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 展

KIMMISUG SOLO EXHIBITION

 

RELATION

 

 

 

광양문화예술회관 1전시실

 

2018. 11. 30(금) ▶ 2018. 12. 6.(목)

Opening 2018. 12. 1(토) pm5

전남 광양시 광양읍 향교길 9-30 | T.061-797-2528

 

www.gwangyang.go.kr/art

 

 

relation_18017_90.0x90.0cm_Acrylic & Mixed Materials

 

 

선을 그리다 - Relation

 

진흙에 있어도 맑고 아름다운 본성을 간직하며 청정과 정화의 상징인 연꽃의 개화 시간은 단 3일 정도에 불과하다. 셋째 날 오전에 이르러 꽃잎을 한 개씩 떨어트리며 꽃의 시간을 마감한다하니 연꽃들의 짧은 흐드러짐은 느낌에 상관없이 시간은 그저 흐른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김미숙은 요즘 연(蓮)에 빠져있다. 강렬한 첫사랑의 느낌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하니 혹여 연애하는 청춘의 기분을 다시 만끽하는 것인가 했는데 그것이 연꽃도 아닌 말라버린 연 줄기라니 생소함과 함께 궁금증을 불러들이게 한다. 외로운 마음 달래려 언니가 있는 경주로 훌쩍 떠나듯 다녀온 여행에서 작가가 가져온 것은 경주 월정교지에서 바라 본 안압지에 있던 그 무엇이었다. 수면 가득 반짝이는 햇살 속에서 이리 구부러지고 저리 비틀려버린 마른 연대들이 귀여워 그만 잊지 못하고 화폭에 담아 버린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연 혹은 연꽃이라는, 개화하고 만개하여 절정에 이르렀던 연꽃보다 그를 뒷받침하던 말라버린 연대, 또는 연 줄기의 모습은 보통 시각적 관념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칸트는 ‘미적 이념’의 특징에 대해서 어떤 것에 대한 적당한 개념의 가능성을 배제한 많은 생각을 이끌어내는 상상력의 재현이라고 하였다. 작가는 연꽃도 떨어지고 연잎도 다 시들어 사라져버려 마른 몸뚱이만 앙상히 드러낸 줄기에서 해방감을 느꼈다한다. 너무 슬퍼하여 몸이 바싹 마르고 뼈가 앙상하게 드러남을 훼척골립(毁瘠骨立)이라 한다. 단장(斷腸)의 아픔은 종종 들어 보았겠지만 훼척골립이라니 이 무슨 이야기인가 하겠지만 다시 또 올 봄을 기다리며 맞는 겨울과 이제는 다시 맞이하지 못 할 봄을 떠 올리면 수긍하리라 생각한다. 앙상한 줄기이지만 연 뿌리는 또 다시 다음 봄을 기다리며 슬픔을 갈무리하고 수면에 비친 모습에서 만개(滿開)의 잔영을 온 몸으로 지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relation_18011_90.9x72.7cm_Acrylic & Mixed Materials

 

 

2009년 5월 경남 함안 성산산성에서 700년이 넘은 연꽃 씨앗들이 발굴된다. 고려시대의 이 연꽃 씨앗들은 시간을 거슬러 초월하듯 다음 해 칠월칠석날 그림으로만 봤던 고려의 연꽃을 찬연히 피웠고 함안 지역이 본래 아라가야가 있었던 곳이어서 ‘아라연꽃’으로 명명되었다. 만화방창(萬化方暢), 따뜻한 봄이 되어서 온갖 생물이 나서 자라듯이 자연의 섭리를 따라 본래 시절에 피고 지던 이 아라연꽃에게도 수면위에 앙상하게 남은 연 줄기들과 그 뿌리가 있었을 것이다.

김미숙 작가가 가져온 연 줄기들은 무엇일까? 경주 안압지의 그것인가? 아니면 작가의 미적 이념이 투영된 상상력의 자락들일까? 예술의 언어는 그것의 표현성과 풍부한 함축성 안에서 추상적인 사유의 한계 너머에 존재하는 형태 또는 제시된 어떤 것들로 언어의 구체성, 과학의 검증논리와 차원을 달리 한다. 말 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말하지 말라던 비트겐슈타인의 논리로 보면 실재의 연 줄기와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화면의 연 줄기는 같은 곳에서 출발했지만 작가의 연 줄기는 이내 맥락을 벗어나 말 할 수 없는 다른 너머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설명과 전달, 그리고 대화를 위해 만들어진 언어가 자유를 주는 만큼 역으로 언어가 조명 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는 것에서는 오히려 제약이 되어 한계를 더 강화하듯 마른 연 줄기의 실재는 작가의 가슴과 이념에서 돌출하듯 나온 그것들과 아직은 조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뒤 섞여 작가의 제시를 어렵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 사유의 한계 언저리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면 혹은 표현의 정도가 미흡하거나 효과적인 기법의 정립이 미진하다면 이번 작업의 화면들에서 방향을 조금씩 탐색하며 앞으로 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relation_18013_162.2x112.1cm_Acrylic & Mixed Materials

