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순 展

 

관점-날다 no.201713_162.2x130.3cm_Acrylic on Canvas_2017

 

 

갤러리 마레

 

2017. 11. 4(토) ▶ 2017. 11. 13(월)

Opening 2017. 11. 4(토)  pm 6.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96, 파라다이스 호텔 신관 B1 | T.051-757-1114

 

www.gallerymare.com

 

 

관점-날다 no.201705_45.5x53cm_Acrylic on Canvas_2017

 

 

강명순 작가의 작품을 말하다.

진공(眞空)된 시간과 기억(記憶)의 박제(剝製)

 

강명순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를 떠올려본다.

여러 해 전이었다. 필자가 심혈을 기울여 지도하는 미술품 컬렉션 강의의 수강생 중 어느 한 분이, 강의 마친 후 내게 조심스럽게 건의를 하였다. 강의에 보답하고 싶은데 자신이 잘 아는 소박하고 아담한 차 마시는 공간이 있으니, 좋은 분들과 함께 초대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곳은 친한 언니가 틈틈이 쉬는 곳으로 자신에게도 자유롭게 사용토록 허용한 공간이라고 한다. 좋은 마음이 느껴졌기에 우리 일행은 각자 조금씩 음식들도 가지고 모이기로 하였다.

 

찾아간 곳은 바다가 가득 찬 해운대 청사포의 아담한 시골집이었다. 마침 그곳은 해무가 많은 계절이라, 바다에서 올라온 뽀얀 안개가 뜰의 나무들과 꽃 그리고 풀들을 적시고 있었다. 일행들이 가져온 음식들을 주방에서 정리하는 동안 몇 칸 되지 않은 방들을 둘러보던 나는, 방안에 놓여 있는 몇 점의 예사롭지 않은 그림들에 시선이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것은 캔버스 위에 오래된 손맛을 낸 그림으로 레진으로 마감을 한 꽃송이와 자연적인 소재들을 표현한 작품들이었다. 그 작품들을 처음 대한 순간 인상적으로 떠오른 단어와 개념은 ‘진공된 시간과 기억의 박제’였다.

 

 

관점 no.201604_60.6x72.7cm_Mixed Media_2016

 

 

접혀진 주름(Le Pli)의 블라썸(Blossom)

 

‘진공된 시간과 기억의 박제’라는 개념은 라이프니츠(Leibniz)의 ‘주름’과 피에르 레비(Pierre Levy)의 ‘블라썸’과도 맞닿아 있다. 주름 (Le Pli)은 접혀져 맥락화된 폴드(fold)의 개념이다. 그리고 블라썸(blossom)은 현대 철학에서도 가장 난해하다는 매체 철학의 대가인 피에르 레비의 핵심 개념으로, 결국 눈앞에 있는 모든 것들이 ‘가상(假想)의 꽃봉오리’라는 개념이다. 이름을 물어 알게 된 강명순이라는 작가의 작품에서 나는 이러한 개념들이 순간적으로 떠오른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인터스텔라(Interstellar)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무한의 시간과 공간이 최소한의 공간과 찰나의 개념에, 시간과 차원마저 1,2,3,4... 라는 선형적인 순위와 순차적인 물리적 크기에 있지 않고 접혀져 있다는, 주름이라는 개념을 알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휴대폰과 컴퓨터의 화면에 맺힌 image는 그 두께와 질량이 전혀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곳에서 무한 공간의 깊이감과 실제(real)를 체험한다. 그것은 곧 지금 우리가, 너머의 너머를 이야기하는 하이퍼텍스트(hyper text)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뜻한다. 이러한 개념들은 이 시대의 트렌드이자 시대정신이고 패러다임을 뜻하기도 한다.

