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영 展

20th Kim seok young solo exhibition

 

COLOR SHOWER

 

phoenix 일기_181.8x227.3cm_oil on canvas

 

 

인사아트센터 1F

 

2017. 10. 11(수) ▶ 2017. 10. 17(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8 | T.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bride_116.8x91.0cm_oil on canvas

 

 

김석영 개인전에 부쳐

꽃밭을 지나온 말

                                           

그림을 좋아하는 중국의 어느 황제가 하루는 궁정화가들을 모아놓고 꽃밭을 지나온 말을 그려보라 했다. 꽃밭에 들어있는 말도 아니고 이미 지나온 말이라니...... 모든 화가들이 고심하고 있을 때 한 젊은 화가가 제일 먼저 그림을 그려 황제에게 바쳤다. 만면에 흡족한 미소를 띤 황제의 손에 들려있는 그림에는 달려가는 한 필의 말 뒤로 수백 마리의 나비 떼가 따라가고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마주한 그림 한 점 앞에서 나는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꽃을 함빡 뒤집어쓰고 우수에 찬 눈빛을 한 말 한 마리가 나에게로 걸어오고 있었다. 선한 눈빛이 욕망을 내려놓고 아름다움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신선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문득 중국 황제의 고사가 떠올랐고 작가는 그 이야기를 알고 그린 걸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 아직 김석영작가를 몰랐다. 내 그림판 이력이 시작 전일 때여서 그림만 좋아했지 작가들은 잘 몰랐던 때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날 김석영, 세 글자를 화인처럼 가슴에 새기게 됐다. 지인 작가를 통해 작가를 직접 만날 기회가 왔을 때 그의 작업실에서 나는 다시 수많은 김석영들과 조우했다. 그는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 처연히 서 있거나 달빛을 달려 어딘가로 향해 가고 있었다. 그 앞에 저 멀리 환하게 동이 터오고 있었다. 드디어 빗속을 포효하며 맹렬히 차오르는 도약, 그는 바로 곡신(谷神)이었다.

곡신, 작품의 주제가 곡신이었다는 사실을 듣고 나는 소름이 일었다. 곡신불사 시위현빈(谷神不死 是謂玄牝), 도덕경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절이었다. 골짜기의 신은 죽지 않는다. 골짜기는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하여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천지만물을 생산하는 신비한 암컷이다. 이것이 도(道)다. 당시 나는 매일 아침 도덕경의 한 구절씩을 묵상하며 운동을 겸한 108배 명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심지어 스스로의 호를 현빈(玄牝)이라 지어놓고 도와 페미니즘의 관계에 몰입해 있을 때였는데 김석영은 이미 그 골짜기를 향해 저만치 가고 있었다. 곡신이라는 이름을 붙인 말의 고삐를 잡고 성큼성큼 가고 있었던 것이다. 수양 깊은 도반을 만난 듯 반갑기 그지없었다. 또 한번 작가에게 매료되는 순간이었다.

 

 

goddes of asia_130.3x162.2cm_oil on canvas

 

 

나는 작품 속에서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그림을 좋아한다. 영혼이 들어있지 않으면 공산품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학이 상처의 기록이자 고통의 토양에서 자라는 나무이듯이 그림 또한 아무리 화려한 채색을 했어도 그 이면에 슬픔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밝음은 어둠이 있어 가능하고 아름다움은 추함이 있어 존재하는 것처럼.

그의 작품에는 그가 있었다. 화관을 쓰기도 하고 나부가 되기도 하고, 절대의 고독 속에 처연히 홀로 서 있기도 하고 때론 반가사유상의 모습이기도 했다. 거기엔 아득히 슬픔이 깔려있었다. 그런데 따뜻했다. 세상을 밝히고 있었다. 지친 사람의 어깨를 토닥이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어 하고 있었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디엔가 오아시스가 숨어있기 때문이라던 어린왕자의 말처럼 그의 작업들은 고단한 인생길에서 만나는 색채의 향연이었다. 아름다움의 갈증을 단번에 풀어주는 오아시스였다. 그래서 더욱 반짝거렸다.

작가는 그때 중국 황제의 고사를 알지 못했다고 했다. 작품을 보고 누군가 그 고사가 떠오른다고 얘기해 준 사람은 있었다고 하니 필시 김석영의 곡신들은 꽃밭을 지나왔으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저리 아름다울 수도, 저리 향기로울 수도 없다. 이제 곧 그는 지구촌 곳곳에서 무수한 나비 떼를 몰고 갈 것이다. 그때에도 여전히 지금 같이 그 선하고 따뜻한 눈망울과 사람냄새가 은근하기를 소망해본다. 곡신의 향기를 따라가는 한 마리의 나비로서, 작가의 영원한 팬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의 갈채를 보내며.

ㅡ이명지/수필가, 갤러리오차드 관장

 

 

goddess of forest_130.3x162.2cm_oil on canvas

 

 

색즉시공 공즉시색

색은 보이는것의 총칭이며 삼라만상을 뜻한다

불가에서 색은 넓은 뜻으로는 물질적 존재, 즉 변화하고 소멸되며, 일정한 공간을 배타적으로 점유하여 다른 것과 그 공간을 공유하지 않는 사물을 총칭한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색은 곧 사유요, 욕망이며 실존의 다른 이름이다. 내가 말이나 꽃을 그리건, 인간을 그리건 다른 어떤 형태를 그리더라도 색은 이미 그자체로 정ㆍ반ㆍ합을 이루는 오롯하고 아름다운 세계이며 나만이 홀로 찾아가는 길의 수호신이 된다. 나는 그저 색이라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탄 여행자일 뿐이다"(작업노트중)

 

 

phoenix_130.3x130.3cm_oil on canvas

 

 

누군가가 그의 작품을 보고 "고통의 외침이 환희의 찬가로 바뀌는 지점"이라 했던가.

phoenix, '곡신'등의 주제로 표현주의적인 말그림을 통해 2015년 6회연속 sold out(전량판매)과 뉴욕스콥바젤, 쾰른아트페어, 상해아트페어등 해외전시에서 호평받고 최근 몇년간 독창적이고 강렬한 색감의 그림들로 NEU SOFT등 세계적인 대기업이 소장하는등 주목할만한 반향을 일으킨 김석영의 개인전이 <color shower>라는 제목으로 인사아트센터1층에서 10월11일부터 17일까지 열린다.

 

그동안 남성적이고 힘있는 필치와 색감의 말그림들로 상처입은 개인들에게 잃어버린 꿈과 희망과 용기를 불러 일으키는 작업을 해온 작가는 이번에는 생명의 상징이자 치유의 화신인 여인시리즈 작업들을 함께 선보이는데 그가 구사해온 거칠고 빠른 붓질이 부드럽고 여성적인 여인시리즈를 어떻게 풀어냈을지 기대된다. 색이 주는 희망과 안식과 기쁨들은 이미 우리의 가슴에 새겨져 있다. 깊어가는 가을에  전시제목인 “Color shower” 처럼 지친 영혼을 흠뻑 적시는 강렬한 색감들의 치유를 받아보길 권한다.

 

 

phoenix_181.8x227.3cm_oil on canvas

 

 

 

 

 

 

 

 

 

 

 
 

■ 김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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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71011-김석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