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展

 

 

 

 

갤러리이즈

 

2020. 2. 19(수) ▶ 2020. 2. 25(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52-1 | T.02-736-6669

 

www.galleryis.com

 

 

 

 

범람하는 도시(The city deluge)

 

어마어마한 수량이 강 바닥을 긁으면서 떨어질 곳을 향해 돌진하는 장관을 목격한적 있다. 바닥에서부터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지진과 같은 떨림, 얼굴에 뿌려진 시원한 물 입자의 느낌, 하얀 포말의 속도감, 침강하는 묵직한 소리까지 이 모든 것들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무게감이었다. 자연의 위대함을 넘어서 공황과 같은 무기력감 마저 느껴지는 풍경이었다.

본인은 범람하는 물처럼 침강, 침몰하는 풍경을 일상 속에서도 이따금 느낀다. 지하철 환승하는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있는 계단, 꾸역꾸역 뱉어내듯 쏟아져 나오는 금요일 저녁 홍대입구 8번 출구, 출퇴근 시간 꽉 막힌 한강 대로변의 자동차 불빛, 공항 근처 전투기의 찢어 질듯 한 소음,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공기 속 어딘가 산재해 있을 것 같은 불안감에서. 도시 속 사람을 포함한 인공물 혹은 기운들의 움직임은 마치 바닥을 긁고 흘러가는 폭포수처럼 거대하고 무거운 덩어리가 된다.

작품 속에는 큰 물줄기들이 건물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바닥을 쓸어 내린다. 집어 삼킬 듯 파도가 넘실거린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홍수가 한바탕 훑고 지나가는 중이다. 큰 물길과 작은 소용돌이들은 이리저리 부딪쳐 갈 길을 잃고 혼란하다. 하지만 물길 속 혹은 물길을 둘러싼 황금빛 건물들은 혼란한 틈으로 범람을 관조하고 있다. 강박적으로 반복되는 창문들은 발 디딜 곳 없음의 무력감을 극복해내려는 일말의 노력이다. 또한 작고 좁은 창문들의 반복은 숨어서 관망하는 수많은 시선이다. 범람하는 도시는 불안과 무력감의 징후이자 동시에 극복하고자 하는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의 공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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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00219-김지영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