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빈 초대展

 

Fish Rhapsody 17gb02_47x47cm_Seven treasures (칠보)

 

 

 

갤러리 피치

 

2017. 8. 7(월) ▶ 2017. 8. 11(금)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87길 25(청담동) | T.02-547-9569

 

www.galeriepici.com

 

 

 

Fish Rhapsody 17gb04_40x40cm_Seven treasures(칠보,골드)

 

 

연기(緣起), 자연과 삶에 관한 예민한 독해

 

홍경한(미술평론가)

2014년 이후 김가빈의 작업은 약간의 변화를 맞이했다. 그가 작가노트에 기술한 것처럼 관심대상은 꽃과 나무 등에서 물고기로 바뀌었고 구성은 보다 내밀해졌다. 화사한 색과 감성적 여운, 칠보와 유리를 비롯한 석채 등의 다양한 재료들을 통한 작가만의 기법, 대상의 생동감 등은 그대로이지만 에너지의 흐름은 다소 결을 달리한다. 그러나 그 변화 속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져 오는 것도 있다. 바로 우주와 자연, 인간들의 인연에 대한 서사라는 주제이다. 사회 속에서 필연적으로 생성되는 관계를 그리고 있다는 것 또한 공통분모다.

흥미로운 건 ‘관계’이다. 작가는 지금까지 줄곧 이 화두를 내려놓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오랜 시간 관계에 대해 천착하고 있을까. 작가는 이를 불교에서의 연기법(緣起法)에서 찾는다. 여기서 말하는 연기법이란 우리가 흔히 인과법칙(因果法則) 혹은 인과법(因果法), 인연법(因緣法)이라 칭하는 것으로, 인연이란 우연이 아니며, 존재란 결국 우연적 필연이자 세상에 모든 현상계를 관통하는 것임을 가리킨다. 즉, 그게 무엇이든 관계에는 반드시 원인과 이유가 있다는 상의상관성(相依相關性), 생성과 소멸인 것이다. 산크리스트어로 ‘연기’의 어원이 ‘의존하다’와 ‘생겨나다’임을 상기하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Fish Rhapsody 17gb05_66x46cm_Seven treasures(칠보,골드)

 

 

헌데 김가빈은 필연적 관계에 의해 생성되는 삶과 우주만물의 관계 중 유독 사랑, 기쁨, 행복을 언급한다. 세상사엔 필시 악연도 있음인데 긍정성을 담보하는 명사들을 나열해 놓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이 몇몇 단어만으로도 사회를 읽는 작가의 가치관이 어떠한지 알 수 있다. 너그럽게 포용하고 무아성을 지닌 존재로서의 태도가 그것이다. 작가 또한 “좋은 에너지와 열정을 담아 우리 모두와 동행하고 싶은 소망”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한다.

근작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물고기’이다. 물고기도 옛 작업들처럼 자연물의 일부이지만 훨씬 집중적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점은 하나의 차이이다. 일례로 <Fish Rhapsody> 시리즈는 단색 혹은 다양한 컬러의 물고기들이 화면 가득 들어서 있는 작업이다. 이 공력 만만치 않은 연작은 물고기 하나하나 색을 칠하고 구워 낸 후 붙여 공간을 구축하고 리듬을 형성한다는 게 특징이다.

 

 

Fish Rhapsody 17gb08_73x53cm_세라믹스 , 골드

 

 

김가빈은 물고기에 천착하게 된 이유로 기원과 나눔을 말한다. 그는 “예로부터 다산의 상징으로 가문의 번창, 재물과 건강을 상징해 왔고 잘 때도 눈을 뜨고 있어 자신을 지켜주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예수가 두 마리의 물고기로 오천 명을 먹였다는 기적의 일화가 있는 것처럼 물고기의 베풂과 나눔의 의미도 깃들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고 보면 그에게 물고기는 단순한 그림 소재가 아니라 작가의 시선이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근작들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형식이다. 그 중에서도 조형원리에 해당하는 밀도는 과거 작품 대비 탄탄해졌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도자의 청량함으로 뒤덮인 <Relation> 시리즈는 물론 항아리와 꽃의 조화로움을 담은 <Queen's vase>, 자연성을 고집해온 작가의 궤적을 엿볼 수 있는 <You & I>도 마찬가지다. 이들 작품은 대상의 묘사를 넘어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을 느끼게 해주고 작가 스스로의 존재성과 타자 간 원만한 호흡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특히 그의 일련의 작업들은 형식상 회화에서 보여줄 수 없는 입체감과 더불어 오묘한 칠보 효과, 도자기 오브제를 통한 소재의 다양성도 간과할 수 없다. 추상적 도형과 익숙한 자연물의 원만한 호흡 역시 김가빈 만의 조형언어를 완성시키는 알고리즘이다.  

 

 

Fish Rhapsody-fr1605_60x30cm_세라믹스. 칠보, 아크릴, 석채,장지,비단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짚어보자면, 김가빈의 작품을 말할 때 구성에 관한 측면도 외면할 수 없다. 그 중에서도 공간구성은 촘촘한 듯 여유롭다. 이 공간은 시간성 위에 부여된 존재성으로 완성되는 것으로써, 공간자체의 특성에 표현의 적시성과 대상의 명확성을 바탕으로 일궈진다. 그것은 작가의 섬세한 조율과 공력에 의한 공간의 재조립 아래 개간되며, 추상적인 배경 위에 컬러를 입히고 다시 그 위에 손으로 하나씩 다듬어 똑 같은 모양이 없는 대상들을 얹힘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되새겨놓는다. 그렇게 해서 개간된 결과는 자연적이면서 도시적인 표상들로 나타나고 관계와 존재의 가치는 되새겨진다. 그리고 이러한 조형방식은 차원이 다른 세계가 일체를 형성하는 형국으로 전개될 뿐만 아니라 익숙하지만 또 다른 층위의 감성을 타자들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아무튼 그의 근작들은 변화의 흔적이 읽혀짐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것을 고귀한 것으로 치환하는 예민한 독해와 삶에 대한 깊은 애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자칫 형상화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관계와 존재라는 주제의식을 질료와 색감, 이미지의 결합 등을 통해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획득된 결과는 관계와 존재란 어떤 사물의 개념과 관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내외적 조응에 의해 그 자체로서 정립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며, 이타적인 마음과 삶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다루기 불편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존재자와 존재를 진정한 의미에서 존재토록 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관계성을 외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김가빈의 작품은 바로 이 지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틈을 제공한다. 단지 눈에 보이는 오브제로서의 결론이 아니라.

 

 

Fish Rhapsody-fr1601_60x53cm_세라믹스. 칠보, 아크릴, 석채,장지,비단

 

 

 

 

 

 

 
 

김가빈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 졸업

 

개인전 부스개인전 36회  (서울, 인천, 김포, New York)

아트페어 ( 서울, 부산, New York, Hong Kong)

단체전 340여회

 

현재 | 한국미술협회 | 인천미술협회 | 홍익여성한국화회 | 재인홍익동문회 | 한국여성작가회 | 서울여류화가회 | 인천여성작가회 | 인천한국화회 | 인천여성비엔날레 | 인천미술초대작가회 | 전업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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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70807-김가빈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