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금보성아트센터 '철학을 품은 예술' 특별기획展

Beautiful Justice | 아름다운 정의

 

하춘근 展

 

 

 

 

2017. 4. 12(수) ▶ 2017. 4. 29(토)

서울시 종로구 평창36길 20 | T.02-396-8744

 

 

 

 

Les fantomes de l’histoire 역사의 그림자들 

 

Engagement 앙가쥬망

하춘근의 사진 작업은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의미들과 그 맥락의 측면에서 사회참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회 참여’란 말은 통상적으로, 사회를 관통하는 동시대의 움직임에 뛰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하춘근의 사진 작업이 갖는 첫 번째 ‘사회참여’의 의미는 사진작가로서의 본분을 살려 작가 자신이 창조한 ‘이미지’를 수단으로 각종 예민하고 어려운 현실의 상황들에 예술가로서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사회참여의 의미는, 하춘근 작가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이 현대 사진예술의 위상에 대해 나름의 깊은 통찰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사실 하춘근 작가는 어떤 의미로는 누구나 찍을 수 있다고 생각될 법한 사진을 찍는다. 때때로 그의 사진은 누구나 어렴풋이 알고 있거나, 쉽게 가볼 수 있을 것 같은 장소와 풍경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미지들의 중첩(緟疊)이나 몽타쥬 기법을 통하여 그의 이미지들은 뚜렷한 동시에 흐릿한, 감성적인 동시에 의미를 담은, 불분명한 동시에 단호한 뉘앙스를 획득하곤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두 가지 측면의 사회참여(engagement)가 완성되는 방식이, 여러 이미지들의 중첩을 통해 작가의 사진작품 최종 이미지가 완성되고 풍부해지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타입의 사회참여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의 사진 이미지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힘을 갖게 되며, 평범함으로부터 벗어나 성공적인 사회참여의 특징인 의미작용의 길로 나아간다.

 

 

 

 

Préparatifs et Série  작업의 준비과정과 시리즈 작업

하춘근 작가의 작업방식은 무척 세심하다. 그는 충실한 사전 작업을 실행한다. 한국의 지도부터 시작하여 당연히 대상 지역에 대한 것들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는 사전 작업을 해나가면서 작은 작업노트에 최종 이미지를 스케치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그는 마치 캔버스 위의 본 작업에 착수하기 전에 수없이 종이에 크로키를 하는 화가처럼 작업을 진행한다. 작가의 작업노트에 있는 데생을 보면, 그에게는 작업의 테마에 접근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그 테마는 주제, 회화적 용어로 달리 표현하자면 모티프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우선 유사성에 의한 접근이 있으며, 이동하거나 같은 장소를 근접하여 바라보는 다채로운 시점에 의한 접근, 그리고 모티프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접근이 있다. 작업은 서로 중첩되고 적절히 끼워 맞추어지는 서로 다른 여덟 개의 이미지를 기본으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경우, 예를 들면 다리나 문의 경우에는 비슷한 거리에서 촬영된 뒤 서로 중첩된다. 두 번째의 경우, 이동으로 인한 서로 다른 장면을 담는다. 그리고 각각 촬영된 여덟 개의 서로 다른 이미지는 같은 시퀀스의 순간들이다. 세 번째 경우에는, 여러 모티프들이 최종의 이미지에 근접하는 것에 의해 이미지가 구축된다. 그의 사진 작업은 시리즈의 방식에 따라 진행되어 왔다. 하춘근 작가를 사로잡은 작업의 주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독도, DMZ, 히로시마와 같은 주제가 있다. 그리고 또 마을을 둘러싼 산에서 내려다 본 어떤 마을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라든지, 버스나 차를 타고 달리는 여정, 혹은 이름 모를 동네의 폐건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각각의 주제는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강렬한 의미를 가진 것도 있고, 혹은 언뜻 보아 덜 중요한 의미를 가진 듯 여겨질 수 있는 것도 있다. 그런 이유로 일상에 관련되어 있는 소재는 덜 정치적인 또 다른 타입의 주제로 이어진다. 이런 타입의 시리즈들은 우리의 지각기관에 관련된 주제를 제시한다. 이런 주제는 우리의 지각작용을 다루는 동시에 지각의 망설임, 모호성, 불명확함, 그리고 우리가 경험하는 것들을 해석하는 방식에 대해 다룬다. ‘습관’이란 우리가 납득하고 이해한다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믿도록 종용한다. 그러나 사실 우리의 지각작용은 더욱 복잡 미묘하고 다양한 과정을 통해 섬세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결국 우리가 이미 파악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불확실한 무언가 이다.

 

 

 

 

Aspects variables de la perception 지각(知覺)의 다양한 양상

하춘근 작가의 작업은 확실히 우리의 몸에서, 또 뇌에서 이루어지는 지각의 작용을 의식하도록 만든다. 이 지각의 과정은 다양한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단계는 물론 눈으로 바라보는 찰나의 순간이다. 그 순간 모든 것은 확실한 듯이 인식된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들, 희미한 추억들, 직접적으로 감지되지 않는 요소들, 예를 들어 시각 영역의 한계, 거기에서 우리가 본다고 확신하는 것이 충돌한다. 그러나 시간은 준엄하게 흘러가고 우리는 이런 디테일들에 멈추어있을 수 없다. 두 번째 단계는 찰나보다 우위에 있는, 말하자면 일정단위의 지속된 시간이다. 다소 길거나 짧은 이 시간동안 벌어지는 일은, 우리가 평소에 보고 기억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이 시간동안 찍힌 사진 이미지들은 우리가 잊어버린 디테일들, 모호하고  덧없이 흘러간 것, 당시에는 몰랐던 순간들을 보여준다. 그것은 짧은 몇 시간 동안의 여행을 머릿속에서 재구성하려고 할 때, 어떤 특정 장소나 지역을 방문하거나 할 때의 경우이다.  세 번째 단계는 가장 일반적인 경우로,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우리가 애써 기억의 어둠 속에서 빠져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거기서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정확한 것인지, 혹은 무엇이 허구인지를 구분해내기가 어렵다. 우리는 기억에 의해 회상하게 되는 어떤 것들에 대해 그저 느긋하게 ‘좋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할 수 있다면, 단지 그렇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문득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온전하지 않은 기억속의 수많은 요소들은 우리가 정확한 것이며 사실이라고 믿는 이미지를 강하게 뒤섞어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이미지의 중첩으로 구축된 하춘근 작가의 사진이미지들은 어떤 장소, 주제, 혹은 삶의 순간에 기반 하여 형성된 독창적인 이미지의 시리즈이다. 각각의 사진은 모두 지각경험의 진실성과 무의식적인 지각 메카니즘에 대해 진지하고 깊은 사색을 담고 있다.

