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일우사진상 수상자

 

박종식 展

 

 

 

일우스페이스

 

2018. 10. 31(수) ▶ 2018. 11. 27(화)

서울시 중구 서소문로 117 | T.02-753-6502

 

https://www.ilwoo.org/ilwo_about02/about01.php

  

 

한진그룹 산하 일우재단은 대한항공 서소문 빌딩 1층 로비에 위치한 일우스페이스(一宇SPACE)에서 박종식(40, 한겨레신문사 사진기자)의 개인전 <안녕(Say Hello)>을 개최한다. 박종식 기자는 지난 2월, 제9회 일우사진상에서 보도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10월 31일(수)부터 11월 27일(화)까지 일우스페이스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둘 중 한명은 비정규직, 누구일까요’, ‘해고노동자들, 그리고 3년 후’, ‘굴뚝일기’ 등 오늘날의 사회 현실에 내재한 구조적 문제들을 시각화 한 사진작품 30여 점을 소개한다.
<둘 중 한명은 비정규직, 누구일까요>는 비슷한 복장에 같은 자세를 취한 두 노동자를 촬영한 사진이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정규직이고 다른 한 명은 비정규직이다. 박종식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와 차별에 대해 질문하는 동시에 그러한 기준을 설정하는 현대 자본주의, 신자유주의를 비판한다.
박종식은 자신의 사진이 가지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언제 어떻게 해고될지 모르거나 특정 시간만 쓰이고 버려지는, 이런 삶을 감당해야 하는 노동자가 노동인구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9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더욱이 이들을 둘러싼 노동환경은 더욱더 악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진보에 대한 희망을 품고 대한문 앞에서,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광장, 청와대 앞에서, 굴뚝 위에서, 조명탑에서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싸우고 있다.
비록 내 사진이 ‘살다가 지친 사람들을 위한 사철나무 그늘’이 되어 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되뇌며 카메라를 들고 길 위로 나선다. 지금, 여기 펼쳐 놓은 사진과 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대한 나의 답이기도 하다.”
<당신의 몸짓>은 2017년 6월 1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관 로비에서 있었던 민주노총 조합원의 연좌 농성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경총 해체’를 주장하던 민주노총 조합원 20여명과 경총 측이 대치하던 현장에서 박종식은 경총 측의 표정과 몸짓에서 빈정거림, 조롱, 경멸을 읽었다. 박종식은 ‘그들이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던 이들은 일터에서 부당하게 내쫓겨 길에서 세월을 버티며 공장으로 돌아가기만을 기원하는 이들이다’라고 말하며, 그들의 ‘몸짓’을 포착하여 모순의 현실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처럼 박종식의 사진은 사회 구조적 폭력에 의해 희생 당한 이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신념의 상징이다. <해고노동자, 그리고 3년 후> 연작에서는 이러한 그의 생각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2012년 박종식은 해고노동자의 초상사진 연작을 신문에 싣는 기획을 준비 중이었다. 그는 이에 대해 “그것이 일간지 사진기사인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연대라고 생각했다.”고 밝힌다.
박종식은 2012년 4월 21일, 경기도 쌍용차 평택 공장 정문 앞에서 열린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 22명을 추모하는 자리를 찾았다. 그는 그날 쌍용차 해고자를 비롯한 해고 노동자 13명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3년이 흐른 뒤, 박종식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그들을 만나 다시 촬영하였다. 그들은 복직했거나 아직 해고 상태이거나 잠적해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해고노동자, 그리고 3년 후> 시리즈 중 하나는 2012년 추모식에서 만난 기아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윤주형씨 모습(왼쪽)과 2015년 4월 26일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의 윤주형씨 묘소(오른쪽)를 촬영한 사진이다. 윤주형씨는 2013년 1월 28일 서른여섯의 나이에 “버티는 일조차 너무 힘들다.”며 세상을 등진 뒤에야 복직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박종식은 해고노동자의 그늘진 삶의 궤적을 추적하는 이 작업을 통해 한국 노동 현실의 민낯을 드러낸다.
<꽃길>은 2016년 6월 13일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인 유성기업 노동자 한광호 씨의 분향소를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으로 옮기는 '꽃길 100리' 행진에 참가한 동료 노동자의 모습을 담고 있다. 노조 대의원으로 활동하던 한광호씨는 회사의 노조 파괴 공작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종식의 사진은 사회적 폭력에 의해 희생당해 이름 없이 사라져간 이들을 다시 기억하고, 그들과 함께 항쟁하기 위한 연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굴뚝일기>는 파인텍 해고노동자 홍기탁, 박준호씨의 고공농성을 담은 사진이다.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은 지난해 11월 12일 새벽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에 올랐고, 그 뒤로 현재까지 수백일 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복직을 꿈꾸며, 겨울, 봄, 여름, 가을을 굴뚝집에서 버티고 있다. 40도를 오르내리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던 지난 여름에도 이들의 고공농성은 계속되었고, 굴뚝 위 차양막 속의 온도는 50도에 가까웠다고 박종식은 말한다. 박종식의 사진은 이들의 치열한 싸움과 간절한 호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생각한대로 살아가고 있지는 못하지만, 살아가는 대로 생각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하는 박종식은 이처럼 사람들이 관심 갖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의 현장을 담음으로써 자신의 사진이 그들의 의지와 희망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기를 의도한다.
박종식 기자는 제9회 일우사진상에서 보도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박종식의 사진에 대해 심사위원 올가 비소(Olga Viso, 전 워커아트센터 책임 디렉터)는 ‘사회 여러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현상들에 대한 깊은 감정과 울림들을 안정적인 시각으로 담아 냈다’고 평가했고, 박만우 관장(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은 ‘이전까지 한국 보도사진에서 보여주지 못한 스타일을 시도하고 성과를 이뤄냈다는 점’에 주목하고, 박종식의 작업을 용기 있는 시도라 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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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81031-박종식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