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순희 展

 

Lifespring_53.3x45.5cm_Mixed Media

 

 

인사아트센터 4F 부산갤러리

 

2019. 7. 31(수) ▶ 2019. 8. 5(월)

Opening 2019. 7. 31(수) Pm 5.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41-4 | T.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Lifespring_53.3x45.5cm_Mixed Media

 

 

인생은 흔들리는 갈대라고 했든가?

그 말은 나를 두고 하는 말과 같다

나는 한 줄기 갈대인가 보다

햇빛이 비칠 때는 반짝 좋아했고

비가 올 땐 넉넉한 수분으로

나를 채웠고 바람이 불 때는

어김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내 마음과 같다 조그마한 바람에도

한없이 흔들리어 고개를 숙이고

거친 바람에는 쓰러져 일어날 줄도

모르고 흩날리고 있었다

이 바람 저 바람에서 줄 곧

사라져 가는 갈대가 바로 나 인 것을.....

그러나 뿌리는 튼튼하게 살아서

내년을 기약하고 새 삶을 맞이하듯이

새로운 생각과 각오로 오늘도

눈을 크게 뜨 본다

나의 새로운 창조를 위해서.....

 

                                           작가 백순희

 

 

 

Lifespring_53.3x45.5cm_Mixed Media

 

 

빛의 의미론적 상형

 

오늘날 미술에서 세세한 장르의 분류가 필요할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굳이 통섭 운운하지 않더라도 사회학과 정치학, 음악과 무용, 고급 문화와 대중 문화, 회화와 사진, 행위와 영상, 디지털 기법과 드로잉, 텍스트와 이미지 등등이 혼재된 작업을 대면하게 되는 것이 그리 생소한 일도 아닌 게 작금의 현실이다. 협의로는 구상과 추상, 형상과 순수의 혼용, 차용과 혼성모방이 만연할 정도로 작품의 양상이 다원화한 상황에서 이것과 저것의 분류가 애매모호하기에 이르는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백순희의 작업 또한 그 변화의 추이가 다양하여 저간의 행로를 살펴보아야 그가 이번 전시를 통해 제시한 작품의 진면모를 파악할 수 있겠다. 달리 말하자면 작품 변형의 추이에 대한 파악 없이는 작가가 지금 시도하려고 하는 바를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적 풍경에서 출발한 백순희의 작업은 점점 형상이 은폐되면서 색이 지극히 절제된 기하학적 추상으로 이행하였다. 그래서일까, 직선이 종횡으로 직조된 그리드(grid)의 화면에 사선이 얹혀짐으로써 환영공간을 이루는 투시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분명 작가는 어떤 형상의 이미지도 배제한 순수 추상의 화면을 꾸리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사실 미술사적으로도 추상회화가 그토록 제거하고자 했던 환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문화가 자연을 덮어버렸다는 루소의 사상에서 엿볼 수 있는 미술에서 리얼리티를 표현하는 변형된 이미지이며, 또 다른 하나는 작품과 감상자 사이에 성립되는 소통의 문제이다. 환영의 완벽한 소거는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뒤샹은 ‘작품을 만드는 것은 관객이다’라고 외친 것이리라.

 