 

 

작가의 이전 작업들은 이미 색이 칠해졌거나 형상들이 채워졌던 캔버스의 천을 일정한 크기로 조각조각 잘라 장난감 퍼즐그림과 달리 다시 또 다른 캔버스 평면에 이식하여 전혀 다른 형상성을 구현하는 형식의 일종의 조각들이 헤쳐모여 ‘재집합된 형태’였다. 이것을 이미 어떤 장소에 정주하고 있던 색과 형을 다른 공간에 작가의 의지로 다시 이주시키는 이동의 행위와 그 결과로 정의한다면 원래의 화면과 구조는 흔적만 남은 역사유적처럼 해체된 이야기로 남게 된다. 여기에는 외부 세계의 어떠한 것도 재현되기를 원하지 않고 사각형을 기본으로 한 기초적 도형이 전부인 회화의 완성을 의도한 20세기 초 러시아 작가 말레비치의 [절대주의]처럼 형상의 포기 또는 거부가 내재되어 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말레비치와 달리 김미숙의 화면은 꼴라쥬 기법처럼 원래 흔적의 중첩으로 새로운 형상성을 도출하는 형상의 역사가 지속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미숙 작가의 현 작업 의중에 자리한 조형적 물음은 그가 보았던 마른 연 줄기의 실재에 겹쳐지며 하나의 실루엣을 드리우는데 그것은 조형요소 중 하나인 선에 관한 것이다. 마른 연 줄기들이 그 처연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훌훌 털어내듯 어디에 구속될 여지도 없는 단신의 모습으로 하얀 여백에 그어진 선들처럼 수면에 그어져 작가의 눈에 들어 온 것이다. 선은 점이 연속으로 이어져 이루어진 자취이다. 선은 대부분 형태를 이루는데 소용되지만 칸딘스키의 선들처럼 그 스스로 조형성을 발현하기도 한다. 김미숙이 상상했던 선들은 어딘가에 있었고 그는 그것을 안압지의 반짝거리는 수면에서 발견했다. 그 순간은 아마 그에게 안압지 수면이 바다의 그것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마르고 비틀어진 연 줄기들은 그에게 선으로 다가와 그의 작업이야기가 되고 모티브가 되었다.

 

 

relation_18019_90.9x72.7cm_Acrylic & Mixed Materials

 

 

작가 김미숙에게 선은 항상 설렘처럼 다가오는 존재이다. 수면에 그어진 선들처럼 마른 연 줄기들이 화면에 자리를 잡고 흔적처럼 존재하는 이야기를 다시 이어나가려 하듯 바탕의 여백을 지나 여기 저기 구부러져 있다. 어딘가를 향해 가듯 방향성을 지닌 선들은 이제 곧 출항 할 모험선의 채비를 알리는 힘찬 고동의 울음같이 그에게 미지의 세계를 가리키는 시그널처럼 반짝거린다. 연 줄기의 헐 벗듯 마르고 비틀어진 모습에서 해방과 훌훌 털어버린 뒤의 자유를 느낀 그에게 밝고 화사한 파스텔 색조의 화면은 이제 곧 미끄러지듯이 떠나 갈 모험선을 담은 푸른 바다일 것이다. 찬연한 여름 햇살 아래 만개했던 연꽃의 풍성한 꽃잎들을 하나씩 잃어 버리고 종래에는 앙상하게 마르고 비틀린 형태로 남아 겨울 초입에 들어선 가느다란 연 줄기는 새로운 이주를 위해 그 마저도 버리고 수면위에서 화폭위로 이동을 한다. 이미 존재했던 화면들이 조각나 한때 전체를 형성했던 형과 색들이 단편으로 제각각 흩어져 다른 캔버스의 평면에 이주 한 것처럼 수면의 마른 연 줄기들은 김미숙만의 모험선에 실려 다른 바다로 이주를 하는 것이다. 아직은 그 바다가 설익은 푸름이고 거칠게 여울지는 파도일 수 도 있겠지만 훼척골립의 아픔을 간직한 마른 연 줄기들은 아라연꽃이 700여년의 시공을 뛰어넘듯 그렇게 다시 발아하고 만개할 것이다. 물론 바다에서 연꽃은 필 수가 없다. 그러나 김미숙의 바다에서는 화사하게 피어 날 것이다.

2018. 11. 23.

