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s: from Warhol to Chun Kyung-ja 展

 

 

 

제이슨함

 

2018. 6. 7(목) ▶ 2018. 7. 31(화)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31길 73

 

www.jasonhaam.com

 

 

제이슨함은 “Faces: from Warhol to Chun Kyung-ja”라는 제목으로 첫 그룹전시를 선보인다. Andy Warhol부터 Glenn Brown, Robert Mapplethorpe, Yoshitomo Nara, Michaël Borremans, Fernando Botero, Elizabeth Peyton, John Currin, André Butzer, Meleko Mokgosi, Pierre Huyghe, 그리고 Chun Kyung-ja까지 여러 작가들이 참여하며, 1층과 2층의 전시공간 전체에서 엄선된 다양한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한 개인을 재현하는 장르로서 역사적으로 초상화는 주로 기억과 기념을 위해 그려졌다. 개인의 연령, 사회적 지위, 성격과 내면 등이 시각적으로 재현되었고 초상은 ‘닮음’의 문제로 수렴되었다. 닮았다는 것은, 물리적 닮음 뿐 아니라 내면의 투영까지 포괄한다. 사진과 사진술의 등장 이후 정확한 기록 매체로서 회화는 그 지위를 사진에 내어주었을지 모르나, 그럼에도 초상화의 맥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현상은 초상화의 본질이 적확한 묘사 이상임을 반증한다. 예술가가 개인의 내면 세계를 창조적으로 재현하는 것, 나아가 얼굴을 다루는 방식 자체에 그 가치가 있는 것이다.

특히 현대 예술가가 포착하여 남기는 초상화에는 보다 많은 것들이 담긴다. 이는 단순히 기록하고 옮기는 것 이상으로, 좀더 능동적인 정체성의 표현 수단일 수 있고, 내면을 드러내고 가시화시키는 수단일 수 있으며, 근원적인 자기에 대한 탐구의 결과물일 수 있다. 혹은 작가가 바라본 대상에 대한 애정의 표현일 수도 있다. 이제 ‘얼굴’은 예술가에 의해 보다 능동적으로 선택되며 예술적 오브제처럼 기능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 초상 속 얼굴은 하나의 매체이자 매개로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거나 그 자체로 독창적인 해석으로 자리한다. 즉 오늘날의 ‘얼굴’ 그림들은, 그동안 초상화를 지배하던 ‘닮음’의 문제를 떠나있다.

2018년 6월 7일에 예정된 전시를 통해, 제이슨함은 이러한 동시대 초상화의 다양한 실천을 관찰하고, 그 다각화된 양상을 즐겁게 살펴보고자 한다. 각각의 얼굴들을 바라보며 두드러지는 개성적인 표현양식과 자유로운 묘사를 찾아내는 것은 관람의 묘미가 될 것이다.

팝 아트 운동의 선구자인 Andy Warhol은 그의 실크스크린 초상 연작을 통해 상업화를 꾀하면서 초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1960년대의 대중문화와 매스 미디어를 기반으로, 그는 대표적인 초상 시리즈에서 인물들을 일련의 복제 가능한 이미지로 축소시키면서 새로운 양식을 선보인다. 이러한 기법은 작가와 대상 사이, 그리고 대상과 관람자 사이에 일정한 거리 두기를 가능케 한다. Berkeley Reinhold (circa 1979)에서, Warhol은 로리타식의 자극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 어린 소녀의 폴라로이드 이미지를 실크스크린 프린트로 전환한다. 이 도발적인 연작에서, 그는 작품 속 인물의 개성을 탈각시키고 대신 그의 시선을 대상에 투사하여 관음적인 차원을 부가한다. Warhol의 원색적인 색조는 대상에 대한 일차원적인 해석을 자아내며 유혹과 순수함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

일례로 Glenn Brown의 Dance of the Seven Veils (2014)는, 작가 특유의 가늘고 휘몰아치는 붓질과 부자연스러운 색채 사용을 가장 잘 보여준다. 어딘가 주세페 아침볼도(Giuseppe Arcimboldo)를 연상시키는 전통적인 측면 구도의 인물 묘사는 그러나 썩어가는 듯한 피부가 길고 구불구불한 수염과 어우러지며 마치 악취가 스며드는 듯한 환영을 자아낸다. 이는 보통의 이차원적 감상을 후각까지 네 가지 감각의 차원이 공존하는 경험으로 변형시킨다. 전통적 묘사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독창적인 감각의 차원을 넘나들며, Brown은 초상화 감상의 새로운 장을 암시하는 듯 하다.

Michaël Borremans의 Portrait III (2006)는 작가 특유의 어두운 색채를 띄고 있는 세피아 톤의 배경 위에 남성의 얼굴이 묘사되고 있다. 그의 화면에 담기는 것은 지극히 보통의 일상적인 인물이지만, 그의 작품을 비범하게 만드는 것은 인물의 표정이다. 형언하기 어려운 심오한 표정의 인물들은 어딘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관람자를 사로잡는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의 대척점에 놓인 작업은 Yoshitomo Nara의 The Girl in Green (1994) 과 This is how it feels when your words mean nothing at all / girl (1995)일 것이다. 밝은 색조의 인물들은 커다란 눈망울로 관람자를 응시하고 있다. 어딘가 악동같은 모습의 소녀들은 시니컬한 태도로 사회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다. 나라는 네오팝(neo-pop)계열의 작품으로 예술과 대중문화를 영리하게 결합하여 소녀의 눈을 통해 그의 비판적인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Robert Mapplethorpe는 그의 흑백사진 연작에서 초상과 정물의 세계를 탐구한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작가는 활발하게 언더그라운드의 퀴어 문화를 포착하였다. 세심하지만 전면적인 접근방식으로 그는 대상의 아름다움, 섹슈얼리티, 필멸성 등을 주제로 폭넓게 다루었다. 그 양면성 사이의 균형을 작품의 형식과 구성을 통해 모색한다. Robert Sherman (1983)에서, Mapplethorpe는 인간 신체의 윤곽과 명암을 집중적으로 드러내며 조각같은 사진을 만들어낸다. 탈의를 거친 나체의 대상을 조명하여 가장 날것의 인간 초상을 구현하는 것이다. 그는 카메라 프레임을 통해 정체성과 지각을 탐구하며, 그가 전달하는 결과물은 섬세하고 감정적으로 충만하다.

한편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 위치하는 것은 Pierre Huyghe의 영상 The Host and the Cloud (2009-2010)에 등장하는 LED와 알루미늄 마스크다. Huyghe가 적용하고 있는 ‘얼굴’은 극단적으로 인간적인 특징이 결여된 오브제로, 이제 작가는 단순한 인간 재현을 벗어나 얼굴을 매개로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탐구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Warhol의 유혹적인 미소부터 천경자의 강렬한 시선까지, 제이슨함은 ‘얼굴’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20세기와 21세기의 주요한 유산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초상이라는 장르의 변천부터 작가가 얼굴을 다루는 방식까지, 제이슨함의 첫 그룹전시는 다양한 작가들의 독창성을 탐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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