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귀옥 초대展

 

 

 

 

 

2017. 10. 3(화) ▶ 2017. 10. 17(화)

서울시 종로구 평창36길 20 | T.02-396-8744

 

blog.naver.com/kimboseong66

 

 

90.9×65.1cm

 

 

어린 시절 바람 부는 툇마루에 누워 책을 읽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상상하는 시간을 좋아했습니다. 툇마루에 누워 바라본 하늘은 저만의 큰 공간이었습니다. 그 파란 공간은 저의 노트였고, 악보였고 그리고 캔버스가 되어 주었습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잡았을 때 마치 꽃잎과 풀잎을 잡는 듯했고 그 순간 저도 마당 앞에 핀 이름 모를 꽃들과 풀들처럼 바람에 흔들려 자유롭게 춤추는 듯 했습니다. 그 속에서 저는 새로운 세상을 그렸다 지웠다 자유롭게 저만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때의 공간도 저의 모습도 변해가고 하나의 추억으로 기억될 무렵, 눈앞에 놓여있는 캔버스를 보자 어린 시절의 하늘이 떠올랐고 햇살이 비추어왔고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마당 앞에 피어있던 꽃들이 다시 제 눈앞에 피어났습니다. 그때의 햇살과 바람과 꽃내음을 느끼며 어느새 저는 그 시절 툇마루에 돌아가 누워 있었고, 자유로운 상상의 공간이었던 파란 하늘은 저만의 캔버스가 되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저도 그림도 자유롭기를 원합니다. 작가가 의도하는 그림이 아닌 그림 그 자체가 움직이는 대로 그림을 그리고자 합니다. 그림 안에서 점, 선, 면 그리고 색들이 서로가 서로를 어울리게 하여 그림 앞에 선 이들에게 그림 안에서의 소통을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림 스스로가 설명을 하게 하여, 보는 이들에게 저마다의 감정에 맞는 그림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그림은 저의 손에서 나이프에서 붓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저의 손과 도구에서 떠나는 순간 그림은 그 자체로 완전한 그림이 되어 살아 움직입니다. 살아 움직이는 그림 그 자체는 저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야생화 그림 역시 그림이 제 손에서 떠나는 순간 그림은 빛과 바람에 따라 자유롭게 빛나고 흔들리고 저마다 각자의 아름다운 춤을 춥니다. 제가 그린 그림은 그림이 가지고 있는 여러 순간들 중 하나의 찰나의 순간에 불과합니다. 그림 안의 꽃, 풀 그리고 나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모습으로 바람에 자유롭게 흩날리며 또 다른 아름다운 순간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빛과 바람과 향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캔버스에 펼쳐진 꽃, 풀, 나비 그리고 바람의 자유로운 흩날림을 맘껏 즐기고 상상하고 그 순간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그림의 소리에 귀 기울여 그림과 나누었던 정다운 말들이 다시 새로운 꽃이 되고 풀이되고 바람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이름 모를 꽃과 풀과 나비에게 말을 건넵니다.

 작가노트

 

 

90.9×65.1cm

 

 

내안의 야생화

조귀옥 작가는 초여름 명동 로드갤러리 오프닝에서 만났다.

벌써 세밑이 되어가니 잠깐의 시간과 공간이 허락한 시간은 두어 번 정도 작품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짧게 나누었다.

작가란 누구보다 실존적 조건에 민감하면서도 자본에 취약하여, 삶이나 생활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는 부자연스러운 관행처럼 묻지 않는다. 나 역시 작가의 삶과 연동되어진 작품에 좀 더 이해력이 필요했으나 사람 사는 것이 특별하지 않기에 묻어 두고자 한다. 자칫 비평적 분석이나 리뷰 같은 것에 다가가지 않고자 함은 내 아둔함도 있고 잘못된 판단과 오류로 인한 글쓰기가 자칫 작가에게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조귀옥 작가가 구사하는 색채가 맑고 투명해서 진부한 단어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 작가란 자신의 코드를 생성해내는 것이 평생 작업에서 진행되어지고 가능하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화이부동을 실천하는 것이 작가 정신이다. 작가로 살면서 부단한 모욕과 쟁투 없이 자리를 확장한 작가가 있던가. 작가 내면에 존재한 유목으로 떠도는 별 같은 정신세계를 캔버스에 천착하기란 고행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투명하지 않아 괴리와 번민으로 시간을 허비하거나 헤어나지 못하고 침수한 작가들도 보아왔다. 그럴지라도 조귀옥 작가를 곱지 않은 이 살벌한 현실에 불러들인 것은 작가로서 소명이다. 희망이 축소되고 사랑이 외곡된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치유가 되고 힐링의 메시지가 되어주길 바라는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작가란 삶의 서사를 써가는 것이 작가이며 작품이 된다.

 

조귀옥 작가는 다른 작가들을 의식하지 않는다.

작품에 겉치레가 없다. 꾸밈이 없다. 자신이 작업하고 있는 좌표에 충실할 뿐 다른 이들의 동선을 염탐하지 않는다. 누구와 비교되는 것도 마뜩찮아 한다. 그것은 자기부정과 갱신을 감행해본 자들이 가닿은 자유로움이다.

 

그 자유로움이 야생화를 키웠다.

 

 금보성관장

 

 

 

90.9×65.1cm

 

 

116.8×80.3cm

 

 

116.8×80.3cm

 

 

116.8×80.3cm

 

 

116.8×91.0cm

 

 

 

 

 

 

 

 

 
 

 

 

 
 

vol.20171003-조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