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애 展

 

 

 

갤러리이즈

 

2020. 4. 22(수) ▶ 2020. 4. 28(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52-1 | T.02-736-6669

 

www.galleryis.com

 

 

 

 

묵상의 긴 여정

 

김순애 작가의 작품에는 , <가족>, <친구>, <슬픔>과 같은 주제들도 있지만 조용한 내면의 변화를 보여주는 묵상이 주조(主調)를 이루고 있다. 무엇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삶인가에 대한 성찰이 여러 종류의 <묵상하는 사람>들로 표현되고 있다. 이들은 깊이 고개를 숙이고 참회하듯이 내면의 성숙을 지향한다.

 

작가는 이에 대해 “깊이 묵상하는 사람들이 좋다. 그 묵상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눈빛과 표현되는 사랑이 좋다. 이것은 주변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세상은 아름답지만 낡아지고 부패하며 사라진다. 세상의 어두움에 묻히지 않고 부단히 거스른다. 때론 넘어져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깊은 침묵, 슬픔 가운데 통렬한 뉘우침을 경험함으로 진실과 평화가 내 안에 자리한다”라고 고백한다.

 

슬픔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으로는 <울고 있는 신부>나 <베드로의 통곡, 나의 통곡>을 들 수 있는데 여기서 신부는 그리스도의 신부로 우리 그리스도인을 말하는 것이다. 약간 불룩한 배는 죄를 잉태한 모습이나 그다지 강조되어 있지는 않다. 2013년作인 이 작품은 온몸으로 울고 있는 모습에서 그녀의 고통과 상실이 얼마나 깊고 컸었는지를 웅변하고 있다. 베드로도 양팔을 감싸며 울고 있는데 이는 베드로 자신에 대한 회한도 있지만 이에서 더 나아가 생명에 대한 희망도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이 신선하게 또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재료나 기법이 이전의 조각 작품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흙이나 돌 또는 청동으로 표현되던 것과 달리 작가는 아주 현대적인 섬유강화플라스틱인 FRP 에다 자동차 도장(塗裝)인 우레탄도장 기법을 쓰기 때문이다. 작가가 조각과 출신이 아니고 응용미술과에서 공업디자인을 전공하였기에 친숙한 기법을 썼다고도 할 수 있으나 그 보다는 새로운 효과를 찾아 도전적인 시도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제프 쿤스의 작품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는 이 매끄러운 표면과 광택이 있는 질감은 이러한 질감에 익숙한 현대인에 새로운 미감을 선보이고 있다.

 

이 우레탄 도장기법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삐에로>는 작가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빨간 코와 까만 코로만 상징되는 삐에로는 한 가지 색만으로 처리하지 않고 세 가지의 다른 색조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 고상한 색조와 색들 간의 매끄러운 처리는 일품이다. 삐에로의 간단한 동작을 통하여 사회의 부조리나 모순에 대한 풍자를 드러내는 이 작품은 마치 조르주 루오의 어둡고 강렬한 삐에로 그림들이 조각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듯한 느낌을 준다.

 

작가는 인물의 상체를 사용하여 작품을 하며 다양한 질감과 서로 다른 색채를 이용하여 변화를 꾀한다. 상반신을 주로 표현하는 것은 인체를 보다 단순화하여 이미지화된 형태정신의 본질과 본연에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라고 한다. 작가는 이렇게 다듬어진 작품을 통해 인간의 깊고 근원적인 갈망을 드러내며 보는 이로 하여금 주변 소음을 멀리하고 내면을 통찰하도록 깊은 침묵으로 인도한다. 그것이 작가에게는 절대자를 추구하는 갈망이지만 관람자들은 침묵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많은 소리가 난무하는 소란한 이 시대에 침묵으로 이끄는 작품 앞에서 관람자들은 또 어떤 묵상과 통찰을 하게 될지 기대해 본다.

 

한정희 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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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00422-김순애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