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디다 회퍼 展

 

Spaces of Enlightenment

 

 

 

국제갤러리

 

2018. 7. 26(목) ▶ 2018. 8. 26(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54 | T.02-735-8449

 

https://www.kukjegallery.com

  

국제갤러리는 현대 사진의 지평을 넓혀온 세계적인 작가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의 개인전 《Spaces of Enlightenment》를 7 월 26 일부터 8 월 26 일까지 개최한다. 국내에서 네 번째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지난 50 여 년간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공간과 인간을 사유해 온 칸디다 회퍼의 작품들 중에서도 1990 년대 말부터 근래까지 촬영된 ‘공연장(Theatre, Opera House)’, ‘도서관(Library)’, ‘미술관(Museum, Collection)’ 등 특정 기관의 공간에 주목한다.
이번 《Spaces of Enlightenment》전에서 선보이는 공연장, 도서관, 미술관의 내부공간은 다양한 시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동시에 모두 인간의 ‘깨달음(Enlightenment)’을 가능하게 한 장소다. 소위 18 세기 서구 계몽주의 사상으로 알려진 “Enlightenment”는 인간을 포함해 자연, 사회, 정치에 대한 객관적 관찰과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행위 또는 상태다.
근대 철학, 정치, 문학, 건축, 예술 등 사회 전반에 폭 넓은 영향을 미친 계몽 사상은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의 힘, 즉 이성의 빛에서 출발한다. ‘Enlightened(깨우친, 계몽된, 개화된)’라는 단어의 의미와 더불어 불교의 돈오(頓悟)로 해석되거나 빛으로 도상화되기도 하는 ‘깨달음’의 행위는 단순한 지식의 축적에서 비롯되기 보다 연역적 사고와 경험을 통한 인식의 변화, 일종의 ‘깨어나기’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 속 공간은 사유의 단초를 제공하고 인식의 변화를 일깨운 사회적 장소들로 읽힌다.
국제갤러리 K2 의 1 층은 뒤셀도르프 시립극장(Dusseldorf Schauspielhaus)을 시작으로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갈, 아르헨티나의 극장과 오페라 하우스의 내부 공간을 담은 작품으로 구성된다. 이들 공간은 다양한 건축 양식과 시대적, 사회적 변화를 가늠하게 한다. 예컨대 명문가의 사유지에 마련되었던 개인 극장(Teatro di Villa Aldrovandi Mazzacorati, Bologna), 닫힌 공간을 더 넓고 깊게 보이도록 원근법을 이용한 설계 방식(Teatro Olimpico Vicenza), 공공 기금을 통해 건립되고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설 극장(Teatro Communale di Bologna) 등은 이전 왕족과 귀족에 국한된 음악과 청중의 존재가 계몽시대 중간계급의 부상과 맞물려 확대되고, 이로써 공적 기관의 설립 및 대중화로 이어진 일련의 역사를 대변한다. 귀족들이 소유하다시피 한 박스석, 일반 청중들이 대부분 서서 관람하던 파르테르(오늘날의 스톨석)의 구성과 비교해, 이후 파르테르에 의자가 설치되고 나아가 공간의 계급적 분할이 사라지는 변화는 특히 주목할 만 하다.
K2 2 층에서는 인간의 지적, 심미적 추구의 장으로 한데 묶일 수 있는 도서관과 미술관의 공간들이 소개된다. 중세 바로크 양식의 수도원 도서관과 프랑스국립도서관, 뒤셀도르프 아카데미 내 복도에 놓인 작은 서가, 빌라 보르헤스, 에르미타주미술관, 율리아 슈토셰크 컬렉션 등 작품 속 내부 공간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 곳에 머물고 스쳐간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사회적, 인문학적 장소로서의 역할을 획득했으며, 장서와 미술품, 벽화, 가구 등의 구성과 맥락으로 고유한 개성을 부여 받아왔다. 특권계층을 위한 곳에서 민주화된 문화의 장소로 바뀌게 된 이러한 공간들은 무수히 많은 예술가, 역사학자, 철학자가 청중, 관객과 교류하였고 인식의 변화를 거쳤으며 그 과정에서 음절, 글귀, 시선, 소통의 순간은 깨달음으로, 더 나아가 예술 창작의 위대한 순간으로 이어졌음을 시사한다. 칸디다 회퍼는 이 모든 것이 축적된 공간들을 그만의 긴 호흡으로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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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80726-칸디다 회퍼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