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하지 않은 이웃: 홀로코스트 ‘집시’ 희생자와 타자의 초상 展

  

 

 

KF갤러리

 

2019. 1. 24(목) ▶ 2019. 2. 28(목)

서울시 중구 을지로 5길 26 | T.02-2151-6500

  

www.kf.or.kr/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는 2019년 1월 24일부터 2월 28일까지 <이웃하지 않은 이웃: 홀로코스트 ‘집시’ 희생자와 타자의 초상> 사진전을 KF 갤러리에서 개최한다. 유엔이 정한 ‘홀로코스트 기억의 날’을 맞아 기획된 이 전시는 리버풀 대학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홀로코스트 ‘집시’ 희생자에 대한 사진 자료를 2018년 독일 데사우와 영국 리버풀 전시에 이어 비유럽권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의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이 전시의 특징은 홀로코스트 기억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역사가와 미술 작가가 같이 큐레이팅하는 전시라는 데 그 의의가 있다. 한국의 역사가 임지현과 영국의 역사가 이브 로젠하프트가 학술 기획을 맡고 한국의 미술작가 자우녕과 사진가 손이숙이 미술 기획을 맡아, 퍼블릭 히스토리와 예술의 사회화 과정이 어떻게 서로를 보완하면서 같이 갈 수 있는가를 ‘홀로코스트 집시 희생자’ 사진전을 통해 실험적으로 시도해보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홀로코스트 집시 희생자의 기억이 국경을 넘어 2019년의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기억되고 또 역사와 미술이 어떻게 만나 한국 사회에서 홀로코스트를 기억하는 방법을 만들어가는가 하는 초국가적이고 초학문적인 두 가지 관점이 전시의 관람 포인트이다.
이 전시의 집시 희생자 사진들은 대부분 독일의 사진작가이자 민속학자인 한스 벨첼의 작업이다. 그는 1930년대 독일 데사우 일대의 ‘집시’와 우정을 나누며 그들의 초상과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벨첼의 렌즈가 포착한 집시 여성 ‘운쿠’(Unku)등 ‘집시’ 희생자들의 초상은 낯선 이웃에 대한 따뜻한 호기심과 아우슈비츠의 폭력이 공존할 수 있다는 파시즘 시대의 양면성을 잘 보여준다. 벨첼에게 ‘집시’는 정겨운 이웃이었지만, 나치가 그들을 잡아들이고 결국 죽음까지 몰아넣을 때 외면함으로써 집시 홀로코스트에 암묵적으로 공조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 전시를 기획하면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다시금 홀로코스트나 제노사이드의 희생자가 되지 않을 것인가?”라는 상투적 역사의식을 넘어서고자 했다. 특별히 악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도 계기만 주어지면 홀로코스트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비판적 성찰이 이 전시의 출발점이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의 사진들을 통하여 홀로코스트는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현대문명에 잠재된 위험이며, 한국 사회 또한 희생자의식 민족주의에 안주한 채 새로운 시대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전시는 “홀로코스트 집시 희생자들의 초상에서 우리가 기시감을 느끼는 것은 왜인가?”라는 성찰적 질문에서 출발한다. 희생자 의식 민족주의에 안주한 채, 낯선 이웃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홀로코스트 집시 희생자들의 초상에 어른거리는 것은 비단 우리 전시 기획자들만의 기우일까? ‘이웃하지 않은 이웃’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심상 지리를 어떻게 해석하는가는 온전히 관객들의 몫이다.
이번 전시에는 벨첼이 촬영한 집시의 일상 사진만이 아니라, 나치 학살 관련 기록물, 서적, 다큐멘터리, 그리고 한국사회의 타자, ‘이웃하지 않은 이웃’을 성찰할 수 있는 국내 작가들의 사진 작품과 드로잉, 설치 미술도 함께 전시된다. 1월 24일 오프닝 행사 때에는 임지현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소장, 이브 로젠하프트 리버풀 대학교수, 최봉림 가현문화재단 사진문화연구소 소장이 각각 나치의 집시 홀로코스트와 전시 사진의 의미 등을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 기간 중에 ‘난민성’, ‘나치의 성 소수자 박해’를 다룬 열린 강좌도 예정되어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하여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이 낭만적 동경, 문화적 소외, 사회적 배제, 정치적 박해의 대상으로 남기 쉬운 낯선 이웃들을 더불어 사랑하고 미워하고 공생하는 이웃으로 기억하고, 그 이웃들에게 우리도 ‘이웃하는 이웃’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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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90124-이웃하지 않은 이웃: 홀로코스트 ‘집시’ 희생자와 타자의 초상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