 

강명순 작가가 표현한 꽃은 그려진 것이 아니고, 오려진 형상이다. 종이를 오려 붙인 꽃의 형상에 물감이 맺혀 테두리를 이루게 한 작품들은, 입체적 표현보다는 3차원을 2차원으로 평면화하고 그 위에 레진으로 또다시 압착시켜 버린다. 이러한 점이 작가의 조형성도 조형성이지만 내게는 인상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의 접히고 주름지고 압축/압착된 블라썸에서는 기존 작가들의 다양한 꽃 그림들과는 다른, 시대정신에 맞는 차이(difference)가 발견되어졌던 것이다. 이러한 개념들이 발견되는 것도 놀라운데, 작가의 오래된 손맛까지 더해진 기법은 나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관점-날다 no.201710_32x32cm_Acrylic on Canvas_2017

 

 

내재된 기억의 시트(sheet)와 익숙한 조형(造形)

 

주지하듯 미술 분야에는 미술 심리치료라는 분야가 있다. 아름다운 미술작품의 제작을 통해 자존감 회복과 심리적 상처의 치유를 돕는다는 분야인데, 작가도 이러한 분야에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며, 현재 요양병원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지도하는 자신의 그림이 함께 배우는 그들에게 끼치는 영향과 그 효과를 직접 체험하고 있다 한다. 그 결과, 자신의 작품이 밝고 아름다운 색상일수록, 함께 참여하고 배우는 분들의 심리적 회복이 더욱 눈에 띄게 달라짐을 확인하고 있다 한다.

 

그러한 영향 때문인지 강명순 작가의 이번 작품들은 기존 작품들과 그 격(格)과 눈높이가 다르다. 일단 작품의 색채가 이전의 걸러지고 절제된 색채가 아니라, 한눈에 봐도 밝고 생기 넘치는 색상들로 가득 차 있다. 작품의 소재들도 낯설지 않은 익숙한 조형들로, 조롱박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식물의 잎사귀들로 채워져 있다. 작가의 기억 속에 항상 담아져 있던 고향의 조롱박이, 이미 발표했던 단순화된 초가(草家)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어울려 조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표현된 마티에르가 기존 작품들과는 다르다. 묵은 장을 담듯 깊은 손맛이 우러나게 하던 기존의 묵직한 마티에르가 아니라, 신선하고 발랄한 색상과 그에 걸맞은 가볍고 경쾌한 옅은 터치가 실험적으로 발현된다.

 

작품 이미지들은 두께도 질량도 실재와는 너무도 확연한 차이가 있는 조형들로 채워지고 표현된다. 그것들은 평면화되어 있지만, 더욱 짙은 향수와 삶을 긍정하는 조형들로 채워져 더한 자극을 모색한다. 그 이미지들은 수없이 압축된 기억의 시트(sheet)들로, 접혀지고 내재된 삶의 주름(Le Pli)들이 작품이라는 블라썸으로 드러나는 것이리라.

 

 

관점-날다 no.201714_162.2x130.3cm_Acrylic on Canvas_2017

 

 

에필로그 (epilogue)

화가들은 자신의 체험을 통해 형성된 개념과 세계관을 작품에 담아낸다. 강명순 작가 또한, 최근 미술 심리치료 교육에 깊이 관여하다 보니 이번 개인전에 선보이는 새로운 작품들이 그 연장선에 있는 듯하다. 작가는 그들의 마음들이 느껴져 그들을 위한 작품들을 선보여 주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작품들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기존의 작품들과는 그 스타일과 조형언어가 확연히 달라져 있음을 목도하게 된다. 하지만 조금 더 긴 안목으로 기존 작품세계를 심화/확대해 달라고 작가에게 요청하고 싶다. 비록 항상 가까이 있지는 않지만, 예술이라는 매개를 통해 강명순 작가의 작품을 오랫동안 보고 있는 다른 이들도 있으리라. 작가의 기존 작품의 성취도와 맛을 알기에, 또 다른 경지를 기다리는 팬심에서 덧붙이는 말이다.

2017년 시월

글쓴 이 : cursor 0·1 (Kim Sung-heon)

(미술과 영화/영상을 전공하였으며, 미술품 콜렉터들을 지도/양성하고, 영화제를 집행하고 있다.)

