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성남청년작가전2

 

주선영 展

 

푸른밤

 

 

 

성남큐브미술관

 

2019. 6. 14(금) ▶ 2019. 8. 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대로 808 | T.031-783-8141

 

www.snab.or.kr

 

 

성남큐브미술관은 2019년 두번째 성남청년작가전으로 <주선영: 푸른밤>을 개최한다. 지난 2015년 지역의 청년작가를 응원하기 위해 마련된 본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총 70여명의 작가를 발굴, 소개해왔다.  

이는 성남문화재단이 “성남문화재단은 성남의 청년작가를 응원합니다.”라는 슬로건 하에 지역 청년작가들의 지적, 미학적 고민과 노력의 성과인 예술작품이 당당히 관객과 만나고 호흡할 수 있는 국내 미술관 유일의 청년작가 전용 전시공간, ‘반달갤러리’를 조성하고 ‘전시를 통한 지원’이라는 독특한 형식의 틀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지켜온 결과다.  

성격이 분명하고 건강한 대표적 지역작가지원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성남청년작가전이 꾸준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흔들림 없는 지속과 연속성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무엇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작업하고 있는 청년작가들의 예술의지와 노력이 소정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보고 지원하는 민관 차원의 이해와 지속적인 관심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앞으로도 성남문화재단은 지역의 청년작가들의 물리적/심리적 창작지형을 예의 파악함은 물론, 이들의 성취동기를 실질적으로 응원하며 이들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히 활동하기 위한 디딤돌 역할을 흔들림 없이 수행해나갈 것이다.

 

 

이번 성남청년작가전2<주선영: 푸른밤>은 주선영 작가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총 42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작가는 스쳐 지나가는 주변 풍경도 단순히 지나치는 것이 아닌, 그 안에서 자생하는 생명체를 관찰하며 느끼고, 교류하기를 원한다. 그래서인지 주선영의 작품 속 모티프(Motif)는 지극히 소소하고 개인적인 일상에서 시작된다. 작가의 초기작에서는 하늘을 나는 반려견, 미지의 행성에서 온 우주선, 드넓은 초원에서 뛰노는 말, 정원에서 한가로이 다과를 즐기는 가족의 모습 등 현실인 듯, 아닌 듯 순수하고 몽환적인 동화 속 풍경처럼 동심(童心)을 자극하는 작업들로 채워져 있다.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듯이 자연스레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처럼 어느덧 작가의 작품 속 시간은 낮에서 밤으로 흐르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15부터 현재까지 작가가 약 5년 동안 집중하고 있는 ‘푸른밤’을 주제로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 전관 1, 2층에서 보여준다. 1층 전시공간에서는 전시 주제이기도 한 ‘푸른밤’과 일맥상통하는 <별비>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무수한 색채들이 섞이고, 중첩되어 만들어낸 주선영 특유의 밤 풍경은 쓸쓸하고 공허한 감정을 자아낸다. 그 안에서 찬란히 빛나는 무언가를 찾고자 하는 작가의 열망이 느껴진다.

 

 

별비_130.3X162cm_Oil on canvas_2018

 

 

전시실의 첫 작품 <별비>(2018)의 화면구성을 살펴보면 밤하늘과 호수의 경계를 고목(槁木) · 건초로 구분된다. 건초는 가을의 끄트머리인 듯 다소 거칠고 건조한 붓 터치로 앙상한 가지와 수명을 다한 듯 생기가 없다. 반대로 부드럽고, 습윤한 터치로 푸른 밤하늘과 잔잔한 호수를 한 화면에 배치한다. 이로써 일상 속에서 무심하게 지나친 풍경은 긴장감을 불러일으켜 보는 이로 하여금 시선을 잡는다.

 

 

별비_116X182cm_Oil on canvas_2018

 

 

<별비>(2018-2019)시리즈 중 등장하는 자작나무는 여름날 강원도 인제의 자작나무숲을 담고 있다. 자작나무는 게르만인(Germane)의 여신 프리그(Frigg) 성수로서 생명, 생장, 축복의 나무로 여겨졌다. 또한, 자작나무의 껍질은 하얗고 얇아서 연인들의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편지지를 대신 했다고 한다. 작품 속 자작나무의 흰 기둥과 짙은 갈색의 지점(脂點), 푸른 하늘과 울창한 숲이 강한 색채 대비를 이루지만 부드럽고, 곧게 표현되어 조화를 이루며 여름밤을 장식하고 있다.

 

 

헤어진 다음 날_80.3X116cm_Oil on canvas_2019

 

 

<헤어진 다음 날>(2019)은 주선영의 다른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고요하지만 생명력을 잃지 않은 <별비>시리즈와 다르게 <헤어진 다음 날>은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느낌이 강하다. 밤하늘에 별비와 반딧불, 달이 수놓아진 <별비>가 여행지에서 만난 밤하늘의 한가로운 풍경이라면 <헤어진 다음 날>의 밤하늘과 호수는 잔잔하다 못해 모든 생명체를 잃은 느낌이다. 생명력을 다하지 않고, 끈질기게 매달려 있던 파릇한 잎 또한 보이지 않는다. 그 어느 것에도 의지하지 못한 채 혼자 서서히 죽어가는 외로운 느낌을 준다.