마찬가지로 백순희의 작품에서 도시풍경이나 터널의 이미지를 보게 되는 것은 일 점으로 집중된 사선과 그곳에서 초신성이 폭발하는듯한 빛이 발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그것은 하나의 꼭지점에 볼록렌즈로 빛을 모으듯이 작가의 내면 내지는 화면의 일 점으로 집중된 응시가 채화된 빛의 발산을 감지하게 한다. 반면에 혹여 그 빛은 아무 것도, 그 어떤 색채도 충족시킬 수 없는 텅 빔, 즉 회색조의 충만을 보여주고자 함일지도 모른다. 그 어떤 색채도 자리하지 못하는, 그 어떤 형태와도 무관한, 모든 형상들이 동일한 형상이 되는, 모든 색채가 동일한 색채가 되는 세계가 거기 있다. 그래서 화면은 회색조로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론 현미경과 천문학, 소립자 물리학과 양자역학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를 떠올리게도 한다. 가령 화면에 세세한 묘사가 엿보이지 않는다 할지라도(그것조차 직관에 의한 몇 번의 직선적인 분할에 불과함에도) 어떤 이미지에 빚지고 있어 보인다. 이는 의외로 가시적 세계를 미끼로 비가시적 세계를 엿보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예컨대 회색의 바탕 위에 켜켜이 겹쳐진 직선의 선묘가 대상의 묘사나 환영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빛이라는 환영적 대상을 통해 추상회화에서의 2차원적 평면을 넘어 잃어버린 여운의 차원이거나 함축된 차원을 탐색하는 것으로 보이며, 그렇다면 그것은 분명 순수의 평면성과 환영, 더불어 상징성이 어울려 있는 것이다. 굳이 미술사에 대한 부채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환영(幻影)과 사의(寫意)의 동거 관계는 별로 길지 않았다. 하여 칸딘스키나 몬드리안의 신지학적 추상과 외연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얼핏 만다라를 본 듯도 하다. 여기에서 감상자는 이 그림의 재현적 맥락과 평면성의 구현 사이의 적정선이 어디일까 하는 재단적 기준설정의 애매함에 곤란을 겪을 것이다. 그럼에도 비교적 분명한 것은 그것이 어느 쪽에 속하든 구조, 형태 같은 조형적 요소만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기하학적 도상일 뿐이라는 점이다. 나아가 그것은 신지학적 도상의 자기 유사성과 순환의 구조를 형상화 했음이 역력하다.

 

 

Lifespring_72.7x60.6cm_Mixed Media

 

 

백순희는 기하학적 추상의 전취에 머물지 않고 또 한번의 변모를 통해 현재의 작품에 다다른다. 그 변모는 과정상으로 매개의 영역이라 불러도 좋겠다. 직선이 종횡 하던 기하학적 화면은 점점 사라지고 단순하고 단일화된 정적인 색면이 겹쳐지면서 컬러가 회복된다. 풍경과 꽃을 그리던 시절의 색채에 대한 반추라고 할 수 있을까. 직선이 떠난 화면은 자체적인 체계 속에서 모든 것이 작동하는 순수의 색면이 생기를 머금은 작가의 내재적 빛을 대변하는 듯하다. 통상 색면추상에서 색면들은 그 자체로 주제를 담보하고 있고, 그 주제는 당연히 ‘빛’이다. 실제로 빛의 분절과 반사 여하에 따라 점점 밝아지거나 어두워지는 다양한 컬러가 나타나는 것처럼, 그의 작업마다 보이는 이 원색의 색면 부분 부분은 옅어 보이더라도 빛을 감지하되 만질 수 없는 중첩의 깊이를 제시하며 색으로 표현 가능한 가장 순수한 빛을 보여주고자 한다. 기실 생생한 빛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리라. 까닭에 그의 빛은 명상의 과정과 같이 색면들이 어떤 특별한 빛으로 아득하게 비춰오는데, 그것은 자연의 물리적 빛이 아니라 작가의 내면으로부터 번져 나오는 근원적이고 생성적인 빛이다.

 

어느 순간 사각의 색면은 유기적 형태의 컬러로 치환되기 시작하면서 붓질은 훨씬 자유로워졌다. 정적인 색면에서 동적인 색면으로의 이행이자 차가움에서 뜨거움으로의 이행이기도 하다. 색들은 점점 강렬해지고 붓질은 어느 정도 서정적 행위에까지 이른다. 그가 빛의 매개체로서의 색채를 구축해 가는 과정은 일종의 바탕과 형태를 성형하는 축조의 과정에 다름아니다. 우선 작가는 감성적으로 선택한 노랑과 빨강 등의 원색들을 자유롭게 여러 겹으로 칠해 화면의 지반을 조성한다. 그 위에 구불구불한 선들이 반복적으로 화면을 가르면서 원색들을 부분적으로 은폐하거나 타원형을 반복적으로 그리면서 원색들을 감싸 미묘한 형태를 자아낸다. 여기서 반복적이라 함은 역설적이지만 유기적(?) 유니트나 픽셀이 연속적으로 재생하는 그림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에 이름이다. 다분히 모순되기는 하지만 여러 개의 작은 단위들이 반복되어 하나의 전체를 구성하는 유니트와 컴퓨터의 그래픽 콘솔과 휴대전화, 비디오 게임 등에서 화면을 구성하는 기하학적 픽셀을 언급하는 것은 백순희가 그린 타원의 꼴들이 유기적이지만 비슷한 크기와 양상으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단위들이 어떤 하나의 형상을 구성한다기보다는 한 평면 위에서 서로 바탕이자 형태(fond | forme)의 모호성을 구축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백순희의 그림에서 색채는 겹겹이 쌓아지고 반복되며, 색의 배합 속에서 존재하는 패턴의 외곽은 때론 명확하고 때론 흐릿하지만 구성은 자유롭다. 일반적으로 일정한 패턴을 사용하는 회화는 일체의 환영을 거부하는 몸짓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튤립의 정원이거나 나무의 무늬결이거나 현상학자들이 말하는 아니마의 형상 등이 감지된다. 작가가 자연의 어떤 대상이나 현상을 포착했는지는 불분명하나 작품이란 결국 작가가 사유하고 경험한 세계의 모습들이 걸러지고 첨삭되고 되새김질되어 화면에 뿌려지는 것이다.

