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이동훈 미술상 특별상 수상작가

 

나진기 · 박능생 展

 

< 도심속에 핀 행복이야기 >

 

 

 

대전 시립미술관 5전시실

   

2017. 9. 22(금) ▶ 2017. 10. 19(목)

개막식 : 2017. 9. 22(금) 오후 5시 5전시실 로비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대로 155(만년동) | T.042-270-7370

 

www.dma.go.kr

 

 

나진기作_행복이야기_91x91cm_캔버스에 아크릴 혼합재료_2016

 

 

대전시립미술관은 제14회 이동훈미술상 특별상 수상작가인 <나진기·박능생> ‘도심 속에 핀 행복이야기’전을  9월 22일부터 10월 19일까지 개최한다.

이동훈 미술상은 작가이며 교육자로서 대전·충청지역 미술계를 개척하고, 한국 근·현대미술계 발전에 큰 발자취를 남긴 고(故)이동훈 화백의 예술정신을 기리고 자 2003년도에 제정된 미술상이다.

이번 전시는 국내·외에서 정물, 풍경을 소재로 사실주의적 경향의 작품으로 폭넓게 창작세계를 다져온 나진기, 박능생 작가이다.

두 작가의 작업이 가진 매체와 조형성은 다르지만 공통된 점은 자연과 예술, 삶과 예술을 결합하고 있다.

나진기는 자연과 꽃을 소재로 한 일상의 생명성을 구현해 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인물과 자연적 이미지들 특히 꽃의 이미지를 작업의 주요 모티브로 삼고 있지만 자연의 이미지나 꽃의 이미지들은 상세하게 표현되지 않고 있다. 박능생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의 도시풍경을 수묵으로 드로잉 하는 작업을 통해 새롭게 현대수묵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작가이다.

한편 이동훈 미술상은 본상과 특별상으로 나뉘며 본상은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한국미술의 발전에 크게 공헌한 원로작가에게 주어지며 특별상은 대전·충청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40~50대 작가를 선정하여 수여하는 상이다.

 

 

박능생作_부산풍경도_291x140x3ea_캔버스에 수묵, 아크릴_2011-2012

 

 

도심(圖心)속에 핀 행복이야기

 

공광식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일제강점기, 대전지역의 미술계라는 텃밭을 마련하고 성장하도록 지도했던 대전의 영원한 미술교사 故 이동훈 화백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이동훈 미술상>이 어느덧 제15회를 맞았다.

<이동훈 미술상>은 그간 본상부문과 특별상부문으로 나누어 전국단위와 지역단위 속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천착해왔던 작가들을 새롭게 발굴하고 지원함으로써 <이동훈 미술상>의 취지와 그 의미를 공고히 다져왔다. 특히 미술상 1회(2003년)부터 10회(2012년)까지 본상부문 수상 작가만을 미술관에서 전시해왔던 것을 11회(2013년)부터는 특별상부문 수상 작가까지 확대하여 전시를 개최함으로써 <이동훈 미술상>의 제정취지를 정립하고 새로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건강한 평가 역시 받아내고 있다.

 

사사로운 욕심보다 미술교사로서의 책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함으로써 故 이동훈화백은 지역화단에게 보다 근본적이고 지향해야할 미술세계와 과제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화폭 안에서 형성되고 있었던 작고 아름다운 조형적 세계를 넘어선 의미이며, 生動하는 삶에서 묻어나는 희로애락과 함께 일어나는 의미이자 가치일 것이다. 교사로서 그리고 동시에 작가로서 이동훈 화백이 걸어갔던 길은 이제 후학들에게 진정한 미술교사로서의 師表가 되어 남아있다. 지역미술계의 성장을 염려하며 독려했던 작가로서도 화백은 진정한 스승으로 기억될 것이다.  

 

 

나진기作_행복이야기_91×91cm_캔버스에 아크릴 혼합재료_2016

 

 

차오르는 생명, 꽃과 나누는 행복

특별상 수상작가인 나진기는 한남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대전에서 교편을 잡은 뒤 줄곧 교육현장을 떠나지 않으며, 정년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지금도 교실 한편에서 자신의 작업적 세계를 천착하며 후학양성에도 여념이 없다.

