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철 展

 

alive_9x6x22cm_무발포우레탄_2017

 

 

 

2017. 6. 9(금) ▶ 2017. 6. 21(수)

서울시 종로구 평창36길 20 | T.02-396-8744

 

 

remaining space_50x25x60cm_무발포우레탄_2017

 

 

모순적 욕망에서 비롯된 우연한 발견   

 

작가로부터 전달받은 작가노트와 작품이미지를 보며, 이 글을 어떤 단어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글의 시작은 ‘예술가’로 하는 것으로 마음먹고 글을 쓰려는 순간, 과연 ‘예술가’라는 단어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위키피디아(Wikipedia)에서는 ‘예술가’를 ‘일반적으로 예술창조에 종사하는 사람, 즉 화가, 조각가, 건축가, 시안, 음악가(연주가), 무용가, 무대배우, 연출가 등의 총칭’으로, 국어사전에서는 ‘예술 활동, 곧 예술 작품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특히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은 사람을 가리킨다.’라고 정의하고 있었다.

    

박영철의 작업세계를 주제로 하는 글을 ‘예술가’의 사전적 의미로 시작하는 이유는 그의 작업 세계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자기 증명의 필요성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한 개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동시에 여러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해야만 하는 행동’과 ‘하고 싶은 행동’ 사이의 괴리는 그에게 있어 타인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특성을 스스로 제거하고 있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즉, ‘보이는 것’(역할 수행)을 위해 ‘보이지 않는 것’(본성)을 소거해 나가는 과정이 그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본인의 특성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하는 작업으로 사회와 소통하는 사람을 ‘예술가’라고 보았을 때, 그가 스스로 자신의 본성을 없앤다는 것은 오히려 ‘예술가’의 길과는 반대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내가 없어질수록 더 괜찮은 내가 만들어 진다는 자기 위안”이었다는 작가노트의 내용과 ‘예술가’의 사전적 의미 중 마지막 문장 -‘특히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은 사람을 가리킨다’-이 연결된다는 점이다. 자신의 본성을 없애는 행위의 밑바탕에는 무의식적인 인정욕구가 깔려있음을 발견할 수 있는 지점이다. 사회에서 본성을 ‘제거’하는 행위는 그의 작업에서 ‘구멍’을 뚫는 행위로 연결되는데, 구멍을 만드는 과정에서 형태를 무너뜨릴수록 형상은 더욱 온전해 진다. 그는 이러한 모순점을 극대화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우리는 그의 작업이 취하는 시각적 형태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합성수지’라는 물성을 가지고 ‘인체’ 형상을 취한 작업들은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는 동시대 미술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마치 어떤 지점에서 머물러있는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그가 구축해온 작업의 흐름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그 지점 또한 스스로 ‘선택’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는 <Self statue 2011>(2011)에서 <Man>(2012)으로 이어지는 매체에 대한 접근방식과 형상에 대한 태도가 결국 우연히 발견된 무의식적 욕망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상황에 스스로를 적응시키는 불안정한 과정이 삶”이라 말하는 박영철의 작업에서 사회와 개인의 영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내적갈등을 공감하게 된다. 그의 작업은 자신의 성격에서 비롯된 생각이나 감정들을 조형적 언어로 표현해 보고자 한 시도이며,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이 ‘예술가’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을 것이라 기대한다. 본 전시를 시작으로 ‘예술가’로서 역할이 더욱더 넓어지기를 스스로 기대하는 그의 진정한 ‘예술가’가 되기 위한 욕망-작업-을 바라보며 우리 자신의 욕망 또한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오유정

 

 

remaining space_세부사진

 

 

remaining space-1_50x25x55cm_무발포우레탄_2017

 

 

Self between self confidence_25x15x62cm_무발포우레탄_2017

 

 

 
 

■ 박영철 | Young-chul. Park

 

2010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 2013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대학원 졸업

 

2016 시간의 향기, 조선일보 미술관 | 2015 사이공간, 스페이스 비엠 | 2014 '바라보기', 영은미술관 | 2013 조각, 광복에서 오늘까지, 독립기념관 | 2012 "GIAF 우리는 지금_광화문으로 간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Email | kay1072@snu.ac.kr

 

 
 

vol.20170609-박영철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