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은 展

 

夢幻 - 길고 뜨거운 사랑의 노래

 

 

 

갤러리도스 본관

 

2020. 6. 10(수) ▶ 2020. 6. 16(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 T.02-737-4678

 

www.gallerydos.com

 

 

생경한 포근함


갤러리도스 큐레이터 김치현


이상한 꿈을 꾼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긴 밤이 지나면 어깨에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하루를 나른하게 만드는 무의식은 단 몇 시간만으로 배에 달하는 시간동안 의식의 세계에 영향을 끼치려 한다. 눈꺼풀 안쪽의 얇고 어두운 표면에 보이는 광경은 내심 갈망하던 바람의 뒤틀린 그림자이거나 두려워서 애써 떨쳐내고 싶어 했던 상상과 사건의 투영일 수도 있다. 깨어나서도 계속해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이러니 하게도 자신의 몸과 마음 밖으로 오롯이 재현하고 설명하기에는 희미하고 모호하지만 그 순간부터 짧지 않은 시간동안 또렷하게 떠오를 만큼 구체적이다. 기억 속에서 안개너머의 불빛처럼 찰나의 형상을 드러내는 광경은 악몽이 아니지만 유쾌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보기를 바라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권지은은 몽환의 장소에서 보여 지는 이미지들을 수동적으로 바라보거나 받아들임으로 그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형상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자 한다. 자신이 바라는 대상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면 화면에 보이는 이미지는 뚜렷하고 사실적인 형상을 갖추게 되지만 대상을 생생히 재연하기 위해 집중할수록 그 노력과 에너지가 자아내는 활기로 인해 몽환의 세계는 흐려지고 꿈에서 깨어나게 된다. 자세히 보기위해 다가갈수록 저 너머의 존재는 형상을 잃어갈 수 있기에 그 만질 수 없는 순간은 상당히 많은 체력과 절묘한 호흡을 필요로 한다. 작품속의 공간은 부드럽고 푹신하게 보이는 물체들로 둘러싸이거나 채워져 있다. 실제로 존재 하지 않지만 현실에 있는 사물들의 특성이 반영되어 있기에 질감이나 무게, 온도와 같은 공감각적 정보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며 몰입을 유도한다. 강박적으로 반복된 얼룩과 줄무늬는 이질적으로 포근해 보이는 형상들과 함께 묘한 긴장감과 안정감을 불러일으킨다. 자극적이지 않고 차분한 색감은 그 색의 종류와 관계없이 느껴지는 습기를 머금은 듯 부드럽게 보이며 여려 겹의 형상이 켜켜이 쌓이고 주름지게 반복됨으로 신체의 내부나 이불속처럼 다가온다. 익숙하게 예상할 수 있는 감각과 작품 전체를 채우고 있는 개인적인 감상이 빚어낸 기괴함이 어우러져 심란함과 포근함을 동시에 자아낸다. 화면 중앙에 등장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은 몽환적이고 논리적으로 그려지지 않은 화면에 구멍을 내듯 구체적이고 선명히 그려져서 몽환의 세계에 이질감을 더한다. 아이로 대표된 이미지는 작가가 바라고 기다리는 사랑의 대상이거나 인간의 의지로 정하지 못하는 필연적 사건이나 갈망하는 어느 순간 혹은 신념이기도 하다. 달의 얼룩처럼 빛바랜 채 새겨진 문구들은 확신에 찬 내용으로 밤하늘의 저 빛처럼 오래전부터 분명히 존재했던 이야기이지만 꿈에 대한 기억이 그러하듯 자세히 보려 해도 알 수 없는 거리의 희미함을 더해갈 뿐이다.
명확하고 이해타산적인 결과에 신속하게 도달함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오늘. 권지은의 작품에는 눈을 감아야 느리게 보이는 세계가 담겨있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몽환의 세계는 논리와 효율의 이름아래 지금까지 축소된 무수한 과정들과 함께 사그라진 온기와 흐린 빛에 대한 기억이자 자신에 대한 치료이기도 하다. 작품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감상에서 비롯된 이야기로 채워져 있지만 그 내용은 마냥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의식의 세상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사소하고 짧은 보통의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관객들은 어렵지 않게 들여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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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00610-권지은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