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무 展

 

 부유하는 집, 뿌리내린 집 

 

 

 

갤러리담

 

2018. 8. 8(수) ▶ 2018. 8. 20(월)

서울시 종로구 윤보선길 72 | T.02-738-2745

 

https://www.gallerydam.com

  

 

작업노트
부유하는 집, 뿌리내린 집
긴 공백 이후 열게 된 지난 해 전시의 제목은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안락과 행복의 상징인 집에서 느꼈던 상반된 감정들 - 불안과 고립감, 억눌림 등을 그림에 담으며,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격, 그 상황에서 갈등하는 여러 개의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이었다.
전시를 마칠 때쯤, 서울에서 개최되는 ‘이주민영화제’의 포스터 이미지를 제작하게 되었다. 태어나고 자라온 나라를 떠나 이주하고 정착한 사람들에 관한, 또는 그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영화제였다. 나 역시 현재 일본에서 거주하는 이주민이다. 집을 갈망하지만 집에서 평안하지 않았던 시간들이 ‘이주’라는 큰 변화 속에서 생겨났음을 다시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부유하는 집, 뿌리내린 집”
꽃씨가 바람을 타고 부유하는 모습에서 이상을 꿈꾸며 떠나는 이주민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최근 작업에서 집들은 길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그저 떠있고 흘러갈 뿐이다. 집은 떠난 자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뿌리를 내려보기도 하고 줄기를 뻗어 어딘가에 매달려보려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뿌리를 내릴수록 고립되고 공허한 공간에 놓인다.
현대 사회는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소통이 가능하다. 탈국경, 탈경계야말로 지금의 사회를 압축하여 보여주는 단어들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 현실의 내가 존재하는 물리적인 공간에 적응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부족해지기도 한다. 나와 소통하는 사람들은 늘 온라인 상에 존재하며 내가 사는 ‘장소’와의 관계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떠난 곳에서도 떠나와 사는 곳에서도, 나는 ‘이방인’이 됨을 느낀다.
그림 속 풍경들은 이상과 현실의 경계 즈음이다. 이주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집, 떠나온 나의 고향과 현재 내가 머무는 곳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주를 하지 않더라도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도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다 위의 드문드문 떠 있는 섬처럼 온라인 사회의 고립된 사람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으므로.


최나무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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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80808-최나무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