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U ZHEN

 

 

 

페로탕 서울

 

2018. 5. 10(목) ▶ 2018. 7. 8(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팔판길 5 | T.02-737-7978

 

www.perrotin.com

 

 

 

페로탕 서울은 중국작가 쉬전 (Xu Zhen)의 개인전을 통해, 2013년부터 이어져온 그의 플래그십 아트 브랜드 XU ZHEN®의 역사와 주요 작품을 선보인다.

개념예술과 팝아트 전략을 골고루 사용하는 쉬전은 동떨어진 문화, 문명, 시대에 속하는 성상등을 이용해 부조화스러운 충돌을 일으키고, 세계화로 촉발된 맥락상실 현상에 질문을 던진다. 탈-마오 시대 중국의 소비주의를 향한 여정을 풍자적으로 반영하는 그는 2009년, 예술 법인 “메이드인 컴퍼니(MadeIn Company)”를 창업하여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다. 이는 아이디어, 아트, 비즈니스 간의 균형에 대한 거의 수행적인 행동 연구사업이다.

2014년 뉴욕 아모리쇼의 상업적 캠페인의 일환으로 선보인 바 있는 “Under Heaven” 연작은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유화물감으로 채운 짤주머니를 이용해 정교한 솜씨로 강렬한 색상의 꽃을 만들어낸 작품으로, 마치 생일 케익에 올려진 감미로운 아이싱을 연상시킨다. 향긋하고 섬세하며, 밝으면서도 퇴폐적이다. 해독 가능한 이미지와 이질적인 요소들이 한데 섞여 잠재의식적 모호함을 만들어 내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호화로운 축제로서의 경제 성장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중국의 글로벌화된 향락에 대한 은유인 것이다. 이런 해석과는 다르게, 쉬전은 그의 팝적인 “케익 페인팅”을 유년기의 유흥과 과잉에 대한 집단적 재현이자, 각 개인의 내적 경험을 시각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지시대상으로 보기도 한다. 이런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Under Heaven”은 정통 예술과 표면적인 아름 다움 사이의 문턱에서 기호 체계의 이중성을 드러내 보이는 작품인 것이다. 바르트였다면 이렇게 말했을 테다. “자기 자신의 임의성을 주목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팔아넘기지 않고, 의미를 전달 하는 바로 그 순간에, 자기 자신의 상대적이고 인공적인 지위를 암시하는 것이다.” 1 이는, 국가적으로 정치적 회복 과 경제적 호황의 시대이자 작가에게는 모호함과 교만의 시기였던 90년대 작업과도 맞닿아 있다. “부자가 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라는 덩샤오핑의 출처불명의 명언을 따르는 세상에 대한 의식과의 관계 속에서 쉬전은 예술의 권위, 권한, 한계에 대한 물음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위대한 문명과 예술사 속 전형들을 결합시켜 놓은 조각 설치 연작 “Eternity”는 문화적 상징의 충돌을 통해 인류사의 여러가지 크고 작은 권력투쟁을 섬세하게 접근하고 있으며, 이러한 주제는 최근의 캔버스 연작인 “Evolution”에서도 계속 다루어지고 있다. 문화혼종화의 폭력성을 담은 이 작품은, 아프리카와 중국의 전통 모티브를 짝지어 디지털 시대의 가속화된 세계화로 인한 의미와 맥락의 상실 현상을 더욱 폭넓게 문제화한다. 여기서 우리는 앞서 언급했던 임의의 “기호”로 되돌아가, 관람객이 선뜻 포착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그 무엇 하나 외양으로 판단할 수 없는 탈-인터넷, 탈-진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너무도 익숙해져 있는 거대한 분수령을 엿보게 된다.

“Metal Language” 연작의 기저에도 외양과 진실에 대한 유사한 문제의식이 깔려있다. 거울 표면에 금속 체인을 부착하는 강렬한 방식으로 정치 만평 속 문구를 재현하는 작품의 그래피티적인 구성은 일견 과격한 정치 언어를 찬양하는 듯 하지만, 금속 광택의 화려함은 이러한 첫 인상에 배치된다. 이러한 모순은 작품을 의미 있음과 의미 없음의 중간 지점인 유예된 상태에 놓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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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80510-XU ZHEN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