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애 展

 

Night shade

 

 

 

챕터투

 

2020. 4. 17(금) ▶ 2020. 5. 30(토)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27길 54 | T.070-4895-1031

 

https://chapterii.org

 

 

작가노트

 

(탁본 드로잉 시리즈에 관하여) ‘Night shade’ 2020 개인전 신작

 

우연과 필연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미지의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회화적 실험에 의미를 두었다. 화면에 그려진 이미지들이 본래 그렇게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일에 대하여, 어떻게 그것들이 화면에서 만들어지고 그 들이 회화적 의미를 갖는 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했다.

종이를 작업실 벽면에 대고 흑연으로 탁본을 한다. 탁본한 종이들을 불특정하게 이어 붙여 확장한다. 벽 표면 자국들로 의미 없이 채워진 흑연의 자유분방한 흔적들은 종이 위에서 하나의 화면이 되고, 나는 그 흔적들 안에서 형상들을 연상해 내고 그 형상들의 궤적을 이어 드로잉을 한다. 탁본 된 종이는 그 자체로서의 회화적 의미는 상실한 채 우연히 맺혀진 표면의 자국들로, 내가 형상을 발견하게 하는 장으로 기능한다. 그 흔적들은 연상되는 유사한 대상으로 구체화 되거나 이미지화된다. 이렇게 탁본 된 종이에서 형상들을 찾아 그려내는 것은 화면에 이미지의 존재성이 부여되는 과정이 된다.

이미지는 어느 순간 스스로 제 모양과 존재를 불려 나가며, 마치 나는 그것들을 화면에서 찾아내는 발견자처럼 수행하고 싶었다. 나와 화면 사이에 주도권을 두고 이미지와 조우하며, 결국 그 지점이 완성의 지점이 되도록 진행했다. 이미지들이 무엇인지 상관하지 않았고, 상관없음 그 자체를 매력으로 삼았다. 하지만 화면에 우연히 나타난 흔적들을 단서 삼아 원래 그곳에 있기로 되어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미지를 찾아내는 발견자로서의, 나는 어쩌면 그 무엇 너머 무언가를 절실하게 찾는 마음, 그 마음을 그린 것 인지 모른다.

이렇게 발견한 형상들로 완성된 드로잉들을 집대성하여, 그 이미지들 간의 모종의 관계를 설정하고, 부분이 전체의 모습을 연상하게 만드는 연출을 위해 빛의 신비한 분위기를 더해 영상작업으로 완성했다. 영상작업의 맥락 또한, 유사한 형상이나 기운을 조우시키게 하는 흐름으로써, 빛, 물, 수평적인 존재, 수직적인 존재 등으로 형상적인 테마를 두어 흐름을 구성했다. 마치 처음 보는 깊은 동굴에서 발견한 거대한 동굴 벽화를 관찰하는 것처럼, 내가 알고 있는 세계를 초월하는 다른 환상의 세계를 발견하고 그들의 세계를 발견하고 조우하는 순간의 분위기나 기운을 표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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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00417-이승애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