한 나의 모습이 이상한 듯 아들이 물었다. “아빠는 그림 그리는게 그렇게 좋아요?”

나는 대답했다. “너는 게임하는게 그렇게 좋아!”

다소 서먹한 듯한 얼굴을 한 아들은 다시 게임에 몰두하였고 나는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였다.

게임을 하다말고 아들이 다시 물어왔다. “아빠는 그림 그리는게 그렇게 좋아요?”

나는 똑같이 대답했다. “너는 게임하는게 그렇게 좋아!”

그와 내가 다르지 않음을 느꼈기 때문에 상처를 주지 않는 정도의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들녘 저편에서 새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기타도 여인도 없다Ⅰ_90x40cm_기타, 색한지, 텍스트북_2020

기타도 여인도 없다Ⅱ_100x55cm_기타, 색한지, 텍스트북_2020

 

 

기타도 여인도 없다

 

여기에 기타는 없는가?

그리고 여인도 없는가?

아니면 둘 다 없는 것인가?

여기에 있는 것은 당신뿐인가?

 

 

 

위대한 자연Ⅱ_50x35cm_한지, 색한지_2020

 

 

위대한 자연

 

내 속에서 불현듯 솟은 기운(內氣)이 자연의 기운(外氣)을 만나 생각(意)이 일어나 피(血)가 통하여 생긴 감정(情)으로 자연의 도(道-性情)를 표현하려 힘쓸 때 위대한 자연과 마주 할 수 있다.

 

 

 

 

 
 

차영현 | Cha, Yeong Hyeon

 

개인전 | 2020 | 제1회 개인전(계양아트스트리트)

 

2인전 | 2018 | 원명환·차영현 2인전(반디갤러리, 오동나무갤러리)

 

단체전 | 2006 | 인천광역시 문화시민 구축을 위한 문화미술작품집(한·중문화관) | 인천미술한마당축제(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 원묵회 일본초대전(모치코갤러리) | 2007 | 원묵회전(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 2008 | 한·중국제미술교류전(가온갤러리) | 한국화 대제전(인천수봉문화회관) | 원묵회전(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 2009 | 환경미술깃발축제(인천환경공단 학익사업소 내 하늘공원) | 인천세계도시미술국제교류대축전(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 계양구미술협회 회원전(계양문화회관) | 원묵회전(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 2010 | 인천미술 지평의 확산과 동행전 | 계양구미술협회 회원전(계양문화회관) | 원묵회전(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 2011 | 계양미협·태국부라파교류전(부라파대학예술회관) | 계양아트갤러리 개관기념전(계양아트갤러리) | 문화예술발전기금 마련전(계양아트갤러리) | 원묵회전(연정갤러리, 계양아트갤러리) | 계양구미술협회 회원전(계양아트갤러리) | 2012 | 한국-계양·중국-청도 국제미술교류전(계양아트갤러리, 청도미술관) | 계양구미술협회 회원전(계양아트갤러리) | 원묵회전(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 2013 | 인천광역시중등미술교원 작품전(인천학생문화회관 가온갤러리) | 미술전공자격연수졸업전(공주대학교 백제교육문화관) | 계양구미술협회 회원전(계양아트갤러리) | 한국화 대제전(인천수봉문화회관) | 인천미술한마당축제(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 2014 | 계양구미술협회 회원전(계양아트갤러리) | 묵의 형상전(인사동 갤러리이즈) | 2015 | 인천광역시중등미술교원 작품전(인천학생문화회관 가온갤러리) | 계양구미술협회 회원전(계양아트갤러리) | 2016 | 인천광역시중등미술교원 작품전(인천학생문화회관 가온갤러리) | 계양구미술협회 회원전(계양아트갤러리) | 인천미술한마당축제(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 제주풍광전(제주문화예술회관) | 원묵회전(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 한국화 대제전(인천수봉문화회관) | 2017 | 인천한마당 백범미술제(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 계양구미술협회 회원전(계양아트갤러리) | 정유년 신년 출품전(계양아트갤러리) | 아르떼뽄떼전(인천학생문화회관 가온갤러리) | 2018 | 계양구미술협회 회원전(계양아트갤러리) | 추자도 기행전-사유(추자도참조기축제 행사장 전시관) | 아르떼뽄떼전(인천학생문화회관 가온갤러리) | 인천광역시중등미술교원 작품전(인천학생문화회관 가온갤러리) | 2019 | 기해년 신년 출품전(계양아트갤러리) | 계양구미술협회 회원전(계양아트갤러리)  | 원묵회전(인천학생문화회관 가온갤러리) | 아르떼뽄떼전(인천학생문화회관 가온갤러리) | 인천광역시중등미술교원 작품전(인천학생문화회관 가온갤러리) | 미인전(계양아트스트리트) | 계양아트스트리트 개관전(계양아트스트리트) | 아라천에 바람이 분다전(계양아트스트리트)

 

수상 | 2007 | 이규보 선생 서화예술대전 우수상 외 다수 | 2008 | 인천광역시미술대전 특선 외 다수 | 2011 | 계양서화예술대전 최우수상 | 2019 | 인천광역시미술대전 특별상

 

기타경력 | 원묵회 회장 | 계양구미술협회 한국화분과위원장 | 계양구미술협회 감사 | 계양서화미술대전 운영위원·심사워원

 

현재 | 아르떼뽄떼 회장 | 인천광역시 초대작가 | 계양미술대전 초대작가 | 한국미술협회 회원 | 인천미술협회 회원 | 원묵회 회원 | 계양구미술협회 회원 | 계양아트스트리트 운영위원 | 계산여고 미술교사

 

E-mail | um10mon@ic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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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00819-차영현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