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욱 展

Lim Chae Wook

 

인수봉 - Insubong

 

 

 

 

2018. 5. 11(금) ▶ 2018. 5. 30(수)

서울시 종로구 평창36길 20 | T.02-396-8744

 

blog.naver.com/kimboseong66

 

 

insubong 1803_Archival Pigment Print on Hanji_160x107cm_2018

 

 

임채욱의 작가정신과 인수봉 프로젝트

 

윤범모 (미술평론가, 동국대 석좌교수)

세계의 어떤 대도시를 가보아도 서울과 같은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는 도시는 없다. 한강이라는 거대한 강과 북한산과 같은 거대한 산을 동시에 품고 있는 도시가 없기 때문이다. 뉴욕, 워싱턴, 베이징, 도쿄, 파리, 런던, 베를린, 로마… 그 어떤 도시에도 서울과 같은 강과 산은 없다. 그래서 서울은 복받은 도시이다. 아니 서울 시민은 축복받은 시민이다. 그런데 시민들 스스로는 그 축복을 모르는 것 같다. 아무런 맥락도 없는 해치 같은 것을 서울시의 상징으로 삼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해치는 판관(判官)의 역할을 하는 일각수(一角獸)이다. 사자도 아니고 해태도 아닌 해치를 서울시의 상징으로 삼은 정책은 그래서 희극이다.

서울시의 상징으로 북한산 자락의 인수봉은 어떨까? 인수봉은 백운대와 더불어 서울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해발 810m). 온통 바위 덩어리로 이루어져 일반인은 쉽게 오를 수 없는 외경의 대상 그 자체이다. 우뚝 솟은 산, 우람하다. 그 멋진 자태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인수봉, 서울 시내 고층 빌딩 사이에서도 볼 수 있는 산, 우람한 산. 그 바위산은 마치 ‘큰 바위 얼굴’처럼 오늘도 서울시를 감싸 안아주고 있다. 그런 인수봉을 서울시의 랜드마크로 지정하자는 작가가 있다. 임채욱이다.

임채욱을 ‘인수봉 전도사’라고 불러도 좋으리라. 얼마 전에는 설악산을 주제로 하여 대형 전시를 개최하더니, 이제 인수봉을 들고 미술계에 나타났다. 임채욱은 미술계, 사진계, 산악계를 두루 섭렵한 이색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이른바 동양화 수학시절 인수봉을 소재로 한 수묵작업을 한 바 있고, 사진작업을 통하여 인수봉을 재해석하고자 했고, 더불어 산악인과 함께 인수봉 학습을 이루어냈다. 이런 바탕에서 이번 ‘인수봉 프로젝트’가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관광객처럼 인수봉의 외피만 그리려 한 것이 아니라, 그는 인수봉 내부로 들어가 인수봉의 내밀한 언어를 독해했고, 그 결과를 자신만의 작품에 담을 수 있었다.

 

 

insubong 1804_Archival Pigment Print on Hanji_160x107cm_2018

 

 

임채욱과 인수봉, 그 둘의 관계는 이제 30년을 바라보게 되었다. 임채욱은 군대시절, 수유리에서 철원행 버스를 타면서 인수봉을 처음으로 마주했다. 가슴으로만 본 3년의 인수봉이었다. 그 후 미대를 다니면서 3년간 인수봉을 화면에 담았다. 이어 방황시기를 거친 다음 인수봉을 주인공으로 하여 사진작업을 하기 시작한 지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그러니까 임채욱 인생의 절반은 인수봉과 함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에게 인수봉은 작가생활의 출발이면서 고향이기도 하다. 임채욱은 인수봉을 사진작업에 담으면서 크게 3가지 영역으로 정리했다. ‘인수봉의 초상’, ‘인수봉과 사람’, ‘인수봉과 서울’이다.

임채욱에게 인수봉은 ‘큰 바위 얼굴’처럼 외경의 대상이었다. 작가는 인수봉의 사계를 360도로 돌면서 촬영했다. 인수봉은 계절에 따라, 조석의 햇볕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독수리, 합장한 불자, 불상, 말 머리 등으로 보이는가 하면 날 저문 뒤의 외경은 남미 안데스의 거벽 파타고니아와 흡사하다. 임채욱은 그런 다면적 인수봉의 모습을 렌즈에 담았다. ‘인수봉의 초상’이다.

인수봉은 산악인에게 교과서 같은 훈련장이다. 한국 출신의 국제적 산악인이 많은 것도 모두 인수봉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수도 근교에 우뚝 솟은 인수봉은 암벽 등반 훈련장으로 훌륭했기 때문이다. 현재 인수봉에 오르는 바윗길은 89개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주말만 되면 수십 명, 때로는 백여 명의 사람들이 촘촘하게 인수봉 언저리에 붙어 오름짓을 한다. 도시 근교의 이색풍경이다. 임채욱은 그들을 주인공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자연과 인간, 그 관계를 천착한 결과이다. 그가 찍은 ‘인수봉과 사람’이다.

