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피 展

 

" Fiminism Fnositicism "

 

 

 

아트플레이스

 

2018. 6. 1(금) ▶ 2018. 7. 7(토)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 89 | T.02-567-6070

 

www.artplace.co.kr

 

 

Fiminism Fnositicism

이피가 인식하는 세계는 외관상 보이는 하나의 유기체가 아니다. 피부로 둘러싸인 신체의 모든 기관들은 각각 나름의 방식으로 존재한다. 여성의 몸에 대한 생각은 이피의 작품에서 예전부터 계속되는 화두다. 신작들로 구성된 본 전시에서는 페인팅 , 드로잉, 조각을 포함한 30여점을 선보이게 된다.
전시의 제목의 의미를 살펴보면 “Fiminism Fnosticism”는 작가의 이름인 이피(Lee Fi Jae)의 Fi와 Feminism, Gnosticism를 연결해 작가가 만든 조어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의 작품들을 제작하면서 들었던 생각을 내비쳤다. 그 동안 제사에는 남성들만이 참여하여 여성은 늘 제한되었는데, 여성만을 위한 제사 및 제단을 설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피는 “나의 제단은 불교식, 힌두식, 서양 종교식도 아닌 나만의 그노시스를 품고 있으며 페미니즘이 미술과 결합하여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면서 그 제단(작품)위에여성성과 존재에 대한 인식, 비밀스러움 등을 간직한다”고 말한다. 그는 매일매일 드로잉을 하며 그 드로잉들로 여러 단편소설과도 같이 작품을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주축으로 하여 큰 그림을 완성해낸다. 그날그날의 기운을 각기 다르게 묘사하며 에너지 넘치는 필법으로 변형시킨다. 베이스는 작은 그림에서 시작되었지만, 이피의 작품 속 에너지는 차고 넘친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사건들을 마음으로 품고 모든 이들을 위로하며 죽은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제단화와 같은 이번 출품작 중 주요한 신작을 3점을 꼽았는데, ‘모든 종교의 천사’, ‘내 몸을 바꾸기 위한 신체 진열대’ ‘난 자 의 난자’ 이다. 작품에서 보여 지는 작가의 아주 기발한 상상력은 이전에도 많이 보여주었던 이피의 가장 돋보이는 주제, ‘여성의 몸’에 대한 서사이다.
“내 회화 작품들은 고려불화의 선과 색채를 원용하는데 나는 이 기법으로 서양 회화의 등장인물인 ‘천사’를 그려보고 싶었다. 천사를 그리는 것은 일종의 메신저, 심부름꾼, 징조를 그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또한 천사들을 자신의 몸처럼 사용하는 ‘신’보다 그 몸을 중앙에 놓아드리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천사를 불러옴으로써 우리나라에서 죽어간 많은 영혼들을 위로해 드리고 싶었다. 죽음 소식을 들으면 몸이 떨렸다. 분노와 슬픔이 복합된 감정이 치솟았다. 나는 제단화를 구상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제단화엔 신이 가운데좌정하고, 천사는 위나 뒤로 밀린다. 그와 반대로 나는 천사를 가운데 배치하고, 동서양의 신들은 천사 날개의 품에, 폭탄과 화살들을 사방에 배치했다. 천사는 하늘과 땅,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 명사와 다른 품사들 사이의 조사나 전치사처럼 사이에 사는 메신저이다. “모든 종교의 천사”는 주객전도, 색채와내용을 전도시켜 본 것이다.
“내 몸을 바꾸기 위한 신체 진열대”는 여성의 몸이라는 것을 벗고 입을 수 있는 것이라면 하고 상상해보았다. 마치 한 생 안에서 윤회를 거듭하는 우리처럼 말이다. 내한 몸이지만 여러 몸들인 진열장을 상상해 보았다. 8쪽의 그림으로 제작했다. 8쪽의 몸들을 걸어두는 공간을 상상하자 병풍이 되었다. 나는 병풍 안에 내 몸 8개를 걸어놓고 날마다 바꿔 입는 상상을 했다. 누가 나를 다치게 하면 나는 또 다른 몸을 입을 수 있었다.
“난 자" "의" "난자”는 3폭의 그림으로 완성되었다. 가운데 여성의 몸이 있고, 양쪽에 그 여성의 알들이 배치되어 있다. 여성의 ‘알’ 속엔 여성이 키우지 못한 무수한 생명들이 들어 있다. 여성의 몸에 가해진 시선들, 금들, 억울한 누명들, 폭력들, 폭언들과 마음을 다치게 하는 무수한 차별들이 여성으로 하여금 제 알의 보따리들을 열어보지도 못하게 하지 않은가. 나는 그렇게 떠나보낸 무수한 알들을 여자인 나의제단에 평등하게 배치하고 싶었다.“

(작업노트 중)

 

이처럼 이피의 작품은 하나의 전체로써의 완결성과 다양함을 지니고 있으며 부분으로써는 몇 백, 수천개의 작품들이다. 각 부분을 들여다보면 다사다난한 사건과 인물들과의 관계와 사회구조 또한 얽히고 설켜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다년간불화를 배우면서 작가는 고려 불화의 선과 색채를 사용하여 개인적인 상상의 내러티브들을 담았는데, 금빛으로화려하게 수놓아지듯 작품이 보다 조형적으로 탄탄하게 완성된 것 처럼 느껴진다.
이번 전시에서 이피가 소환하는 상상의 세계는 드로잉으로 시작되어 페인팅과 조각까지 다양하게 변주된다. 이피의 독특한 예술관, 예술세계로 들어가, 작가가 스스로를 위해 만든 제단(작품) 에서 그가 선사하는 세례를 받는 경험을 해보고 앞으로의 그의 세계에 대한 여정을 탐닉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글. 문예슬(아트플레이스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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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80601-이피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