 

 

 

 

Cadrage et mouvement 앵글과 움직임

작가는 사진에서의 이미지 배치에 매우 신중하다. 준비단계의 에스키스나 데생이 보여주듯이 최종 이미지는 섬세한 준비와 현명한 계산의 결과물이다. 이미지의 중심부가 가장 중요한데, 왜냐하면 거기에서부터 최종 이미지에 이르는 균형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레일, 다리의 들보, 산의 정상부 혹은 절 등 중심부는 각각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중심축이다. 종종 바위들 혹은 문들 사이의 빈공간이라는 요소가 구도를 강화하거나 전체 이미지의 강한 토대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것은 중첩으로 인해 다소 혼란스럽고 불확실하며 흐릿하게 보이는 최종 사진이미지에 어떤 형태의 우아한 생동감을 부여하는 균형감을 위해서 전적으로 필요한 요소이다. 그의 사진이미지들은 또한 교육적 기능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사진들이 다루는 주제 때문은 아니다. 그의 사진 이미지들은 우리의 눈이 떨림 속에서 무언가를 찾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하춘근 작가의 사진이미지를 주의 깊게 바라보다보면 문득 깨닫는다. 인식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초점을 맞추는 행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의 선(線)적인 움직임뿐만 아니라 눈, 눈썹 같은 몸의 떨림이 속하는 공간적인 움직임, 그리고 기억의 움직임도 포함하는, 표면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의미한다. 하춘근 작가의 사진은 찰나의 순간이 아닌 빛과 공간의 진동으로 변환되는 연속선상에서의 시간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현상은 인식의 지평에서 작용한다. 사진의 이미지들은 시각과 정신의 한계 같은 풍경에서 정신세계의 지평을 보여준다. 작가는 우리가 그것을 이미 정해진 안정적인 구조 속에서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새로이 형성된 공간처럼 지각과 시각의 여러 층위의 중첩을 통해 발견하도록 만든다.

 

 

 

 

Fantomes  유령들

야구장, 농구장, 배구장 등의 몇몇 중첩된 이미지들 안에서 앵글의 중요성을 넘어 마침내 인물이 등장한다. 물론 하춘근 작가의 많은 사진들은 자연의 풍경이든 도시의 풍경이든 풍경을 소재로 하고 있고, 가끔 거기에서도 우리는 남자 또는 여자의 인물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스포츠에 관계된 이미지 속에서는 중첩된 이미지 속의 인물이 더욱 중요성을 지닌 듯하다. 사실 여덟 개의 이미지의 중첩은 기술적으로 서로 다른 초점이나 심도를 드러내기 때문에 이미지 속에 보이는 모든 인물은 명확함의 문제를 넘어서서 어딘지 유령 같은 느낌을 만들어낸다. 이 남자들과 여자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현실의 인물들이다. 이들은 자신 본연의 모습으로 도시에서, 이 지구상의 곳곳에서 삶이라는 큰 모험에 참여하고 있다. 바로 이점이 우리로 하여금 하춘근 작가의 사진을 바라보도록 만든다. 그의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지금 이 세상에서 닥친 각자의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 그리고 또, 각각의 사진들이 만들어내는 떨림을 통해 그 모든 것이 얼마나 마법과 같이 특별한  동시에 덧없는 것인지를 발견하게 한다. 여기서 이제 그림자처럼 인식되는 우리자신은, 말하자면 사라지고 있는 중인 몸이다. 우리는 풍경, 도시, 스타디움을 담은 사진이미지들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것은 제시된 테마나 주제를 넘어서 세계와 인간은 같이 태어나고 살아가고 소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성과 소멸은 상실의 위험으로 인해 더욱 부각된다. 하춘근의 사진 이미지들은 진정 우리의 현실을 담고 있다. 그의 작업은 태고 적에 산맥이 솟아오를 때 그랬듯이 신비로운 동시에 무시무시한 흔들림의 결과물이다. 그의 사진은 탄생과 소멸에 대한 작가의 통찰을 보여준다. 이제 우리는 자신의 기억과 인식을 통해서가 아닌, 자신의 그림자가 존재의 영원성을 증언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장 루이 쁘와트방  Jean-Louis Poitevin

철학박사. 소설가. 미술평론가.  AICA internation의 멤버. TK-21 La Rerue의 주필

 

 

 

 

 

 

 

 

 

 
 

하춘근 | HA CHOON KEUN

 

국립 한경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전공 석사과정

 

2017 <JUSTICE>프로젝트 기획전.금보성아트센터,서울 | 2015 통일부 통일전망대, 2015 | 2015 대한민국<Big Eye>프로젝트 기획전, 갤러리 나우,서울

 

 
 

vol.20170412-하춘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