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윤옥 展

 

ARS LONGA VITA BREVIS

 

 

 

갤러리도스 본관

 

2020. 2. 5(수) ▶ 2020. 2. 11(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 T.02-737-4678

 

www.gallerydos.com

 

 

Ars longa Vita brevis 2-I_162.2x130.3cm_oil on canvas_2019

 

 

파편에 서린 빛

 

시대가 지나도 변치 않는 가치가 있다. 미에 대한 열망과 탐구가 그러하다. 인간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외형에서 그치지 않는다. 결과물뿐만 아니라 행위와 동기 그 자체에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이 행하는 미적 추구는 홀로 우두커니 존재하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확산되고 산란한다. 이에 영향을 받은 타인으로 하여금 행위의 동기가 되는 동시에 그로부터 비롯된 또 다른 예측 불허한 결과를 생성한다. 심윤옥은 이러한 예술의 특성을 보석이라는 사물에 대입하고 그 자체로도 빛을 발하며 주변 사물의 표면에 반사되어 영향을 끼치는 아우라를 이야기한다.

작가가 선택한 보석의 아름다움이란 단순히 외적인 화려함이 아니다. 보석에는 세공되기 전 원석이 지니고 있는 잠재력과 지구의 바위 속에서 축적된 입자들의 미묘한 차이에서 비롯된 변화들이 품고 있는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 이는 마치 오랜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인간이 빚어내고 있는 예술이 장르를 막론하고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질료의 조합과 결과를 떠오르게 한다. 보석은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에서 막연하게 떠올리는 환경변화에 대한 민감함이나 연약함을 무색케 할 만큼 견고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지구의 살 아래 품어져 뜨거운 체온을 받아 태어났기에 그 표면을 깎아내고 잘라내기 위해서는 그 태생을 닮은 압력과 열이 필요하다. 예술의 강인함은 앞서 이야기한 보석이 지닌 경도처럼 역사적으로 반복된 수많은 권력의 압제를 견뎌내며 끈질기고 굴하지 않는 자유의지로 거듭해서 연마되었다. 그 어떤 진영의 무력과 독재자도 박멸할 수 없었던 예술은 흥미롭게도 그 다음 세대의 예술에게 부정당하고 비판받으며 변화를 이룩했다.

심윤옥은 복제 가능한 기술이 넘쳐나며 가볍게 소비되는 동시대의 이미지 순환을 경계하며 빠르고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디지털 방식이 아닌 회화를 택했다. 아름다움의 상징이라고 일컬어지는 비너스 조각상의 깨어진 틈사이로 흘러나온 듯 쌓인 보석에서 반사된 빛은 조각의 안쪽 면이라는 우리에게 다소 낮선 부분을 타고 흐른다. 석고 조각상은 미술교육의 효율성이라는 명목으로 원작 그대로의 모습이 생략당하고 두상이 주로 보급되었다. 이마저 시대의 변화로 인해 비주류가 되자 석고상을 복제 생산하는 틀마저 요철이 무뎌진 그대로 생산되고 있다. 최근에 생산된 제품일수록 굴곡이 두루뭉술하고 원래 모습과 거리가 먼 상태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그렇게 생략되고 흐려진 조각상을 미의 여신 비너스라고 부른다. 이러한 동시대의 효율에는 사치품에 대한 복제와 원본에 대한 모순적 갈망이 공존한다. 인간이 밝힌 빛과 그로인해 생긴 그림자가 담겨있기에 작가가 그려낸 보석과 부셔진 비너스의 파편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화면에 그려진 수많은 보석들은 견고하고 순수하게 여겨졌으나 깨어져버린 석고의 표면을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이 조명한다. 이는 물리적 공간뿐만 아니라 손바닥 위에서 가볍고 빠르게 소모되는 동시대 기술이 만들어낸 이미지와 달리 인간의 예술행위를 통한 진리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영원성을 드러낸다. 보석과 조각상이라는 고전을 통해 심윤옥은 오늘날의 관객에게 시간을 초월하는 진리의 영원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갤러리도스 큐레이터 김치현

 

 

Ars longa Vita brevis XI_112.1x112.1cm_oil on canvas_2019

 

 

Ars longa Vita brevis Ⅹ_130.3x97cm_oil on canvas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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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00205-심윤옥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