한편, 교직경력 30년(현, 성덕중학교) 나진기는 교사로 재직하면서 충청남도미술대전 대상, 대전예술 예술문화상, 개인전 20회, 단체전 및 기획전 300여 회 라는 적잖은 이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이력들을 볼 때, 나진기가 임했던 삶의 자세가 감히 어떠했을 까,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어떤 태도로 작업에 임해왔던가를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 같다. 교사로 활동하는 가운데 일가를 이루고 창작활동을 동시에 수행해 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교사와 작가 그 둘의 역할 중 어느 한 쪽으로 잠깐의 흔들림이 있었다면 그 또한 어려웠을 것이다. 그 길에 들어서보았던 사람들은 잘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제야 오래전 故 이동훈 화백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굳이 평교사로서의 길만을 고집하며 걸어갔었던 일이 떠오르면서 아주 조금이나마 선생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높고 부산한 지위를 마다하며 애써 먹었던 첫 마음을 다독이면서도 붓을 놓치지 않고 그 마음을 지켜내었던 것은 작가로서의 길을 비켜가고 싶지 않았던 화가의 힘일 것이다. 이동훈 화백이 걸어간 것처럼 화가로서의 길을 걸어가고자 나진기는 오늘도 화폭 앞에 선다.  

 

 

박능생作_서울풍경도_캔버스에 수묵_140x291cmx3ea_2014-2015

 

 

교실 한 便에서 꽃을 피우는 교사 나진기

많은 작가들이 그랬듯이 나진기도 인물과 자연적 이미지들 특히 꽃의 이미지를 작업의 주요 모티브로 삼고 있다. 그러나 나진기의 작업 속에서 보이는 자연의 이미지나 꽃의 이미지들은 노골적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실제 보고 그리는 것 보다는 작가의 마음속에서 몇 번이고 재해석되어 변형된 꽃과 이미지로 다시 태어나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꽃은 만물의 근원이며 관찰의 대상이다.

 

 

나진기作_행복이야기_112×193cm_캔버스에 아크릴 혼합재료_2016~2017

 

 

어느 날 교육현장에서 시작된 ‘꽃 그리기’  

학생들 스스로가 화단을 가꾸고 또 그 꽃이 열매 맺어가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는 가운데 문득 나진기 작가는 꽃과 아이들이 함께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나진기 작가는 꽃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박능생作_대전풍경도_75x206cmx14ea_화선지에수묵_2006

 

 

차오르는 생명현상, 꽃    

꽃의 아름다움은 결정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생명력에 있다. 일찍이 나진기가 꽃의 성장과정을 지켜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래서 인지 나진기는 누구보다도 꽃을 잘 아는 것 같다. 꽃이 갖는 가치와 의미를 그리고 왜 아름다운지, 또 꽃을 보면 행복감에 젖는지를 그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나진기作_행복이야기_130.3×486cm_캔버스에 아크릴 혼합재료_2016~2017

 

 

흙이라는 거친 토양위에서 꽃은 의지하며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데, 물과 바람과 빛 역시 꽃의 아름다움을 받쳐주는 조력자들이 된다. 꽃이 열매로 결과 맺어지기 까지 참으로 많은 보살핌과 도움이 필요함을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안다. 때론 혹독하게 아프게도 하는 거친 한 줌의 흙이지만 아름다움이란 성장의 길에 꼭 필요한 자양분임을 말이다. 그렇게 자양분과 드러나지 않는 보살핌을 받고도 사실 때가되어야만 꽃도 피고 열매도 맺게 된다는 아주 단순하지만 결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 역시 작가가 모를 리 없다. 그래서인지 자연의 생명현상에 관한 작가의 긍정적 사유와 이상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작가의 화폭 안에는 흙과 씨앗이 흩뿌려지고 도자 항아리에서 꽃이 피어오르며 ‘작품’이라는 결과를 열매 맺고 있다. 작가의 화면, 면면들에는 흙이 섞여있다. 토양이 되는 흙과 뒤섞여 발라진 색들은 마치 생명력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가볍지 않은 무게감과 자연스럽게 화면 밖으로 빠져나가 무한한 공간감으로 확장해 나가는 생명감이 일어난다.