임 상 완 (미술평론, 조형예술작가)

 

 

relation_18016_41.5x32.0cm_Acrylic & Mixed Materials

 

 

relation_18023_120.0x120.0cm_Acrylic & Mixed Materials

 

 

 

 

 

 
 

김미숙 | KimMiSug

 

개인전, 부스전 | 2018 SIAF 싱가폴국제아트페어-싱가폴선텍 | 2015 광양읍 MG갤러리 개인전 - 기억의 편린전 | 2015 전라남도교육청 린갤러리초대개인전 - 기억의 편린전 | 2014 전라남도순천교육지원청내 갤러리청 초대개인전 - 기억,꿈,직관전 | 2012 광양시 중마 MG갤러리초대전 - 기억,꿈,직관전 | 2011 순천갤러리아티스트초대전 - 기억,꿈,직관전 | 2010 ACAF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 관 부스전 - 한국미술의 빛 | 2008 ASYAAF (구)서울역사 - 조선일보 주최 부스전 | 2006 여성아트페어 - 광양 문화예술회관 2전시실 | 2005 광양문화예술회관 개인부스전 - 그림이야기전

 

단체전 | 2018 | 남중권예술제(경남문화예술회관) | 동서미술의현재전(마산3.15아트센타) | 영호남상생교류전(경북도청동락관) | 전남예총예술제(명량대첩전시관) | 전남미술제(목포노적봉예술공원미술관) | 한려미술제(사천문화예술회관) | 광양 포항 자매도시 미술교류전 (포항시립중앙아트홀) | 2017 | 중국심천자매도시교류전 (중국심천시관산웨미술관) | 전남청년작가전 (순천조강훈갤러리) | 영호남교류전 | 전남미술제 | 한려미술초대전(사천문화예술회관) | 광양포항미술교류전(포항시립중앙아트홀) | 여성작가회레드회전 | 광양미협정기전 | 광양예총가을향연전 | 전남예총예술제 | 고양시프랜카드전 | 2016 | 광양미협정기전(광양문화예술회관) | 광양예총가을향연전 | 광양, 포항미술교류전 (광양문화예술회관) | 2015 | 광양미협정기전 (광양문화예술회관) | 영호남교류전 | 광양포항미술교류전 (포항시립중앙아트홀) | 2014 | 수다쟁이전 (순천페드로키카페전) | 전남예총예술제 (목포문화예술회관) | 광양 미술협회정기전 (광양문화예 회관) | 2013 | 전남청년작가전 (순천문화예술회관) | 메타포전 (광양문화예술회관) | 남부현대미술제(대구문화예술회관) | 광양미술협회정기전 (광양문화예술회관) | 2012 | 메타포전 | 광양미협정기전(광양문화예술회관) | 2011대한민국미술축전(고양시킨텍스홀) | 영호남교류전 백운전 | 광양포항교류전 | 순천강남전 | 한려교류전 | 광양미술협회정기전 (광양문화예술회관) | 2010 | 홈플러스4인초대전 (광양홈플러스갤러리) | 전남청년작가전(순천문화예술회관) | 메타포전 | 광양 미술협회정기전 (광양문화예술회관) | 개천 미술대전 초대작가전(진주시립미 관) | 2009 | 동서미술의현재전(마산3.15아트센타) | 함편나비축제 꽃그림전 (함평갯벌미술관) | 광양미술협회정기전(광양문화예술회관) | 개천미술대전초대작가전(진주시립미술관) | 2008 | 남도미술의향기전 (순천문화예술회관) | 한려대학교 100호작품전 (광양문화예술회관) | 개천미술대전 초대작가전 (진주시립미술관) | 2007 | 한중자매도시미술교류전 (광양문화예술회관. 중국심천시) | 여류작가4인초대전(순천피오레갤러리) | 한려대학교 100호작품전(광양문화예술회관) | 개천미술대전 초대작가전 (진주시립미술관) | 2005 개천미술대전 초대작가전 (진주시립미술관) | 2003 | 호남대학교 여류작가초대전(광주) | 현대미술의 만남전 (중국위해시) | 2002 | 한일신미술회화의 입상전 (일본도쿄한국대사관)

 

수상경력 | 제4회 대한민국여성미술대전 금상 | 제5회 대한민국여성미술대전 특선 | 제39~40회 전라남도미술대전 입선 | 제16회 성산미술대전 특선 | 제17회 대한민국회화대전 입선 | 제21회대한민국미술대상전 우수상 | 제1회 포항포스코불빛미술대전 입선 | 제52~54회 개천미술공모대상전 특선 | 제6회 영남미술대전 특선

 

현재 | 한국미술협회회원 | 아트나우미술창고운영 | 광양여성대학수채화강사 | 물빛회미술지도

 

이메일 | sua0220@hanmail.net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vol.20181130-김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