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호 展

 

청풍-사인암_130x190cm_순지에 수묵_2017

 

 

 

 

2017. 12. 2(토) ▶ 2017. 12. 11(월)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83 | T.02-732-3777

 

 

청풍-사인암03_55x33cm_순지에 수묵_2017

 

 

 

사조화師造化: 조인호의 작품세계

장준구

이천시립월전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성균관대학교 미술학과 겸임교수

 

조인호趙寅浩는 2000년대 중반 이래 수묵산수화의 창작에 매진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는 수묵산수화를 선보인다. 그의 첫 번째 개인전이 2007년이었으니 셈해보면 이번 전시는 그가 본격적인 작가로서 발돋움한지 10년만이다. 그가 이제 갓 마흔이 된 아직 젊은 작가임을 감안해볼 때 그의 성향은 분명 남다른 데가 있다. 현재의 20, 30대 작가들은 일관성을 유지하며 꾸준히 하나의 장르에 천착하기 보다는 아주 쉽게 기법, 재료, 주제, 장르를 넘나들며 자기의 세계를 찾으려는 경우가 많다. 물론 다양한 시도와 모색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어떠한 기준이나 원칙없이 한 순간의 흥미에 이끌려 혹은 주변의 동향에 따라 작품의 방향을 결정하거나 바꾸는 것은 그만큼 스스로의 작품세계를 흐리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조인호의 경우 20대 후반과 30대의 기간 전체를 산수화의 연구와 창작에 투자했다. 일반적인 추세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의 생각과 그림을 다듬어 간 것이다. 같은 세대의 작가들에게 먹이라는 재료도, 산수화라는 주제도 인기가 없는 현재의 상황을 감안해보면 그의 예술적 주관이 매우 뚜렷했었음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이는 전통에의 끈을 놓지 않고 자기의 세계를 형성해가려는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도 했다. 짧은 간격으로 명멸을 반복하는 서구적 예술 장르, 기법, 양식이 아닌 이미 동아시아의 오랜 역사 속에서 예술성이 충분히 검증된 수묵산수화를 통해 자기의 길을 걸어왔던 것이다.

 

 

 

 

단양팔경丹陽八景을 다룬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은 이러한 작가의 그간의 노력을 오롯이 반영하고 있다. 직접 답사, 체험한 특정 지역의 실경實景을 수묵의 치밀한 필법을 이용하여 역동적인 구도 속에 담아낸 점은 첫 개인전 이래 지속되어온 조인호 특유의 작풍作風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산과 같은 특정 장소를 그릴 때 해당 장소를 종합적으로 이해, 표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원법三遠法과 산점투시법散點透視法을 다채롭게 변형시켜 사용한 점 또한 여전하다. 그렇지만 필법과 묘사가 순화되고 간결해진 점, 먹색이 한결 맑아진 점, 산세山勢의 변형 정도가 줄어든 점, 여백의 비중이 커진 점 등은 이번 출품작에서 보이는 새로운 요소이다. 과거 작품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자연주의적 성향이 강해진 셈이다.

  조인호는 <북한산>과 같은 첫 개인전의 출품작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초기에 수준 높은 묘사력과 필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간 젊은 작가로서의 그는 그러한 재능을 바탕으로 자신이 자연에서 보고 느낀 바를 재구성하고 변형하여 강렬한 시각성이 담긴 화면을 만들어왔다. 그 결과 여타 수묵산수화와 다른 역동성과 독특한 감각을 지닐 수 있었다. 그러한 그의 그림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자연스러워지고, 편안해진 것으로, 마치 거친 야생마가 노련한 조련사를 만나 명마名馬가 된 듯한 느낌마저 받게 된다.

 

 

청풍-구담봉_380x110cm_순지에 수묵_2017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구담봉>의 경우도 총제적인 시점으로 풍경을 바라보고 분석, 조합한 작가 특유의 조형어법과 움직이는 듯한 구도의 산세에 있어서 이전 작품의 양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과거 강하게만 느껴졌던 화면이 편안하면서도 여유로워진 점이 주목된다.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체감하고 이를 화폭에 풀어낸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사실 2015년의 개인전 “속리俗離, 리속離俗”의 출품작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했지만 이번 전시의 출품작에서 훨씬 두드러진다. 이와 같이 작품이 변화한 것은 자연의 본질에 한층 가까워지고자 했던 작가의 노력에 따른 것이라 여겨진다. 이와 더불어 멋진 화면을 만들어야한다는 부담감에서도 자유로워진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것이 그의 작품에 강유剛柔가 공존하게 된 이유일 것이다.

  이제 그의 작품에는 특정 지역의 실경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의 시각성과 함께 생성, 성장, 소멸을 반복하는 자연계의 순환을 반영한 동적인 구도와 동세動勢가 적절히 융화되어있다. 물 따라 바람 따라 흘러가듯 자연을 체험하고, 바라보고, 그린 결과물인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배운다”는 의미를 지닌 “사조화師造化”란 말은 중국 당대唐代의 화가였던 장조張操의 언급 가운데 일부로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준다. 자연으로부터 그 원리와 순리를 배워 그린 작품인 셈이다.

  지금 그는 사십대의 시작에 섰다. 앞으로 수 십 년의 예술여정이 남은 것이다. 그가 앞으로도 작품세계의 모색과 탐구를 멈추지 않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기대감도 생긴다. 전통에 단단한 뿌리를 두고 새로운 산수화를 그리기 위해 노력해 온 또 앞으로도 그러할 조인호를 바라보며 희망찬 수묵채색화의 미래를 꿈꿔본다.

 

 

청풍-구담봉가는길_65x130cm_순지에 수묵_2017

 

 

청풍-옥순봉_320x110cm_순지에 수묵_2017

 

 

 

 

 

 
 

 

 
 

vol.20171202-조인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