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카 연 초대展

 

‘정련된 미의식과 탐미적인 시각이 추출해낸 추상언어’

 

봄비(Spring Rain)_60X50cm_Ink and Acrylic on Korean Paper and Canvas_2017

 

 

장은선갤러리

 

2017. 4. 26(수) ▶ 2017. 5. 2(화)

Reception 2017. 4 26(수) pm 4:00 - 6:00

서울 종로구 인사동 10길 23-8 | T.02-730-3533

 

www.galleryjang.com

 

 

천국에서 온 풍경(Scene From Heaven)_40X40cm_Ink and Acrylic on Korean Paper and Canvas_2016

 

 

정련된 미의식과 탐미적인 시각이 추출해낸 추상언어

 

신항섭(미술평론가) 

미술사적인 관점에서 추상회화는 이미 전시대의 유물일 법하다. 추상회화의 출현은 이미 100여년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갖 형태의 현대미술이 범람하는 현 상황에서도 추상회화의 존재가치는 퇴색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추상회화는 새로운 표현영역을 부단히 탐구하고 또 새로운 결과물을 내놓음으로써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회화양식임을 천명하고 있기에 그렇다. 어쩌면 회화의 표현양식이나 형식으로 그 가치를 분별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인지 모른다. 진정한 의미의 창작이란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조형세계를 모색하는 가운데 시제에 구애받지 않은 초월적인 가치를 지향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얼리카 연의 최근 작업은 새삼 추상회화의 아름다움이 어디에 있는지를 일깨워준다. 그의 작업은 추상회화도 표현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조형적인 해석이 가능하고 또 시각적인 즐거움과 감동을 줄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단적으로 말해 그의 추상회화가 새로운 조형적인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는 얘기다. 즉, 탐미적인 시각에 의해 탐색되고 발현하는 추상적인 이미지는, 현상계에 존재하는 미의 실체이자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꽃보다도 더 아름다울 수 있음을 실증한다. 무엇보다도 짐짓 일부러 꾸미지 않은 듯싶은 자연스러움과 더불어 색채 대비 및 조화가 만들어내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은 꽃을 보았을 때 느끼는 감동에 필적한다.

그래서일까. 비록 구체적인 형태를 읽을 수 없는 순수추상임에도 불구하고 형태에 대한 갈증은 느낄 수 없다. 추상회화에 대한 경험이 없는 감상자일지라도 능히 매료시킬 수 있는 색채의 아름다움이야말로 그의 작품이 발설하는 매력의 하나이다. 마치 보석을 뿌려놓은 듯 자체적으로 빛을 발하는 색채이미지가 화면을 지배한다. 그런데 이것은 보석이 아니라 단지 아크릴과 잉크가 만들어내는 색채의 연금술일 따름이다.  

 

 

환상 산호도(Atoll)_60x45cm_Ink and Acrylic on Korean Paper and Canvas_2016

 

 

아크릴 물감으로 이처럼 밝으면서도 깊은 색채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유채와도 어딘가 다른 미묘한 발색의 아름다움은 작품의 격조를 높인다. 눈부시지는 않을지언정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느껴지는 색채인 까닭이다. 원색적인 색채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난하지 않은 무게감과 진중함이 있다. 이는 단순히 타고난 색채감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오랜 시간 사려 깊은 미적 안목에 의해 양육된 색채감각의 소산임을 의심할 수 없다.

그의 추상적인 언어는 지적 조작의 산물이 아니다. 또한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도 아니다. 실재하는 자연의 이미지 및 현상을 추상적인 언어로 변환하는 방식을 취한다. 뿐만 아니라 음악을 들으며 그로부터 발원하는 감동을 추상적인 언어로 풀어내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격한 감정의 표출이라거나 잠재의식의 현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실재하는 자연현상이나 풍경 그리고 음악적인 선율의 아름다움이라는 보고 느낄 수 있는 체험적인 사실에 근거하는 것이다.

그는 여기에서 자연이 만들어내는 경이로운 풍경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여러 가지 자연현상으로부터 영감을 얻기에 작품마다 풍성한 상상력을 촉발한다. 주관적인 감정 및 지적인 조작의 언어가 아니기에 어느 작품이나 결코 난해하지 않다. 작품에 표현되는 이미지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상상이 아닌 경험적인 사실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추상적인 언어는 막연하거나 공허하지 않아 설득력이 강하다. 추상회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단박에 절망감을 느낄 이유가 없다. 무언가 구체적인 형태미가 존재하지 않을지언정 감상자의 상상을 자극하는 데 아무런 장애를 느끼지 않는 까닭이다.

