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선 展

The 6th Solo Exhibition by Ryu, Ji Sun

 

- 돌아보다 -

 

돌아보다-섬_145.5x112.1cm_Acrylic on canvas_2017

 

 

 

가나인사아트센터 6F

 

2018. 1. 24(수) ▶ 2018. 1. 30(화)

Opening Reception 2018. 1. 24(수) pm5:30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41-1 | T.02-720-4354

 

www.jma.go.kr

 

 

돌아보다-창의문로_116.8x91cm_Acrylic on canvas_2017

 

 

일상 속 원시적 우주로 회귀하는 연어의 강렬한 생명력

 

     임학순 (문화정책평론가, 가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교수)

 

파편화된 도시의 욕망을 따라가다 보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잊게 된다. 보이는 것이 전부이고, 설정된 성과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것의 위대함을 느끼지 못하고, 탐욕에 사로잡히며, 경쟁하고, 좌절하며, 상처받는다. 내가 존재하고 있는 일상의 우주를 망각하고, 허상을 쫓는다. 잘 사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이 구분되고, 도시와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구분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마저도 하늘과 땅, 하늘과 바다, 산과 강으로 구분된다. 단절과 불연속의 경계 속에서 파편에 집착한다.  

 

류지선의 그림에는 보이는 것의 심층 구조에 흐르는 근원적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탐색하는 과정이 담겨있다. 우리 자화상의 실체를 그 근원을 따라 캐내고 있다. 작가의 그림 속에는 색채를 머금은 “선”들이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선은 원시적 우주를 탐험하는 여정이다. 원시적 우주는 선과 색으로 충만하고, 그 선과 색이 모여 형상을 창조한다. 작가는 땅 밑에서 솟아오르는 죽순의 생명력에서 선을 발견했다. 선은 대나무 숲을 휘돌며 강한 생명력을 발산하다. 그래서 일까. 류지선의 그림에는 창조의 에너지가 꿈틀댄다. 파편화된 일상에서는 보이지 않던 생동감이 새롭게 원시적 일상으로 나타난다. 텅 빈 인간의 몸에도 미세한 선은 남아 있다. 일그러진 인간의 형체는 선이 있어 새로운 탄생을 준비할 수 있다.

 

 

돌아보다-부산타워에서 본 풍경_116.8x91cm_Acrylic on canvas_2017

 

 

이와 같이 류지선의 그림에는 원시적 우주에 대한 진한 그리움과 회귀 본능이 강렬하게 배어 있다. 작가에게 원시적 우주는 인간이 자연과 우주와 함께 어우러지면서 조화롭게 통합된 세상이다. 이러한 통합과 공존의 세계는 한편으로는 추억의 끝에서 희미하고 몽환적으로 그려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간과 공간의 벽을 넘어 너무나도 투명하고 맑게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류지선의 그림을 만나면 도시화, 산업화, 첨단화의 여정에서 상실된 일상의 원시적 우주를 경험하게 된다. 원시적 우주는 총천연색으로 펼쳐지며, 생동하는 선으로 이어진다. 파편적 단절과 경계가 없는 총체성과 동시성의 세상이 나타난다. 일상에 파묻혀 보이지 않던 장미꽃잎, 대나무숲, 하늘, 강, 바다, 산, 강, 도시의 불빛이 강렬하게 나타난다. 일상은 회복되고, 치유가 일어난다. 선과 색으로 구성된 원시적 우주에서는 하늘과 바다와 산과 강이 다르지 않다. 선과 점과 색이 창조하는 다양한 형상들이 있을 뿐 그 심층의 세상은 선과 점과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파트와 불빛, 고층 빌딩과 타워에 채워진 도시의 욕망도 선과 점과 색으로 표현되어 있다. 인간 또한 선과 점과 색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형상일 뿐이다.