 

 

관점-날다 no.201701_72.7x72.7cm_Acrylic on Canvas_2017

 

 

 

 

 

 
 

강명순 | Kang Myung Soon

 

경남 진주 출생

 

개인전 | 2017 갤러리마레, 부산 | 2016 BFAA국제아트페어, 벡스코, 부산 | 2014 미광화랑, 부산 | NIAS, 성남아트센터, 성남 | 2013 NIAS, 성남아트센터, 성남 | 2010 NAAF in Tokyo, 선샤인시티, 동경, 일본 | 2009 현대미술상황전, 예술의전당, 서울 | 2008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서울 | 2007 여성현대미술작가회전, 부산문화회관, 부산 | 마산아트센터, 마산 | 2006 IAF기획초대전, 피카소화랑, 부산 | 한국현대미술전, 리우하이수 아트뮤지엄, 상해, 중국 | 2005 아시안아트뮤지엄, 후쿠오카, 일본 | 2004 인사갤러리, 서울 | 마린갤러리, 부산 | 2002 마린갤러리, 부산 | 1999 송하갤러리, 부산

 

단체전 | 2017 앙데팡당 2017, 갤러리8.15, 서울 | 리수갤러리개관초대전, 리수갤러리, 서울 | 2016 The Flower, 미술세계갤러리, 서울 | 부산, 울산 현작회교류전, 갤러리조이, 부산 | 통영미술제초대전, 통영시민문화회관, 통영 | 2015 The Flower, 미술세계갤러리, 서울 | 묵산미술박물관, 영월 | 국제화랑아트페어, 벡스코, 부산 | 법원!예술을 만나다 그 아름다운동행전, 부산지방법원254호, 부산 | 2014 독도사랑그림전, 갤러리순, 성남 | 산.강.바다 특별전, 해양자연사박물관, 부산 | 남송미술관의봄 초대전, 남송미술관, 가평 | 2013 남송국제아트쇼, 성남아트센터, 성남 | Art Apart Fair 2013, 파크로얄호텔, 싱가폴 | 2012 제1회BFAA아트페스티벌, 벡스코, 부산 | 2010 기획초대전-이미지3전, 전혜영갤러리, 부산 | NAAF in Tokyo, 선샤인시티, 동경, 일본 | 2009 오늘의 한국현대미술-한국빛깔전, 상해시립조각미술관, 상해, 중국 | 2008 부산미술80년, 부산의작가들, 부산시립미술관, 부산 | 2007 한국현대미술-방콕전, 더랜드오브아트갤러리아, 방콕, 태국 | Best Artist 50인 아트마켓전, 벡스코, 부산 | 2005 코리아아트페스티발, 세종문화회관, 서울 | 2004 뉴욕한국미술초대전, 로드갤러리, 뉴욕, 미국 | 2003 21세기현대미술과지금 국제미술초대전, 광주비엔날레전시관, 광주 | 영호남중견작가교류전, 부산문화회관, 부산 | 2001 러시아교민 한국인의 날 행사초대전, 블라디보스톡시립미술관, 러시아 | 2000 우스리스크한국작가초대전, 연해주 주립 미술관, 우스리스크, 러시아 | 1998 한국현대미술100인초대전, 조형갤러리, 서울 | 갤러리회화제, 조형갤러리, 서울 | 국제한마음작품전, 국회의원회관, 서울 | 1997 부산미술의흐름전 - 80년대 작가전, 용두산미술관, 부산 | 1996 상파울로현대미술전, GAMS, 상파울로, 브라질 | 1995 아홉사람그림전, 송하갤러리, 부산 | 해외동포작가미술세계특별전, 세종문화회관, 서울 | 그 외 단체전250여 회

 

수상경력 | 2013 충남아트페스티벌 입선, 충남도청전시실, 당진 | 2010 해운대미술대전입선, 부산디자인센터, 부산 | 2005 대한민국정수미술대전 입선, 박정희체육관, 구미 | 2005 IAF-Japan전 우수작가 본상, 아시안아트뮤지엄, 후쿠오카, 일본 | 1994 미술세계대전 입선,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 1994 부산일보미술대전 입선, 부산문화회관, 부산 | 1993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소속단체명 | 한국미술협회 | 부산미술협회 | 형맥회 | 부산현대미술작가회 | 해운대작가회

 

이메일 | kmspha@gmail.com

 

 
 

vol.20171104-강명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