 

 

박능생作_인왕산_ 캔버스에 수묵, 아크릴_194x130cmx4ea_2011

 

 

둥그런 도자 항아리와 꽃의 관계도 묘하다. 꽃이 병에 꽂혀 있으니 꽃병인가 싶더니만 꽃은 꽃병에 꽂혀 있다는 표현보다는 마치 항아리 안에서 터져 나올 것 같은 생명감으로 봉긋 거리고 있다. 보이지 않는 항아리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계속해서 움트고 싹터, 힘차게 차오르는 기운은 꽃으로 항아리와 하나 되어 형성화되고 있다. 滿甁이다. 器의 의미를 넘어선 도자항아리는 우주적 토양이 되고 생명의 담지체가 되어 터져 나오는 각각의 꽃의 기운들을 생성하고 있다. 마치 어떤 학생도 같게 보지 않고 미래의 가능성을 기다리며 꽃과 항아리가 하나이듯 자양분으로 그리고  조력자로서 교사의 역할을 가고자하는 작가처럼 말이다. 꽃처럼 학생들의 저마다 가진 성질과 자질을 간파해 가면서 개개 학생들의 만병이 되길 스스로 자처하고 있는 작가는 미술교사이다. 그래서 나진기의 화면 속의 꽃은 딱히 개체적인 하나의 꽃만을 의미하거나  지칭하여 그리지 않는다. 마지막 꽃의 모습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사실적으로 꽃을 그리기보다, 꽃의 결정을, 꽃의 기운을, 꽃의 보편적인 생명의 본래적 모습을 담아낼 뿐이다. 사실주의적 표현법에 머물지 않고 재료적 제한도 과감히 떨쳐버리며 모든 장르적 효과마저 넉넉하게 수용하는 가운데 작가는 생명현상에 동참하고 있는 자신이 즐거울 뿐이다. 많은 이들이 꽃의 형태적 아름다움에 즐거워 할 때 그는 꽃이 갖는 본래적 생명현상에 주목한다. 꽃의 뿌리를 관조하며 교실 한편에서 나누는 꽃과의 대화 역시 멀지 않은 시기에 열매 맺게 될 결실에 대한 기원이다. 작디작은 씨앗들이 부디 자유롭게 싹 트고 움터 꽃 피길 기다리는 마음으로 기꺼이 그들의 자양분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작가는 애정 어린 관찰력으로 꽃을 바라보고 만물의 근원이자 결과이길 작가로서 교사로서 희망한다. 경이롭게 생명의 기운으로 일어나는 아름다움에 자발적으로 토양이 되고자 나선 나진기 작가는 어쩔 수 없는 교사이다. 세상에 너무 많아 흔한 꽃을 작가는 감동어린 행복함으로 성장하길 기다린다.

 

 

나진기作_행복이야기_181.3×259cm_캔버스에 아크릴 혼합재료_2016~2017

 

 

도시풍경, 水墨으로 드로잉하기

특별상을 수상한 박능생은 충남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후 성신여대에서 미술학 박사를 받고 현재는 창원대학교에서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다.

박능생은 과거 전통적인 수묵의 세계를 동시대적으로 해석하고 자신만의 조형적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와 기대를 받고 있는 작가이다.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현대적 수묵화의 세계에서는 전통적인 관념에 갇힌 옛 미감은 현재로 살아난다. 그동안 동양의 정신적 가치와 미감으로 대표됐던 키워드, 기운생동과 여백의 미 등은 그의 부단한 실험정신과 작업 속에서 현대로 녹아들고 현대적 삶의 공간을 구성하는 가운데 현대화된 표현기법으로 전환되어 현실세계로 소환 중이다. 자유롭게 부여받은 생명감으로 살아 쉼 쉬게 된 조형적 기법들은 전통적으로 보여 왔던 산수, 자연의 외연을 확장하고 시대적 감각으로 뻗어나가 삶의 현장으로 이어진다. 박능생의 도시풍경은 현대인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현장이다. 전면에 노출된 복잡다단한 개발현장에서 알 수 있듯이 현대인은 도시적 삶을 벗어날 수 없다. 삶의 체취는 도시거리 곳곳에서 교차하여 드러나고 기록된다.