 

다른 한편으로 류지선의 그림에는 부조화의 이중성에 대한 자각이 담겨있다. 바위에 새겨진 짙푸른 나뭇잎의 그림자에는 실존의 허상이 깊게 배어있으며, 화려한 꽃을 감싸는 흐릿함에는 불투명한 혼돈의 세상이 내포되어 있다. 강렬한 장미꽃잎은 촘촘히 짜여 진 희미한 그물망을 배경으로 돌출되어 있다. 도시의 밤은 하늘과 바다와 강마저 붉게 물들인다. 인간은 형상은 있으나 색을 머금은 선으로 존재한다. 먼 과거의 희미함과 현재의 생생함이 동일 공간에 존재하고,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색깔들이 동일공간에 배치되는 불균형의 파격을 연출하고 있다. 맑고 투명한 연못은 어두운 색채로 쓸쓸함을 자아낸다. 이와 같이 단절과 통합, 어두움과 밝음, 투명과 불투명, 암울함과 화려함, 차가움과 따뜻한, 먼 것과 가까운 것, 실존과 그림자, 스러짐과 솟아남 등 부조화의 이중성이 그림 곳곳에 스며있다.

 

 

돌아보다-북악산_116.8x91cm_Acrylic on canvas_2017

 

 

이러한 조형상의 부조화가 뿜어내는 이중성에 우리의 삶이 투영되어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는 조화로운 통합의 정체성이 형성될 수 있는 여백을 허락하지 않는다. 무엇이 실존하는 세계이고 무엇이 가상세계인지를 명확하게 분간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연못에 비춰진 세상은 뿌리가 뒤집혀져 보인다. 하나의 공간 속에는 위에서 내려다보고, 밑에서 올려다보고, 옆에서 바라보는 다양한 각도의 시선이 혼재되어 있다.

 

이러한 부조화의 이중성은 생명의 에너지를 통해 새로운 조화와 균형을 찾아간다. 대나무의 무성한 잎 아래 땅 속에서는 새로운 죽순들이 맹렬하게 솟아 올라오고 있다. 오래된 소나무에서는 솔방울이 새로운 싹을 틔운다. 노오란 개나리는 회색공간에서도 자유롭게 날개를 편다. 척박하고 차가운 공간에서도 하얀꽃, 노랑꽃, 빨강꽃이 피어난다. 우주의 빛을 머금은 물방울은 우주와 지구와 자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희미한 우주공간과 그림자로 얼룩진 지구촌에 우주의 물방울이 내려앉고 새로운 생명이 잉태된다.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은 나무가 없어도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으며 생생하게 살아있다. 도시를 가로 지르는 도성은 꿈틀댄다. 떨어져 나간 통합의 파편들이 생명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돌아보다-북항대교가 보이는 항구_116.8x91cm_Acrylic on canvas_2017

 

 

이렇듯 류지선의 그림 곳곳에는 생명의 에너지가 강렬하게 꿈틀댄다. 작가는 일상에 파묻혀 생명의 근원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말한다. 부조화의 이중성으로 정체성을 상실해가는 시대의 아픔을 직시하며, 생명의 근원에 대한 망각에서 벗어날 것을 바라고 있다. 부조화의 이중성은 생명을 인식할 때 조화의 세계로 이어질 수 있다. 낙엽, 죽순, 솔방울, 꽃, 나무는 모두 우주로 이어져 있으며, 사람과 지구 또한 우주로 이어져 있다. 이러한 이어짐을 통해 소통과 생명의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작가가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원시성과 자연성은 추억에서 머물지 않고 새로운 생명의 희망으로 샘솟고 있다. 이제 원시적 우주는 그리움의 대상이 아니라 생명실천의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형성될 때, 갈라지고 부서진 삶의 파편들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며 우주의 질서를 찾게 될 것이다.

 

류지선의 그림을 보면서 일상 속 원시적 우주를  찾아 나선다.

 

 

돌아보다-제2롯데월드가 보이는 풍경_90.9x72.7cm_Acrylic on canvas_2017

 

 

 

 

 

 

 
 

류지선 | Ryu, ji-sun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학과  졸업 |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학과 서양화전공 졸업

 

개인전 6회

 

단체전 180여회

 

심사 | 대한민국미술대전 등 다수심사

 

장프레스코, 모자이크, 스테인드글라스, 조형물제작

한화그룹본사 | 대한성공회 대성당 | 한컴로비 | 성공회수녀원 | 예술의전당 | 대덕 한화에너지 | 여의도 한화증권 | 설악 한화콘도 | 뉴 코리아 cc 등

 

현재 | 한국미술협회 | 구로미협 고문 | 상형전 | 한국자연동인회 | 브러쉬 회원 | 부산대 출강

 

이메일 | jijiji50@hanmail.net

 

 
 

vol.20180124-류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