 

 

Lifespring_163.0x130.0cm_Mixed Media

 

 

이번 작품들은 앞선 색면추상과 같이 단순히 색의 물성에 주목하기보다는 작가의 망막에 포착된 이미지로부터 색을 분리 추출하고 이를 기호 이미지로 단순화시키거나 혹은 순수형식으로, 혹은 회화의 자율성을 극대화시킨 서정적인 표현방식을 통해 탄생된 작품들이다. 특히 그림에 자주 출몰하는 미묘한 타원의 이미지와 관련하여 작가가 작품의 제명으로 줄곧 사용하고 있는 ‘내 안에 빛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이번 작품들의 이미지에서 빛을 직접적으로 발견하리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명제는 유효하다. 어째서일까. 나타난 외양을 떠나 세심하게 관찰한다면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빛이라는 정신적, 조형적 맥락을 통해 앞선 작품들과 고리를 함께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작품의 제명이 암시하듯 작가는 환영과 추상이라는 이분법을 초월하여 그것들이 분화되기 이전인 근원이라는 측면에서 빛을 탐구한다. 우선 기하학적 추상에서 보여주었던 빛의 이미지는 이번 작품들에서 의미의 현상학적 발상에 의해 성취되고 있다. 노랗고 붉은 색면을 반복하여 감싸고 있는 미묘하게 길쭉한 타원의 이미지는 얼핏 자궁에서의 아기가 느끼는 것과 같은 안락으로서의 형태, 즉 아니마(anima)의 등가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니마는 현상학에서 혼이나 삶의 원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 라틴어의 어원은 곧 빛을 의미한다. 하여 아니마의 길쭉한 형태는 곧 빛의 의미론적 형상이 된다. 또한 유연한 선의 물결은 빛의 파장을 물화하는 듯 하지만, 결코 눈부신 햇살 같은 빛은 아닐지라도 은연중 저 깊은 심연에서 나무를 통해 수분을 공급하듯 생명의 결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백순희의 회화는 색채의 변주를 통해 표출되는 내면의 정신성과 외연의 상징을 결합하여 빛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라기보다는 보는 이로 하여금 사유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작품에서 한 작가가 비교적 간단한 색채와 패턴의 변화를 통해 빛의 창의적 운율을 읽을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 백순희가 기하학과 서정성, 순간과 영원, 나아가 환영과 평면성이라는 시공간을 초월해 공명하는 빛의 변화를 치열하게 탐구한 결과를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유근오 (미술평론)

 

 

 

Lifespring_233.6x91.0cm_Mixed Media

 

 

 

 

 

 
 

백순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 석사 졸업

 

개인전 | 2018 겸제정선미술관초대전-Six Sence (Lifespring) | 2017 미누 현대미술관 초대전- 평온의 한 가운데 서서(Lifespring) | 2016. Solo Exhibition BIAF(BEXCO)-평온의 한 가운데 서서3 | 토포갤러리(서울)-평온의 한 가운데 백서서2 |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석사청구전-평온의 한 가운데 서서1 | 2015 Solo Exhibition GaGa Gallery -점, 선, 면이 빛을 만날 때3 | Sole Exhibition ACAF (예술의 전당)-점, 선, 면이 빛을 만날 때2 | 2014 Sole Exhibition 31Gallery-점, 선, 면이 빛을 만날 때1 | 2013 10A+EGO+RY전(경북디자인센터)-확산과 집산 | 2010 Sole Exhibition KASF (SETEC)-이미지 + 자연2 | 2007 Sole Exhibition New Art Fair (SETEC)-이미지 + 자연

