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전기 展

 

보이지 않는 풍경 Invisible Scenery

 

 

 

사진위주 류가헌

 

2018. 10. 30(화) ▶ 2018. 11. 11(일)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6 | T.02-720-2010

  

 

서울 류가헌과 전주 서학동사진관은 지역은 서로 떨어져 있으나 품은 뜻과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같아 마치 함께 걸어가는 ‘길동무’ 같은 사이다. 한 해 동안 서로의 공간에서 전시한 전시작 중에, 지역을 바꾸어서 다시 나누어 보고 싶은 사진들로 교류전을 이어온 지도 여러 해다. 서학동사진관이 추천하고 류가헌이 선정한 올해의 교류전 전시는, 김전기 사진전 <보이지 않는 풍경 Invisible Scenery>이다.
흰 백사장에 설치된 야외 예식장에서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신랑신부. 하객들은 의자에 가지런히 앉아있고 밀려오는 파도는 포말을 일으키며, 누군가 축가를 부르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는다. 멀리 바위들도 묵묵한 하객들처럼 장면에 어울리고, 프레임에 반만 걸린 소나무조차 자연스럽다. 여기서 단 하나 ‘이물감’이 느껴지는 요소를 찾자면, 야외예식장과 해변을 가로막고 서 있는 철책 뿐이다. 그런데도 철책은 마치 오래전부터 이 풍경의 일부인 양 의연하고, 사람들도 태연하다. 있어서는 안 되는 지점에 있지만, 개의치 않으므로 보이지 않는다.
이 철책처럼 실제 기능이 ‘경계’가 아니더라도, 일상과 비일상이 모호하게 뒤섞인 경계에 선 사물들은 이어진다. 풀밭 쑥부쟁이 꽃들 사이에 함께 엉켜있는 철조망, 어린아이들이 노는 유원지 너머에 서 있는 경비초소...사진가 김전기가 주목한 ‘보이지 않는 풍경’이다. 그는 2007년부터 자신의 삶의 터전인 강릉을 기점으로, 7번국도 근처의 경계선과 군사시설물과 일상이 뒤섞이는 지점을 포착해 사진에 담아왔다.
통일 전망대에서 남쪽으로 길게 이어져 있는 철책과 군사시설물들은 분단 60여 년이 지나면서 서서히 그 본래의 의미가 흐려졌다. 동해의 이름난 해수욕장 근처는 이미 철책과 군 초소가 철거되었고, 상업 시설들이 들어섰다. 조금씩 허용된 틈은 이제 경계의 존재마저 잊게 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그것은 일종의 조형물처럼, 더러는 기념 촬영지처럼도 되었다.
작가는 이처럼 아이러니한 풍경들을 통해서, 오랫동안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에 오작동을 일으키게 했던 상징들이 정치적·경제적 상황이 변함에 따라 어떻게 바뀌어 가는 지를 흥미롭게 지켜보는 중이다. <보이지 않는 풍경> 시리즈는 바로 그 주목의 결과물이다.
전시 <보이지 않는 풍경> 10월 30일부터 류가헌 전시2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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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81030-김전기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