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展

Sunghea Paik

 

 천의 인연 1510_194x259cm_Acrylic on Canvas_2015

 

 

2018. 6. 5(화) ▶ 2018. 6. 10(일)

대구광역시 수성구 무학로 180 | T.053-668-1800

 

www.ssartpia.kr

 

 

천의인연 1713_227x182cm_Acrylic on Canvas_2017

 

 

..........이러한 과정을 거친 백성혜의 화면은 푸른색조든 분홍색조든 한 가지 색으로 정의하기 어렵다. 푸른색이라 할지라도 수많은 붓질이 중첩되면서 채도와 명도가 달라지고, 한 화면에서도 부분마다 색의 뉘앙스가 다르다. 은은히 중첩된 물감층의 결과로 표현된 공간감과 빛의 난반사가 이루어진 듯한 화면은 흡사 무중력적인 우주 공간과도 같다. 하지만 그의 화면이 실재하는 물리적 공간을 표현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떠한 특정한 가시적 대상물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수많은 붓질이 중첩된 행위의 흔적으로, ‘묵언수행’과 같은 행위를 통해 도달한 심상(心想)이다.

백성혜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단색조 회화의 범주에서 읽을 수 있다. 실제로 1970년대 후반에 대학을 다닌 세대이기 때문에 단색조 회화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다. 단색조의 화면뿐만 아니라 반복적인 붓질 역시 1970년대 단색조 화가들의 방법론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970년대 단색조 화가들의 반복적인 붓질이 흔히 ‘수행’의 차원에서 해석되는 것과 달리, 백성혜의 작품에서 반복은 시간의 축적을 의미한다. 또 박서보, 정상화, 권영우 등의 단색조 화가들이 행위의 흔적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작가의 신체성을 강조하는 데 비해, 백성혜는 행위의 흔적을 최소화한다. 대신 이처럼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과 무수히 반복된 붓질이 잘 드러나지 않게 됨으로써 화면의 공간감은 두드러진다. 또한 행위의 흔적을 드러내지 않은 결과 화면은 고요함으로 가득 차게 된다. 흔적도 없이 끝없이 반복하는 붓질은 불가에 말하는 고요 속의 수행과도 상통하는 점이 있다. 이는 물론 과묵하게 사물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작가 개인의 성향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요컨대, 백성혜의 단색조 화면은 ‘우려내기’ 기법에 토대를 둔 것으로, 반복적 붓질은 물리적으로는 물감의 축적이지만 바탕색을 지워간다는 점에서는 ‘마이너스의 행위’라는 점에 그 독자성이 있다.

그러면 백성혜가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캔버스의 가장 밑바닥을 이루고 있는 불규칙한 형상은 얼핏 앵포르멜 회화의 화면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는 앵포르멜 화가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내적 고통이나 울분의 흔적이라기보다는 인간이 세상사를 살아가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일상적 경험에서 배태된 심상으로 읽힌다. 불규칙한 형상들이 화면의 기조로 남아있지만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수많은 붓질이 이를 덮는다. 밤하늘의 별이 모든 것을 품어 아름답게 빛나듯이 화면의 수많은 붓질은 인간의 모든 상념과 희로애락을 잠재운다. 그리고 그 위에 크고 작은 점들이 찍힌다.

재불화가였던 이성자는 한국과 프랑스를 오갈 때 비행기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무수한 별이나 우주 공간을 수많은 점을 찍어 표현하기도 했는데, 백성혜의 화면을 채운 둥근 원이나 점은 달과 별 같은 가시적인 바깥세계가 아니라 만남과 관계를 표현한 것이다. <천의 인연>이라는 명제에서 드러나듯이 그의 작품은 억겁의 인연에 대한 메타포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람과 사물 등 지상의 존재들은 무수한 만남을 통해 복잡한 관계를 맺는다. 만남은 또렷하게 기억될 수 있고, 때로는 먼지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 화면을 채운 무수한 점들은 만남, 인연, 관계에 대한 묵상의 흔적이다.

 

김이순 (홍익대학교 교수,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

 

 

 

 

천의인연 1608_162x130cm_Acrylic on Canvas_2016

 

 

천의인연 1701_4_180x100cm_each Acrylic on Canvas_2017

 

 

천의인연 1705_180x440cm_Acrylic on Canvas_2017

 

 

천의인연 1709_162x454cm_Acrylic on Canvas_2017

 

 

 

 

 

 

 

 

 
 

백성혜 | Sunghea Paik | 白盛惠

 

미국 The University of Oklahoma 대학원 졸업 (M.F.A) | 영남대학교 대학원 졸업 (M.F.A) | 홍익대학교 졸업 (B.F.A)

 

개인전 | 24회 | 서울 | 대구 | 부산 | 미국 | 일본 | 프랑스

 

단체전 |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서울 2009 - 2013) | Northeast Asia Art Fair (Tokyo 2010) | 니임 국제현대미술화랑제(France)등 다수 참여

 

심사위원역임 | 대한민국미술대전 | 뉴프론티어공모전 | 신조형미술대전 | 대구미술대전등 다수

 

Email | sungartis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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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80605-백성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