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수 展

 

자스타브카 & 스타니체

 

 

 

위켄드

 

2019. 8. 4(일) ▶ 2019. 8. 25(일)

서울시 영등포구 경인로 823-2

 

www.weekend-seoul.com

 

 

무대와 배경, 천장과 바닥, 벽과 기둥, 주름과 껍질, 피부와 비늘과 털. 어떤 단어들로 임정수의 작업을 엮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 임정수는 보거나 들을 수 있는 것들, 만질 수 있는 것들의 너머를 상상하지 않는다. 감각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 어느 것도 의미를 확보할 수 없다. 이 문장을 조금만 뒤틀면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표면이 감각될 수 있다면 그것은 의미를 확보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따라서 임정수에게 표면은 주체와 세계가 마주하는 가장 첫 번째 장소이며, 기의의 발생을 가능하게 하는 임시적인 무대이다.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자스타브카’와 ‘스타니체’는 그러한 무대이면서도 동시에 표면인 것들이다.
임정수는 표면과 그 질감을 탐구하는 설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선물 포장지와 공업용 종이, 제각각의 색과 무늬를 가진 천들이 벽에 붙여지거나, 선에 걸려지거나, 바닥에 널려지거나, 자기들끼리 끌어안아 새로운 오브제를 구성하는 식이다. 이러한 오브제들은 일반적으로 사물의 너머나 내부를 상상하는 관객의 형이상학적 욕망과 반목한다. 그런 것들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표면에 압축되거나 박제된 상태만을 기반으로 한다. 임정수는 이 부재를 질감에 대한 관심으로 대체한다. 이런 관심은 기존 작업에 비해 조금 더 유동적인 형태를 지닌 최근 작업에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퍼포먼스나 영상 매체의 사용 또한 존재는 물질 너머나 관념적 내부가 아니라 표면에 존재한다는 명제를 돕는다. 움직임에 참가하는 신체는 다른 사물들과 동일한 하나의 오브제로 다루어지며 인격이 부재하는 듯한 퍼포머들의 움직임은 신체와 그 움직임이라는 얇은 기표를 기반으로 한 현상학적 차원에서만 기의를 획득한다.
그 변화를 보여주듯 이 전시 《자스타브카 & 스타니체》에는 대략 십여 개의 무대에 배치된 오브제들과 함께 직접적인 신체 이미지가 등장한다. (이 이미지들은 인쇄되어 전시된다. 사실 사진만큼 대상의 감각 가능한 부분만을 잘라내어 그 표면을 전시하는 매체는 또 없을 것이다.)신체에서 연장된 불규칙한 형태, 다양한 질감과 무늬로 구성된 오브제들을 임정수는 ‘껍질 오브제’라고 부른다. 신체를 닮은 오브제가 임시 무대에 올라가면 그제서야, 존재가 시작된다. 감각으로만 감지되는 존재들의 일시적 형이하학. 무대의 커튼이 올라간다. 무엇을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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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90804-임정수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