 

 

insubong 1805_Archival Pigment Print on Hanji_160x107cm_2018

 

 

‘인수봉과 서울’은, 도심에서 보이는 인수봉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 별이 빛나는 야경 속의 인수봉, 특히 도심의 아파트 사이로 보이는 인수봉은 장관을 이룬다. 수유역 버스정류장에서 보이는 인수봉은 더욱 크게 보인다. 대로의 횡단보도에서 보이는 커다란 산, 이는 세계적으로 드문 현상이다. 임채욱은 수면 위에 비치는 인수봉도 렌즈에 담았다. 물이 너무 가까워도, 혹은 너무 멀어도, 산의 전체 모습은 수면 위에 비치지 않는다. 인수봉의 경우, 8킬로미터 떨어진 우이천에서 반사되고 있다. 아이들이 물고기를 잡는 개울에서 인수봉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물속에 잠긴 인수봉의 모습, 그 뒤에 아파트촌이 배경처럼 서 있고, 밤하늘에는 별도 축복처럼 빛나고 있고… 인수봉의 또 다른 면모이다. 세계의 어떤 곳에서도 보기 어려운 풍경, 인수봉은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인수봉을 서울시의 랜드마크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유이다.

인수봉은 임채욱의 사진작업 속에서 새로운 모습을 나타냈다. 하기야 사진작가는 많고도 많다. 자연 특히 산을 소재로 하여 촬영 작업을 하는 사진가는 너무나 많다. 하지만 임채욱은 미대 출신답게 남다른 조형성을 챙기고 있다. 그것은 이색 재료의 활용에서도 도드라진다. 재료의 새로운 확장은 현대미술의 특징 가운데 하나이기는 하지만 한지를 사진작업에 끌고 들어온 것은 획기적인 사태이다. 특히 한지의 신축성을 활용하여 입체적으로 사진작업을  한 점은 놀랍다. 전통한지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필묵의 전통을 수학한 임채욱은 한지의 성질을 만끽했다. 수묵의 번지기 효과는 한지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이다. 임채욱은 수묵화의 효과를 사진으로도 대체할 수 있었다. 흑백으로 인화한 한지 사진작품은 수묵화 분위기를 잘 보여주었다.

 

 

insubong 1806_Archival Pigment Print on Hanji_160x107cm_2018

 

 

한지는 신축성이 좋은 종이이다. 질기고 유연함은 한지의 특징이다. 구길 수 있는 종이, 그 특성을 살려 임채욱은 인화지 대신 한지에 사진작업을 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 작가는 한지를 구겨 입체적 표현을 시도했다. 일종의 종이 구기기 부조이다. 산을 촬영한 사진작품이지만, 산의 괴량감을 한지 구기기 기법으로 입체감을 부여했다. 여기서 임채욱은 입체 사진작업에 조명시설인 등을 활용했다. 즉 한지사진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내부에 조명을 설치한 것이다. 그 결과 한지의 투과성 때문에 독특한 조명효과가 드러났다. 스마트 폰으로 장치하면 관객 참여의 효과도 낼 수 있다. 즉 스마트 조명 작품이다. 관객 참여의 음파 작업. 관객의 목소리에 따라 즉 음파에 따라 조명이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지 작업의 새로운 시도이다. 질기고 유연한 한지를 이용한 입체사진 작업. 이는 표현 형식의 확장이고 매체의 개발이기도 하다.

임채욱의 사진작업과 인수봉. 이는 치열한 작가정신의 소산이기도 하지만 인문학적 배경을 중시하는 작가의 태도와도 연결된다. 달리 표현한다면, 산의 겉모습만 촬영하는 일반 사진가와는 차원을 달리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취나드에 대한 그의 관심과 작업에서도 드러난다. 이본 취나드(Yvon Chouinard)는 국제적으로 명성 높은 아웃도어 의류회사인 파타고니아의 창업자이다. 그는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던 1963년, 인수봉에서 새로운 등반 루트를 개척했다. 물론 그곳은 장비 없이 올라갈 수 없는 직각의 암벽이었다. 그 길은 후에 ‘취나드길’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는 암벽 등반용 각종 장비를 개발했으며 친환경 제품의 생산과 환경운동을 통하여 자신의 명성을 국제적으로 높였다. 임채욱은 인수봉을 공부하면서 취나드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고, 결국 취나드는 임채욱의 멘토가 되었다.

‘관광 산수’라는 말이 있다. 관광객처럼 산의 겉모습만 슬쩍 보고 그린 산수화를 비판하는 말이다. 대상의 본질로 들어가기보다 피상적으로만 접근하는 태도, 이는 무게 있는 작품과 연결되기 어렵다. 임채욱은 인문학적 바탕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대상의 본질과 만나고자 고심하는 작가이다. 그래서 남다른 시각을 얻을 수 있었고, 또 그와 같은 결과는 자신만의 표현형식과 내용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임채욱의 인수봉 프로젝트는 작가정신의 다른 표현이라고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인수봉이 자아내는 의미는 새롭다. 인수봉은 서울의 자존심이자 보배이다. 인수봉이 서울시의 상징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긴 설명 없이 그의 사진들을 통해 직관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insubong 1815_Archival Pigment Print on Hanji_107x160cm_2018

 

 

insubong 1840_Archival Pigment Print on Hanji_160x107cm_2018

 

