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뒷맛 展

 

사박, 송승은, 정주원

 

 

 

아트스페이스휴

 

2020. 3. 13(금) ▶ 2020. 4. 9(목)

경기도 파주시 광안사길 111, 301호 | T.031-955-1595

 

www.artspacehue.com

 

 

사박作_그늘진 얼굴_acrylic on canvas_72.7x90.9cm_2020

 

 

2020년 첫 번째 기획전 <행복의 뒷맛>은 회화의 새로운 경향을 모색하기 위한 지속적인 리서치를 기반으로 기획되었다.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문제를 영민하게 다루는 전략적인 작업들 사이에서 사박 송승은 정주원의 회화는 그와는 조금 다른 결을 보인다.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를 고민하기 이전에 그린다는 행위 자체의 의미를 먼저 진지하게 살핀다. 왜 그림을 그리느냐는 상투적인 질문에 ‘그리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모르겠다’는 우문현답과 같은 말이 돌아온다.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일,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리지 않으면 살 수가 없기 때문에 그린다는 말처럼 적절한 작가의 변명은 또 없을 듯하다.

사박은 일상에서 수집한 사소한 이미지를 모호한 풍경으로 그려낸다. 짧은 콘텐츠에서 쉽게 생산되고 소비되는 수많은 이미지들, 반복되는 매일의 어느 한편에서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 대상을 향한 연민이자 그가 머물렀던 공허한 시간을 향한 애도의 행위이다. 송승은의 작업은 개인적 경험과 기억의 공백에서 피어나는 의구심과 상상이 더해지는 과정에서 생산된 양가적 이미지다. 동화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독의 음모와 다이닝 테이블 위를 오가는 의심과 경계의 뉘앙스가 ‘무섭지만 귀여운’ 이미지로 소환된다. 정주원은 <엄마, 미술해서 미안해> 라는 인상적인 전시 제목을 통해 회화 작가로서 지속가능한 삶의 형태를 고민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또 다시 ‘무엇을 그려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유령과 별의 이미지로 그려낸다. 높은 곳에서 빛나는 별은 누구나 볼 수 있고, 유령은 보이지 않으며 간혹 누군가에게만 특별하게 목격되는 존재이다. 작가는 유령과 별 사이 어느 지점에 있는 작가로서의 입장을 고민한다. 작가로 살아가는 것이 먼 발치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를 등지고 짐짓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삶처럼 현실적인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치열한 삶도 없을 것이다. 헤르멘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싱클레어가 묘사한 ‘행복의 뒷맛’처럼 질서와 안전이 보장된 안락한 세계와 슬픔과 폭력이 만연한 불안한 세계는 고작 문 하나를 두고 한 발치 간격에 있다.

 

 

사박作_목장갑_acrylic on canvas_30x30cm_2019

 

 

송승은作_프린스_Oil on canvas_34.8x27.3cm_2019

 

 

송승은作_Girl_Oil on canvas_53x45.5cm_2020

 

 

정주원作_두 유령_Oil on canvas_53x45cm_2020

 

 

정주원作_안녕, 유령_Oil on canvas_116.8x91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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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00313-행복의 뒷맛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