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애 展

 

Fine Dust

 

 

 

사진위주 류가헌

 

2020. 3. 24(화) ▶ 2020. 3. 29(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 106-4 | T.02-720-2010

 

https://blog.naver.com/noongamgo

 

 

 

 

< Fine Dust(미세먼지) >

 

인간은 자연을 투쟁의 도구이자 굴복시켜야 할 대상으로 인식한다

인간이 이 지구를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대하는 대신

지구에 순응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면

우리의 생존 가능성은 조금 높아질 것이다.

-E. B. 화이트

 

2015년 겨울 한강변을 지나다가 짙은 먼지로 덮인 강변 풍경을 보고 작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몽환적인 안개의 모습을 하고 숨어 있었지만 숨을 쉴 때마다 공중에 먼지로 날아다니는 산업 폐기물들이다. 이것들은 걸러지지 않고 인체에 축적되어 건강을 위협한다. 인간은 편리하고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면서 자연을 파괴하고 더럽힌다. 그리고 그 더러워진 자연을 또 소비하며 살아간다. 생수를 사서 마시고 공기청정기를 집안에 들여도 자연을 훼손한 대가를 피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인간 역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굴복시키며 신(神)인 양 우쭐대도 결국 인간은 먹이 사슬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런데도 어리석은 인간들은 물질을 과잉 소비하고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다른 종들을 멸하게 할 뿐 아니라 스스로 멸종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시리즈는 산업 환경에 의한 지구생태계와 지형의 변화를 밀도있게 다룬 사진작가 에드워드 버틴스키나 크리스 조던과 같은 작업 연장선에 있다. 다만 작업 대상과 지역의 차이는 있지만 지구가 처한 환경변화에 대한 위기감을 확산하고 이에 대한 공감과 행동변화를 촉구한다는 점에서 생각을 공유한다. E. B. 화이트의 말처럼 인간이 지구에 순응하고 감사하게 생각하여 우리의 생존가능성을 높이길 바란다.

이번에 발표되는 작품들은 두 개의 사진을 레이어한 사진들이다. 미세먼지가 거의 없는 맑은 날과 미세먼지가 심하게 덮인 날을 선택하여 같은 장소에서 같은 포맷으로 촬영했다. 그리고 두 사진을 겹쳐 맑은 날을 일부 보여주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런 방식이 사진적 문법을 벗어난 듯 보이지만 나의 의도를 드러내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선택된 장소들은 명승지로 알려져 있거나 랜드마크가 있는 곳들이다. 즉 사람들의 기억 속에 매우 익숙하게 아름답게 인지된 곳들이다. 이곳이 어떻게 미세먼지로 점령당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이 작업에서 보여준 사진적 행위는 산업 시대의 인덱스를 남기려는 시도이며, 예술의 효용성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영국이 1952년에 12,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Great smog로 대기청정법을 만들어 강력한 정책을 시행하여 대기오염에서 벗어났듯이 우리나라도 현재의 대기오염이 과거의 일이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나의 작업이 이 시대의 지표이자 흔적으로서 남길 바란다.

한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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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00324-한기애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