 

 

박능생作_서울풍경도_캔버스에 수묵, 아크릴_103X211cm_2016

 

 

결코 작다 할 수 없는 박능생의 조형 속 공간을 운용하고 있는 것은 기운생동하는 먹의 리듬감이나 여백이 아니다. 화면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아파트 숲과 상가들 그리고 숨 가쁘게 줄지어서 움직이고 있는 자동차 행렬 등. 그러한 이미지들은 그간의 전통산수의 격조 있던 미감을 해체시키고 오늘도 부산한 걸음으로 도시의 속살을 헤집듯 일상 속으로 들어가 포착하고 있는 작가의 체험과 인상들을 기록한다.

대형화면 전면에 대담한 일자형 구도의 전개와 함께 일어나고 있는 화면의 중후한 깊이감 등은 전통적 필법을 도외시하지 않으면서도 시대적 감각으로는 새롭게 바라보고자 희망하는 작가의 신선한 해석과 포용으로 보인다.   

 

 

나진기作_행복이야기_91×91_캔버스에아크릴혼합재료_2017

 

 

박능생에게 있어 작업적 토대가 되는 것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현장이다. 과거 전통 산수에서 보여주는 자연의 무위성(無爲性)과는 사뭇 다른 자연에 대한 작가의 작업은 사실주의적 접근으로 시작된다. 그러다 점차 매 순간마다 체험하며 밀착해서 일어나는 생생한 정서는 작가의 작업세계에서 실체를 조형하고 구축하는 것으로  변해 왔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현장에 시간이 개입함으로써 일어나는 사건들과 관계들의 연속성은 그야말로 생명력 있는 도시풍경의 단면을 보여준다. 매일 매일 구체적인 장소에서 발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은 무위가 아닌 인위, 삶의 흔적이 묻어있는 이유 있음이다. 좌충우돌하는 다양한 일상 가운데 체험되며 축적되기에 이르는 공간들은 삶의 장소로써 비단 물리적 공간이나 분절된 시간으로 개념화 할 수 없다. 시공간이 교차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현존재들, 장소성이 갖는 현상학적 의미는 박능생의 작업을 과거의 관념 산수도 실경산수도 아닌 단지 박능생만의 도시풍경 속 회화로 존재케 한다.

 

 

박능생作_반포동_149x213x6ea_화선지에 혼합재료_2016-2017

 

 

산수를 표현하는 방식을 보면 자연을 보는 작가의 인식을 알 수 있다. 과거 산수는   이상적 자연의 모습을 선호했던 관념 산수의 시대가 있었고, 실제 자연의 모습을 추구했던 실경산수의 시대가 있었다. 이제 박능생의 산수는 관념도 실경도 아닌 새로운 산수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즉 작가의 산수가 보이는 도시풍경은 관조의 대상이 아닌 사람의 경험과 체험으로 구축된 실재하는 공간이다. 살아 움직이는 육화된 풍경이다. 개념산수를 넘어 사람이, 삶이 함께 실존하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먹으로 드로잉하며 전통 수묵의 관점과 권역을 확장해 내고 있는 그의 작업은 현대회화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모색이며 도전이다. 작가의 현대적 감각으로 전통적 주제나 기법들을 자유롭게 되살리고, 과거와 전통을 잇고, 한정적 재료와 틀을 넘어서 동양적 정서와 미감을 자연스럽게 현대와 마주하게 하는 도시풍경 속 자연은 생명력을 얻고 한참 확장중이다.  

이러한 박능생의 자연에 대한 해석과 수묵의 동시대적인 이해로의 돌입은 최근 한국 수묵화가 지니고 있던 고민의 끝에서 새롭게 출발하기 위한 작가의 부단한 노력과 탐구의 결과로 보인다. 수묵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삶의 현장과 일상에서 생명감 넘치는 생생한 필법은 자신만의 조형적 세계를 형상화하고 정립하게 하는 첫 걸음이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발전과 성과를 기대하게 한다.

 

 

나진기作_행복이야기_112.1×193.9_캔버스에아크릴혼합재료_2017

 

 

 

 

 

 

 

 
 

 

 
 

vol.20170922-제14회 이동훈 미술상 특별상 수상작가 나진기 · 박능생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