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비 展

 

똥애기 똥크림

 

똥뼝_oil on canvas_162x130cm_2015

 

 

예술공간 봄

 

2020. 7. 2(목) ▶ 2020. 7. 9(목)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 76-1 | T.031-246-4519

 

www.artspacebom.com

 

 

개불_oil on canvas_120x111cm_2019

 

 

어릴 때 언니가 소풍가서 사다준 곰인형이 있었는데 인형을 계속 껴안고 잤다.
밥먹을 때도 티비 볼때도 내 옆에 있었다. 너무 좋아서 안 빨았다. 냄새가 났다.
엄마가 버리라고 했다. 인형털 때냄새가 났는데 그 냄새가 좋았다. 빨지 않은 배게 냄새 같았다.
이후로 엄마는 인형을 버렸다.곰인형이 사라지도 도깨비인형이 나타났다. 언니가 생일선물로 받은 인형인데 예뻐서 내가 갖고 놀았다. 두번째 곰인형이 되었다. 물고 빨고 또 강아지 발냄새가 났다.너무 껴안고 놀아서 눈이 찌그러지고 털이 뭉쳤다. 내가 잡은 부위랑 손대는 위치만 털이 찌그러지고 검게 변했다. 도깨비가 좋아서 또 안빨고 갖고 놀았는데 엄마가 또 버렸다.
꼬순내 인형이 없는 공백기가 십 몇년 흘렀다.
스무살 때 주먹 만한 병아리 인형을 언니가 편의점서 사왔다.제 3의 곰인형이 되었다.
또 안 빨고 갖구 다녔다.같이 상해에서 살았다. 한국에 왔는데 내가 자는 사이 엄마가 또 버렸다.
그렇게 또 몇십년간 인형이 없는 공백기.
그러다가 병아리인형을 친구가 사줬다. 제4의 곰인형이 되었다.
하루 더러워져서 똥냄새 난다고 엄마가 똥처럼 더러운 병아리라고 똥뼝아리 라고 부름.
더럽고 꼬질꼬질 한 똥뼝.
진한 꼬순내가 나는 너의 이마 위.
나는 하루일과를 꼬순내가 나는 너의 이마 위 냄새를 맡으며 위안을 받곤 하지.
이것은 꼬순내 중독자 네이버 발췌함.
나는 숨기고 싶었네.
나만의 똥뼝이 창피했네.
나는 숨기고 싶었네.
근데 몇 년 사이 꼬순내 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네.
아. 나 같은 동지들이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심을 하게 되었다.
구수한 개발냄새를 고소하고 귀엽게 인정하는 동지들이 있다는 사실에 안심을 하게 되었네.
나는 숨기고 싶었네.
똥뼝이는 내 자신 같아서.
대중에게 밝히기는 창피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소중한 진한 꼬순내가 나는
더러워진 네가 내 자신 같았네.
나에게 그동안 희생당한 제1.제2.제3,제4의 인형들이여.
나는 청결과 동떨어진 때 속 에서 아름다운 체취와 향을 찾아냈다.
하지만 대대수의 자신들은 그 냄새를 부정적으로 지적한다.
어쩌면 빈곤과 위태로움. 안정되지 못한, 당당하지 못해서 비밀을 만들고 싶은.
초라한 재현이다.
나의 비밀과 가난이 폭로될까봐 숨기고 깨끗하고 뽀얀 필터를 이용해 나 자신과 인형들을 가렸다. 혹은 내 스스로를 숨겼다. 잠재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으며 현실에선 진짜를 가리고
고쳐나갔다. 실체를 부정하기까지 한다.
냄새와 취향. 촉감 등을 다른 사람 보다 우월한 기준에 맞춰나갔고 가렸다.
시각적으로 보여 지는 모든 이미지를 자신의 잣대에 맞춰 옳다. 그르다 라고
모든 사람들이 논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움.
깨끗함이 누군가에게는 위협, 음모가 될 수 도 있다.
나는 똥뼝을 계속 재생산 하는 과정들이
1.맨드라미-꽃을 그렸지만 꽃답지 않다 라는 추측.
2.명란젓과 개불, 혓바닥-밥반찬이지만 하나의 생명체, 또는 인간에게는 음식이지만 혓바닥, 성기, 살점 같이 보이는 관점.
3.더러운 인형-깨끗한 물건이 규범화된 인간들의 인식 속 에서 파생된 또 다른 효과이자
척도.
대중들의 시야에서 각인된 이미지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이미지에서 출발한 모든 인식을 주체화가 되는 과정을 지난 후
개념들의 형이상학적인, 혹은 물질적인 지배를 받은 것 의 이전의 위치.
원초로 돌아가 보기도 했다.
내가 꿈꾸는 아름다움은 대중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에 모순되고 어울릴 수 없다.

 

 

맨드라미_oil on canvas_120x50cm_2015

 

 

서울약령시_watercolor on paper_25x25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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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00702-이한비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