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진이란 무엇인가 展

  

 

 

스페이스22

 

2019. 4. 19(금) ▶ 2019. 5. 9(목)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 390 | T.02-3469-0822

 

https://www.space22.co.kr/

  

 

다시, 사진이란무엇인가?
첨단인공지능과 디지털시대에 사진매체의 본성을 성찰하는 전시<다시, 사진이란 무엇인가>(기획박남사)가 스페이스22에서 오는 4월 19일부터 5월 9일까지 개최된다. 이 전시는 사진에 촬영된 ‘대상’이 아니라, 사진 ‘매체자체’가 지닌 의미를 입체적으로 탐색한다.
사진이 외부 세계 대신에 사진 자신을 향한다면, 거기서 도출된 이미지는 얼마나 환상적일까? 이 전시는 그동안 국내외에서 소재(풍경, 인물, 사건 등) 위주로 진행된 모든 사진 경향과는 완전히 다른, 사진 매체 그 자체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21세기 인공지능 혹은 첨단 디지털시대에 사진은 어떠한 모습일까? 오늘날 사진은 종이에서 액정과 모니터로 지지체가 바뀌고, 빛의 속도로 전파되며, 누구나 제작하고 소비한다. 이런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사진을 얘기할 수 있을까? 만약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첨단 디지털사진에도 변치 않은 사진만의 고유한 본성은 무엇일까?
사진철학에서 오랫동안 여러 사상가(벤야민, 바르트, 플루서 등)들이 사진에 관한 궁극적인 질문인 ‘사진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1990년대 까지도 이 질문은 현대사진이론에서 지속되었다. 하지만 최근사진에 관한 이 ‘존재론적’ 문제의식은 낡아 빠진 질문처럼 간주되어 동시대 사진이론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사진 이론이 역사에 묻어버린 이 질문을 ‘기이하게도’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다시 제기하기 시작했다. 물론 텍스트가 아니라 이미지를 통해서 말이다.
대부분의 사진가는 ‘무엇을’ 찍을 지 고민한다. 하지만 사진매체 자체를 고민하는 사진가는 카메라 뒤로 한 발짝 물러나, 자신이 다루는 시각적 장치에 대해 질문한다. 최첨단 그래픽, 가상 현실시대에도 언어나 회화와 다른 사진만의 고유한 속성이 존재할까? 지금도 사진을 사진이게끔 하는 것이 있다면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들을 간직한 채 오랫동안 서로 모르면서 작업을 진행해 온 세 명의 작가가 한 자리에 모였다. 김규식, 김천수, 박남사가 그들이다. 세 작가의 작업동기, 작업내용, 작업형식은 제각각 다르다. 그럼에도 이들의 작품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언제나 하나로 귀결된다. 과연 사진이란 무엇일까?
김규식이 사진의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어조는 직설적이다. 그는 레이저를 공중에 실로 매달아 회전시켜 그 아래에 있는 감광판(인화지)에 그 궤적을 기록한다(<진자운동실험>). 이 작품은 “빛이 감광판에 유발하는 물리적 효과”라는 사진의 정의를 가장 투명하게 이미지를 통해 보여준다. 사진은 빛의 효과이지만 이 빛이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감광판(필름, 센서)에 도달하는 경로는 원근법의 질서에 종속된다. 김규식은 사진의 원근법이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 줌으로써, 역으로 사진의 본성이 원근법에기초하고 있음을 암시한다(<원근법실험>). 또한 암실에서 아무것도 촬영하지 않은 원필름을 노광시간을 달리 하여 인화지에 차례대로 노광함으로써 흰색, 흰색이 중첩된 회색, 회색이 중첩된 검정색을 시각화한다(<추상사진>).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사진은 근본적으로 시간(노출시간, 노광시간)의 변화에 종속된 빛의 형상이란 점을 상기 시킨다.
김천수는 사진의 ‘오류’에 관심이 많다. 대부분의 사진가가 기피하는 대상인 오류를, 작가는 오히려 작품에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사진의 실체는 바로 사진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때, 역설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테러현장을 촬영한 디지털사진을 코드 에디터로 일부러 변조하며 왜곡하면, 마치 잘 못 찍힌 사진처럼 색깔이 화면에 번지거나 픽셀이 깨져 나타난다(<처음에는 희극으로 다음에는 비극으로>).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사진은자신의 실체(RGB(Red, Green, Blue)의 조합, 픽셀의 조합)를 드러낸다. 정상적인 사진에서우리가 보는 것은, 바르트의 표현대로, 사진 자체가 아니라 사진에 촬영된 대상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또한 첨단 고해상도 디지털카메라에서 발생하는 여러 오류를 교정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사진으로 제시한다. 디지털카메라에 장착된 첨단전자셔터가 유발한 흔들리고 흐릿한 이미지를 크게 확대하여 보여 주거나(<로우-컷>), 렌즈를 차단하고 촬영해도 이미지 센서의 오류작동으로 완전히 검지 않은 화소가 담겨 있는 사진 이미지를 제시한다(<로우-패스>)
박남사는 회화가 결코 재현할 수 없는 이미지, 오직 사진만이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질문한다. 그 이미지란 사진의 두 요소인 카메라와 조명이라는 기계적, 광학적 방법을 통해 실재의 표면을 날 것 자체로 드러내는 사진이다. 사물표면이 지닌 비가시적인 섬세한 흔적들(휴대폰액정지문, 액정스크래치), 그리고 사물의 독특한 물질성이 부각되는 오브제(순금(gold), 깨진 휴대폰 액정)를 골라 마이크로 렌즈와 강력한 조명을 사용해 사물의 숨겨진 질감을 드러낸다. 거의 완벽한 검은 모노크롬으로 보이도록 대상(지폐, 동전)을 극단적인 노출부족으로 촬영한다. 따라서 작품을 멀리서 볼 때는 단조로운 모노톤의 색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멀리서 볼 때 보이지 않던 액정 스크래치나 지문, 동전, 지폐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는 물질의 비가시적인 표면이 사진광학장치에 의해 재발견될 때, 독일의 어느 철학자가 경이롭게 느꼈던 ‘광학적 무의식(the optical unconsciousness)’의 세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인간은 물질의 세계에서 빗물질의 세계, 의식의 세계에서 무의식의 세계로 진입한다는 것이다.


기획: 박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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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90419-다시, 사진이란 무엇인가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