 

 

바람이 분다_116X91cm_Oil on canvas_2016

 

 

2층 전시공간에서는 주선영의 다양한 소재와 형식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울창한 숲속과 무한한 자생력을 가진 도로 위 건초와 잡초를 주제로 한 회화, 밤의 이미지를 내포한 기왓장 작업 등 관람객이 좀 더 작가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하였다. 쇼케이스 안에는 자화상, 붉은 배경의 학대당해 피 흘리는 코끼리, 상상 속 반인반수(半人半獸), 유년 시절에 했던 물놀이, 자신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Message), 좋아하는 물건과 사물 등이 그려진 드로잉이 있다. 주선영은 무한한 상상력이 작동되는 동심(童心) 속 다양한 메타포(Metaphor)를 통해 사회 고발적인 성격을 지닌다.

 

<바람이 분다>(2016)는 주선영의 또 다른 밤하늘을 보여준다. 화면을 꽉 채운 갈대와 덜 여문 푸른 풀의 다채로운 표현을 관찰할 수 있다. 갈대, 잡초, 건초는 인상주의를 연상케 하는 거친 표현으로 바람에 제 몸 못 가누는 듯 흩날린다. 하늘은 여느 푸른 밤하늘과 달리 비 오기 전의 밤하늘이나 노을 진 하늘을 표현하듯 평안하고 신비롭다. 작품 <Breath>(2018), <숨 숲>(2018)은 어느 곳이 처음과 끝인지 모르는 가지와 나무 덩굴이 이리저리 뒤엉켜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미지의 정글처럼 푸른 잎이 가득한 숲을 이루고 있다.

 

 

못난풀_91X116cm_Oil on canvas_2011

 

 

작가의 초기작 이기도한 <못난풀>(2010-2016)시리즈는 사람의 가장 낮은 시점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우리가 흔히 보고, 걷는 거리의 잡초와 건초는 소소하지만, 그 내면의 모습에 집중한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분재(盆栽)와 달리 사람 손을 타지 않아 아무렇게 자란 ‘못난풀’은 꺾이고, 뽑히는 냉담한 현실 속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겨내며 버틴다. 마치 치열한 삶 속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겨내며 살아가는 현대인 또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듯하다.  

 

 

봄_35X29.5cm_Oil on Rooftile_2019

 

 

기와 여섯장에 그려진 <초봄>, <봄>, <반딧불놀이>, <여름>, <가을>, <겨울>(2019) 등은 대표적인 상징물로 계절감을 나타낸다. 네 장의 기와는 주선영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초승달과 그믐달의 등장으로 시간적 배경을 추측할 수 있다. <초봄>은 이른 봄을 알리는 만개한 산수유 꽃나무 밑에 노란색 패딩을 입고 풍선을 들고 있는 작가의 뮤즈(Muse)인 조카의 모습을 담아냈다. 4~5월에 개화하는 벚꽃 잎이 흩날리는 몽환적인 <봄>과 <반딧불놀이>는 주선영만의 여름 밤하늘에 자유를 만끽하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을 볼 수 있다. 은하수가 펼쳐져 있는 밤하늘과 시원한 제주도 밤바다를 표현한 <여름>, 하얀 달과 서늘한 가을바람에 넘실대는 갈대숲을 그린 <가을>, 백설(白雪)로 덮인 고목(槁木) 가지와 호수를 유유히 지나가는 통통배 한 대 <겨울>을 기왓장에 녹여냈다.

 

주선영은 다양한 푸른밤을 통해 ‘여명’, ‘초저녁’, ‘은하수’, 또는 완전히 상반되는 폭풍전야(暴風前夜)의 고요하고 청아(淸雅)한 밤하늘 이미지 등을 연상케 한다. <별비>시리즈 주요 소재인 별은 우주 공간에 있는 가스나 먼지 등이 모여 있는 성운 속에서 탄생한다. 이밖에도 1/수십 초에서 수 초 사이에 빛을 발하는 다수의 유성이 비처럼 떨어지는 유성우(流星雨)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반딧불, 살랑이는 나뭇잎과 잔잔한 물의 발광체는 칠흑 같은 밤하늘을 밝게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빛을 발산(發散)하기 위해 기약이 없는 기다림과 단계들을 걸쳐 영롱한 별빛을 뿜어낸다. 이는 니체의 「선악의 저편: 미래 철학의 서곡(Jenseits von Gut und Bose: Vorspiel einer Philosophie der Zukunft)」(1886)에서 “나는 나를 기다린다.” 발언한 것과 같은 부분이다. 여기서 ‘기다림’은 ‘되어감(생성, Werden)’과 같다. “나는 나를 기다린다.”는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나’를 갈망하고, 열망한다. 그 속의 많은 시련과 좌절, 갈등 등이 있음에도,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내가 되기 위해 기다리는 것이다.

 

주선영은 수많은 캔버스에 묵묵히 자신만의 붓질을 통해 현재보다 더 나은 작업을 위해 많은 담금질과 고민을 하며, 끝없는 작업에 몰두한다. 이는, 10평 정도의 비좁은 작업실에 겹겹이 쌓인 수많은 작업들이 증명하고 있다. 작가의 유독 빛나는 밤하늘 너머엔 우리가 몰랐던 푸른밤과 무심코 지나쳐 보지 못했던 도로 위의 건초, 잡초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밤하늘과 청아한 숲, 잡초 등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휴식 같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

 

* 성남청년작가전은 성남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는 45세 미만의 역량있는 작가를 발굴, 지원하는 전시로, 지역청년작가들의 물리적/심리적 창작지형을 예의 파악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며 이들의 예술작품을 일반에 소개하는 등 이들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상장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성남큐브미술관 큐레이터에 의한 자체기획으로 마련되며, 개인전과 주제기획전 등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청년작가 전용 전시공간인 반달갤러리를 사용하며 미술관급 전시기간과 지원이 제공된다. 작가에게는 어떠한 옵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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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90614-주선영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