 

insubong 1842_Archival Pigment Print on Hanji_186x107cm_2018

 

 

insubong 18102_Archival Pigment Print_107x160cm_2018

 

 

insubong 18104_Archival Pigment Print_107x160cm_2018

 

 

insubong 18109_Archival Pigment Print_107x160cm_2018

 

 

 

 

 

 

 

 
 

임채욱

 

2002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개인전 | 2018 인수봉, 자하미술관, 서울 | 2018 인수봉, 금보성아트센터, 서울 | 2017 낙산, 꿈꾸는 산, 갤러리노박, 서울 | 2017 백운산장, 북한산 백운산장, 서울 | 2016 가야산 해인사 화엄세계, 해인사, 합천 | 2016 인왕산, 서울의 진경을 품다, 길담서원 한뼘미술관, 서울 | 2016 낙산, 서울의 지상낙원을 꿈꾸다, PLUSH, 서울 | 2016 인터뷰 설악산, 아라아트센터, 서울 | 2015 설악산, 국립산악박물관, 속초 | 2014 Inside Mountains, 아라아트센터, 서울 | 2013 인왕산 설왕설래, 서촌재, 서울 | 2013 The Mountains, 미묘화랑, 속초 | 2013 Snow Mountains, Shin Hwa Gallery, 홍콩 | 2012 Mind Spectrum, 쉐마미술관, 청주 | 2012 The Mountains, Shin Hwa Gallery, 홍콩 | 2012 Mind Spectrum, 표갤러리 아트스페이스, 서울 | 2011 Mind Spectrum, 비앤빛갤러리, 서울 | 2010 Mind Spectrum, Shin Hwa Gallery, 홍콩 | 2010 월천리 솔섬, 갤러리원, 서울 | 2009 Mind Spectrum, 청화랑, 서울 | 2009 Mind Spectrum, 하나아트갤러리, 서울

 

단체전 | 2017 신몽유도(新夢遊圖), 자하미술관, 서울 | 2016 山水, 풍경으로부터, 단원미술관, 안산 | 2016 지리산프로젝트 2016 :우주여자, 실상사, 전라북도 | 2016 실크로드의 新(羅)光, 경주엑스포공원 문화센터, 경주 | 2015 생각하는 빛,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 2015 1970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후, 환기미술관, 서울 | 2014 투모로우 2014,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서울 | 2014 BLUE IN D MAJOR, 일주&선화갤러리, 서울 | 2014 畵歌: 寫意찬미, 한원미술관, 서울 | 2014 Prudential Eye Awards, Suntec City, Singapore | 2012 레지던스프로그램 자연의 소리, 마산아트센터, 창원 | 2012 경남예술촌 연합전, 마산아트센터, 창원 | 2012 ArtRoad77 - 4회, 북하우스 아트스페이스, 파주 | 2011 Korea Art Today ‘Breathe’, Hong Kong Arts Centre, 홍콩 | 2011 남송국제아트쇼, 성남아트센터, 성남 | 2011 Travelers, 갤러리 화이트블럭, 파주 | 2011 KCAF 2011(한국현대미술제), 예술의 전당, 서울 | 2010 예술정원展, 갤러리 水, 서울 | 2010 ArtRoad77 - 2회, 갤러리 한길, 파주 | 2010 꽃보다 아름다운 展, 이윤수갤러리, 서울 | 2010 Life is life 展, 남송미술관, 경기도 가평 | 2010 21세기 미술의 젊은 힘-의정부 예술의 전당, 의정부 | 2010 Dreaming展 - 3인전, 아뜰리에 아키, 서울 | 2010 대상을 바라보는 2가지 시선, 갤러리 마놀린, 서울 | 2010 KCAF 2010(한국현대미술제), 예술의 전당, 서울 | 2010 Attention Please! - 젊은 작가 콜렉션, 진선갤러리, 서울 | 2009 KASF 2009, SETEC, 서울 | 2009 꽃보다 그림展, 경향갤러리, 서울 | 2009 KCAF 2009(한국현대미술제), 예술의 전당, 서울 | 2009 현대판화의 흐름展, 경향갤러리, 서울 | 2008 ART GROUP START, 서울파이낸스센터(SFC), 서울 | 2008 KASF 2008, SETEC, 서울

 

수상 및 선정 | 2014 The Prudential Eye Awards 선정(영국 Saatchi Gallery) | 2014 brilliant 30선정(현대자동차)

 

저서 | 『인수봉』, 다빈치, 2018 | 『낙산-꿈꾸는 산』, 쇳대박물관, 2017 | 『백운산장』, 한국산악회, 2017 | 『설악산-아름다움에서 무한으로』, 다빈치, 2016 | 『월천리 솔섬-솔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아트블루, 2010

 

작품 소장 | Deutsche Bank, Harbour City Hong Kong | Four Seasons Seoul, Grand Hyatt Seoul | Vision Tower, Fine Tower | 울산지방검찰청, 연세 세브란스병원, 대우건설 외 다수

 

E-mail | lastone@naver.com | Website | www.limchaewook.com

 

 
 

vol.20180511-임채욱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