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진 · 정보영 展

 

바라보다 Locking

 

 

 

누크갤러리

 

2018. 11. 16(금) ▶ 2018. 12. 15(토)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34길 8-3 | T.02-732-7241

 

www.nookgallery.co.kr

 

 

바라보다

조정란 Director, nook gallery

 

빛을 주제로 작업해온 두 작가의 만남은 새롭다. 전혀 다른 매체로 작업하는 그들은 빛으로 사유하며 소통한다. 빛과 공간, 상이한 매체가 함께하는 전시를 생각하며 두 작가를 떠올리게 되었고, 이상진의 조명과 정보영의 그림이 이루는 조화를 기대하며 두 작가에게 조심스레 전시를 제안했다. 서로 다른 매체에 대해 열려있는 두 작가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전시를 진행하게 되었다. 이제 새로운 경험을 공유하려 한다.

정보영은 실내에 들어오는 자연의 빛이나 밤하늘의 짙푸른 야광과 함께 인공의 빛인 촛불, 스탠드의 빛을 중첩시키곤 한다. 정보영의 「바라보다」는 창문을 경계로 밝은 외부의 빛과 어두운 실내의 대비가 엄숙하다. 작은 화면에 압도적으로 자리 잡은 집모양의 조명을 바라보는 화면 밖의 시선이 있다. 시선은 조명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 있다. 격자문 밖의 이성적인 하얀 자연광과는 대조적으로 조명은 어두운 실내 공간을 따스하게 밝혀준다. 조심스레 자신을 밝히는 빛으로 드러나는 바닥의 얼룩진 일렁임은 조용한 대기의 움직임을 암시한다. 작품「먼, 혹은 가까운」에는 밤하늘에 희미하게 퍼지는 신비한 푸른 광을 배경으로 멀리서 작은 램프들이 힘겹게 빛을 밝히고 있다. 자연의 빛은 이성적이고 범접하지 못하는 위엄을 가진 빛으로 그려진다. 반면 실내의 빛과 램프의 빛의 온도는 따스하고 가냘픈 떨림이 있다. 외로운 섬과도 같은 램프의 빛은 자연 앞에서 지극히 작은 존재이다. 정보영의 사실적인 그림에서 인지되는 초현실적인 분위기는 이러한 빛의 중첩에서 만들어지는 듯하다.

이상진의 시각은 자유롭다. 사물을 ‘다르게 보기’에서 출발하여 일상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의외의 방향으로 접근한다. 그는 LED를 이용하여 디지털화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으며, 기성 제품을 이용해 작업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퍼를 이어 붙여 램프를 만든다거나 플라스틱 소쿠리를 케이블 타이로 연결해 다양한 형태의 램프나 가구를 만들기도 한다. 플라스틱 빨대나 화분, 알루미늄 호일 등은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실현하는 재미있는 소재들이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Book Rest Lamp’는 잠들기 전 읽고 난 책을 올려놓을 수 있다. 읽던 페이지를 표시해 둘 필요 없이 그대로 얹어 놓으면 된다. 책을 올려 지붕을 만들어 비로소 디자인이 완성되는 램프는 우리의 일상적 삶과 소통한다. ‘Book Rest Lamp’는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제작되어 설치된다. 각각 램프 용도로도 쓰이지만 장소에 따라 조합을 달리하여 조형적인 설치물을 구성한다. 이상진은 자신의 작업에 사용자의 용도나 기호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

순수회화와 실용적인 디자인이 함께하는 전시 <바라보다>를 통해 서로를 바라보고 받아들이며 서로에 대한 인식을 넓혀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화면 밖에 머무는 시선은 공간 안의 조명을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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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81116-이상진 · 정보영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