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경 展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2018. 5. 10(목) ▶ 2018. 6. 24(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5길 84 | T.02-541-5701

 

www.arariogallery.com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5월 10일부터 허은경 작가의 개인전 《보태니멀 가든 Botanimal Garden》을 개최한다. 2013년 이후 처음으로 기획된 이번 개인전에서는 전시장 지하의 대형 설치작품을 포함하여 100여점의 보태니멀 드로잉 시리즈를 선보인다.

허은경은 세포의 이형적 증식과 교합을 통해 유기체에 기이한 생명력을 불어 넣는 작업으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아라리오갤러리 1층에 전시된 작품의 이미지들은 식물처럼 보이지만, 모두 이형적인 생물체의 형상으로 그려져 있다. 식물이라는 의미의 ‘보태닉(botanic)’, 그리고 동물의 ‘애니멀(animal)’을 합성해 부르는 이 ‘보태니멀(botanimal)’ 시리즈는 정형과 이형의 경계, 동물과 식물의 분류, 아름다움과 낯선 상상력의 한계를 시험한다. 기괴함과 비정형을 배제해 버리는 지구 한 구석에 이들의 자리를 마련해 준 허은경은 한없이 하찮고 부질없어 보이는 생명체들이 주변에 치열하게 적응하려는 모습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이파리 한 줄기, 풀대에 돋아난 솜털, 우주를 비추는 것 같은 반짝이는 눈알에서는 처절한 생명에너지까지도 느껴진다.

특히, 동물과 식물을 교합하여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내는 허은경의 작업은 생물 분류학(taxonomy)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생물의 계통과 종속을 특정 기준에 따라 나누어 정리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인 분류학은 현존하는 모든 생물체를 대상으로 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들의 진화과정을 밝혀, 생태계 분석의 토대를 마련하는 학문이다. 허은경의 작업에 등장하는 이 생물체들은 자연적 환경에 의해 선별, 탈락되어온 진화의 과정과 닮아있다. 작가는 기존의 생물학적 특성을 변화시켜 새로운 종을 탄생시키고, 이들을 증식, 분열시켜 다양한 생물의 유전자들이 얽힌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다. 오히려 허은경의 생물체들은 진화이론에 따라 자연 선택의 결과로 형성된 종들이 갖는 유전적 다양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것 같기도 하다. “생물을 창조하는 것은 누구인가”, “창조를 과학적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생물학과 종교의 철학적 질문을 전복시키기라도 하듯 작가의 생물체는 창조와 생물체를 과학의 논리로만 제한적으로 설명하려 해온 우리의 태도를 반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장의 지하에서는 유기체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3차원의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대형 설치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은사를 뜨개로 엮어 만든 레이스 천막이 하늘을 만들고 땅에는 축축한 이끼가 어떤 생물체의 관처럼 보이는 무덤 위에 자라나고 있다. 작가는 실존하는 생명체가 사는 공간이 아닌, 외계의 장소로 관객들을 인도함으로써 우주적 생명력을 전달하는데, 이로써 우리는 그 거대한 메커니즘 속에 존재하는 인류, 나아가 인간을 지배하고 있는 시간과 운명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익숙한 풍경에서 이형적 낯섦을 증식, 분열시키는 허은경의 보태니멀 시리즈를 완성도 있게 보여주고자 한 이번 전시에서 피조물과 생명에 대한 미학적 탐구의 면모를 발견하기를 바란다.

허은경은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미국 캘리포니아 주패서디나에 위치한 아트센터(Art Center College of Design, Pasadena, CA)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 패서디나에서의 첫 개인전 《After Myth》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3회의 국내 개인전을 포함해 미국과 한국, 독일, 중국을 오가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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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80510-허은경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