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헌 展

 

야래향

 

 

 

공간291

 

2019. 3. 26(화) ▶ 2019. 4. 7(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1길 10-4 | T.02-395-0291

 

https://space291.com/

  

 

유난히 무덥던 2017년 9월부터 중국 요리로 유명한 인천 차이나타운을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19세기 파리 신사처럼 플라뇌르 (Flâneur, 도시의 산책자, 만보객)가 되어 한가로이 구경 다녔을 뿐이었다. 그러나 영욕의 역사를 감추고 있는 그 유서 깊은 거리를 거닐면서, 이는 우리의 통고(痛苦)의 역사이며, 지금 여기 인천차이나타운을 새로운 시점으로 바라보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야 된다는 묘한 사명감을 느꼈다.

역사적으로는, 1882년 임오군란 당시 진압을 위해 조선이 요청한 청국 군사가 인천항에 들어오면서 그 불편한 역사가 태동 되었다고 한다. 1894년 청일전쟁과 일본강점기를 거치면서도 인천 경제를 견인하였으나, 1950년 인천상륙작전으로 폐허가 되었다. 또한 1948년에서 70년대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화교 박해에 의해 계속되는 몰락의 슬픔도 겪었다고 한다. 그나마 한중수교 이후 2001년부터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다시 개발이 되었다고 하는데, 아직도 상흔과 어두운 그림자는 곳곳에 숨어있다.

지금의 인천 차이나타운은 관광과 소비의 문화로 포장된 곳이 되었다. 특히 식도락의 메인 스트리트에 해당하는 차이나타운로(路)는 여인들이 진한 화장을 하는 것처럼 밤이 되면 새로운 자태로 다시 태어난다. 몽환적인 조명으로 때로 그로테스크하게도 보이지만 흉한 모습은 감춰지고 밤이면 아름답게 피어나 향기를 뿜는 꽃 야래향(夜來香)과도 같다. 이런 연유로 차이나타운로는 발터 벤야민이 언급했던 아케이드 프로젝트의 화려했던 파사주(passage)의 모습과도 같게 보였다. 붉은 색과 황금물결로 뒤덮인 전통적인 중국 문화와 현대의 새로운 문화가 상충하면서 만화경처럼 묘한 장면을 연출하는 곳이기도 하다.

한편, 파리의 아케이드와는 달리 차이나타운에는 수많은 키치(kitsch)적 요소들이 등장하는데 결국은 소비의 경제 논리에서 출현한 것들이다. 마스코트와 같은 조형물들은 대부분 복제된 것이고 비록 조악해 보여도 새로운 가치를 지니고 있어 사람들이 좋아한다면, 이미 그 안에 마법과 같은 힘과 키치의 미학이 숨어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카메라는 촬영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보기 위한 도구라 했다. 그와 같이 그곳에서 채집한 파편적 이미지를 통해 그곳을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으로 기억하고자 한다. 또한 대한민국 속에서 인천차이나타운이 달성한 상업도시의 텍스트를 읽어냄으로써 그 미래를 조명하고, 어두운 역사의 상처와 아픔을 극복하고 새롭게 일어날 수 있도록 한줄기 희망도 함께 녹여 표현하고자 하였다.

 

유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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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90326-유승헌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