 

단체전 | 2019.5 ART=FARMING- 아람누리갤러리 | 2018.1. 한집 한 작품 걸기 소품전 - KB63 갤러리 | 2017 Seoul Art Show(코엑스) - Lifespring | 닐니리 갤러리 초대전-하나로 다가서다 | 창작 미술인협회전 - 울산문화예술회관 | 경계를 넘어서 - 목포신선미술관 | 인사동사람들 - 라메르 갤러리(내 안에 빛을) | 자운제 갤러리초대전 - 오픈초대전 (내 안에 빛을) | 일본 우에노 미술관전시 - 우수상(이미지 + 자연) | 대한민국 현대미술총람전 - 인사 아트 프라자 | 홍익M트전 -인사 아트 프라자 - 평온의 한 가운데 서서(Lifespring) | KOREA STYLE WEEK PLUS - 코엑스 - (평온의 한 가운데 서서(Lifespring)) | here amd now 청춘은 달린다 - 미누 미술관 | here and now 청춘은 달린다 - place 7 Gallery | 오늘의 작가 정신전-인사 아트 프라자 | 2016 가다갤러리 초대전 - (내 안에 빛을) | 선 갤러리 문화관 초대전 - (내 안에 빛을) | 고양 국제 현대미술제 초대전 - (이미지 + 자연) | 아트림7 초대전 - UBK갤러리 - (내 안에 빛을) | 홍익 M아트전 일호갤러리-(내 안에 빛을) | SOAF(코엑스) - (내 안에 빛을) | Memories are in the art(예술의 전당) - (평온의 한 가운데 서서(Lifespring)) | 2015 Seoul Art Show(코액스) - (평온의 한 가운데 서서(Lifespring) | 10인 모 색 전(가다갤러리 초대전) - Abyss(심연) | 2014 전국대학생(원) 미술공모전입상전시 (대학로 아트센터) - 점, 선, 면이 빛을 만날 때 | 2013 남부 국제 현대 미술제(대구문화예술회관) - 점, 선, 면이 빛을 만날 때1 | 신 조형미술대제 (대구문화예술회관) - 점, 선, 면이 빛을 만날 때1 | 남부국제현대미술제 (대구문화예술회관) - 점, 선, 면이 빛을 만날 때1 | 06-2013년 사각 회 (서울갤러리, 신상갤러리, 조형갤러리, 조형갤러리, 조형갤러리 등) | 09-2017년 창작미술인협회초대전 (부산타워갤러리, 울산문화예술관, 공인미술관, 가다갤러리 등) | 2011 코리아 아트페스티발(안산 단원전시관) - 이미지 + 자연 | 2007 동경아트 100인 초대전-이미지 + 자연 | 독일 베르린 아트 초대전 - 이미지 + 자연 | 한중 북경아트 초대전 - 이미지 + 자연 | 독일 괴테문화원초대전 - 이미지 + 자연 (등 120여회)

 

수상 | 2017.4. 일본 우에노 미술관 전시전 우수상 | 2014년12 대한민국 서예, 미술공모전 대상 (한국미술관) | 2014년10 전국대학생공모전 입상(대학로 아트센터갤러리) | 2013년 국토환경미술대전 서울시장상(서울시립미술관) | 2013년 5 대한민국미술대전(비구상) 특선(서울시립미술관) | 2013년 나혜석 미술대전 특선(수원미술관) | 2013년 8 신 조형미술대전 특선(대구문화예술회관) | 2012년 대한민국 정수대전 (박정희체육관)-입선2회 | 2009년 대구시미술대전 입선(대구문화예술회관)- | 대한민국 회화대전 (한국미술관)-이미지 + 자연 특선2회 | 대한민국 여성대전 특선(한국 미술관) | 2006년 대한민국 회화대전 특선(서울시립 미술관)-이미지 + 자연

 

현재 | 한국미협회원 | 고양미협회원 | 일산미협회원 | 창작미술협회회원 | 홍익M아트회원 | 행주일요사생회회원

 

Email | dua2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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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90731-백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