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홍 展

 

밤을 위한 이야기들 Words for Night

 

Untitled 무제_30x24inches(76.2x60.9cm)_Oil on canvas_2018

 

 

갤러리 담

 

2019. 10. 22(화) ▶ 2019. 10. 31(목)

서울특별시 종로구 윤보선길 72 | T.02-738-2745

 

www.gallerydam.com

 

 

Brook 시내_36x36inches(91.4x91.4cm)_Oil on canvas_2018

 

 

꽃이나 나무 등 구상적 소재를 자주 그렸던 시절은 아마도 화실에서 미대입시 준비하던 시절일 것이다. 화실 한구석에 마련된 낮은 책상 위에 흰색 보자기를 깔고 앉은 화병과 국화꽃, 콜라병, 벽돌, 그리고 신발 등이 내 생애 최초의 본격적 그림소재였다. 똑같은 수채화를 반복적으로 그려가며 예술세계에 입문하려고 기를 쓰던 검정교복의 빡빡머리 고교생. 이러 저런 삶의 흐름을 따라 80년대 뉴욕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마치고 미국에 정착하여 작가라고 작업을 해온 지가 어느덧 35년이 흘렀다. 자유롭고 분방한 대륙적 스케일의 미국 현대추상미술에 매료되어 학창시절이래 주로 추상을 추구하며 작업을 해왔다.

청년기에 미국으로 떠난 이후 한국전통문화의 선인들이 남겨놓은 그림과 조각, 도자기, 건축물 등 미술품과 문화재들을 눈 여겨 보지를 못하였다. 더구나 부끄럽게도 한국미술사에 대해서는 상식이상의 지식을 갖추고 있지 못하였다. 2014년부터 갤러리 담에서 세 차례의 개인전을 치르며 국내출입이 잦았고 그 덕에 우리 옛 그림들도 접할 기회를 가질 수가 있었다. 겸재의 진경산수, 신윤복과 김홍도의 풍속화, 이름없는 이들의 민화, 여인들의 노리개 그리고 사찰미술은 감탄을 자아내는 미술품의 보물창고와 같았다. 특히 겸재의 질량감 넘치고 당당한(Majestic) 인왕제색과 신윤복의 농염한 춘화, 전통사찰의 꽃문과 불단장엄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서양미술을 40여년 공부하다 보니 한국전통미술을 감상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어쩌면 내 자신의 문화적 DNA에 소위 한국적 전통인자가 여전히 잠재하고 있고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는지 모른다. 오늘의 대다수 한국인들도 잘 찾아보지 않는 선인들의 미술문화유산에 왜 그리 열광하는지 스스로도 모르겠다.

이번 네 번째 담의 개인전에는 작년과 올해 제작한 작품들 중 꽃이나 식물, 풍경과 관련된 소재만 선정하여 12점을 내놓았다. 유사소재들을 완전히 추상적으로 처리한 작품부터 재현적 이미지가 명료한 구상적 작품, 그리고 반추상적인 작품들을 한데 갈무리하여 내놓았다. 단, 회화적 기법은 추상을 하며 터득한 유화안료 고유의 특성을 작품마다 각자 다르게 드러내 보려 하였다. 안료의 농담과 밀도, 질감이 다르게 구사되었고 형태의 묘사와 구성도 다양한 선을 사용하여 구축하고자 했다. 근년 들어 생긴 원색을 선호하는 변화가 그대로 이번 작품들에도 반영되었고, 선조들이 향유하던 선명하고 강렬하며 때론 유혹적이며 농염하기도 한 색상들을 탐미적으로 사용하였다. 이번 전시작품들에 실린 정서나 심리적 지향점은 고상하거나 교육적인 경지와는 거리가 멀다. 자극적이고 감상적이며 선정적인 정서도 기꺼이 화폭 위에 실었다. 우리가 지닌 각양각색의 감정과 정서는 모두가 "인간적임"이라는 테두리 안의 산물이기 때문에 선별해야 할 이유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이들 작품들을 그리느라 한 해를 재미있게 살았다. 졸작이나마 전시장을 찾아와 관람해주실 분들께 미리 깊은 감사들 드린다.

"즐감하시길 빕니다!"

 

 

 

Maple Leaves 단풍잎_24x20inches(60.9x50.8cm)_Oil on canvas_2018

 

 

Two Trees 두 나무_30x24inches(76.2x60.9cm)_Oil on canvas_2018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191022-이윤홍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