 

 

태양을 향한 승천(Ascensions toward the Sun)_60X50cm_Ink and Acrylic on Korean Paper and Canvas_2017

 

 

그의 작품세계는 추상적인 언어에 국한하지만 조형적인 스펙트럼은 광활하다. 개인적인 신앙과 관련한 성찰을 통해 바라보는 우주 및 자연관은 조형적인 사고의 폭을 무한히 넓히고 있다. 깊은 사유가 뼈대를 이루는 조형적인 세계는 궁극적으로 탐미적인 이미지로 귀결한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이라는 대원칙 아래 추구하는 탐미적인 이미지는 색채대비 및 조화 그리고 텍스추어를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서 밀도 높은 채색기법과 자연스러운 이미지 전개 방식을 중시한다.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추구하는 것이다.

비록 추상적인 이미지이지만 어디선가 보았음직한 그런 무엇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자동기술적이고 무의식적인 표현과는 다른, 순전히 그 자신의 체험과 사색에 의탁할 따름이다. 그래서 애매하거나 모호하지 않다. 이미지의 명료함은 조형어법 및 개별적인 형식에 대한 신념이 확고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카론 벽(Charons Wall)_60x45cm_Ink and Acrylic on Korean Paper and Canvas_2016

 

 

그의 작업은 캔버스 위에 닥종이를 붙이고 그 위에 아크릴과 잉크로 채색을 하는 일련의 간결하면서도 명료한 작업과정으로 진행된다. 이 때 닥종이는 그 자신이 원하는 대로 가공을 하는데, 대체로 구겨지는가 하면 주름진 상태의 자체적인 질감을 가진다. 그 위에 아주 천천히 그리고 명료한 이미지를 만들어간다. 그의 작업과정은 어쩌면 일종의 수공예적인 노고 및 기술의 산물일 수도 있다. 그만큼 정교하고 숙련된 손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이와 같은 표현기법을 이끌어 가는 것은 견고한 미의식 및 풍부한 미적 감각이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채집한다. 작업과정에서 선묘적인 선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색채와 색채가 만나는 접점에서 선이 형성되는데, 이때 인위성을 배제함으로써 지극히 자연스럽다. 인위적인 흔적을 지우고 자연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작업의 핵심이다. 자연미는 아닐지라도 자연미처럼 보이도록 묘사적인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한 호흡과 절제된 감정 그리고 정련된 미의식이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일련의 작업과정에서는 동양적인 정신 및 신체적인 수련과 같은 자기성찰 및 절제가 요구된다. 어쩌면 그는 수도자적인 태도를 견지하는지 모른다. 작품에서 그러한 기운이 읽혀진다.

 이렇듯이 치밀하고 정련된 손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련의 작업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이미지에서는 운율과 리듬이 살아난다. 생성하는 이미지로서의 운율과 리듬은 생동감과 일치한다. 생동감은 생명의 기운을 의미하는 것이니, 동양회화에서 중시하는 기운생동과 다르지 않다. 회화적인 가치 또는 미적 가치란 시각적인 이해를 뛰어넘어 무언가 맑은 의식과 감정의 고양을 유도하는 것이어야 한다면 그의 작업은 이와 같은 요구를 충족시킨다.       

 

 

천국의 작은 섬들(Islets of Paradise)_60X50cm_Ink and Acrylic on Korean Paper and Canvas_2017

 

 

세렌게티 이동(Serengeti Migration)_60x45cm_Ink and Acrylic on Korean Paper and Canvas_2017

 

 

매릴랜드대학 교수를 역임한 얼리카 연 선생은 추상화 작업을 한다. 각각의 개성적인 구성요소들이 한 캔버스 공간 안에서 만나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작가의 회화작품은 강렬하고 세련된 색감과 정적인 직선, 동적인 곡선 등 다양한 추상형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이 결코 무질서한 혼동이 아니듯이, 작품들 속에 있는 선, 형상, 색깔, 질감, 운율은 하나의 소우주를 이루며 조화로운 공존을 하고 있다’며 작가는 작업내용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회화작업의 영감은 작가가 찾아내어 느낀 신비롭고 무한한 에너지를 주는 자연의 풍광이며 이 감상들을 화폭에 옮겨 담으려 노력해왔다. 늘 새롭게 변화하는 자연의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고스란히 켄버스 위로 옮긴 작업들은 하늘과 대지의 형언할 수 없는 오로라를 심상적 표현과 회화적 언어로 묘사하고 있다. 미술평론가 신항섭 선생은 ‘탐미적인 시각에 의해 탐색되고 발현하는 추상적인 이미지는, 현상계에 존재하는 미의 실체이자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꽃보다도 더 아름다울 수 있음을 실증한다’며 얼리카 연 선생의 작품 내용을 높이 평가한다.

가장 순수한 자연의 감동적인 울림을 묘사하고자 다양한 조형표현을 연구해온 작가는 닥나무의 또 다른 모습인 한지를 바탕으로 주름, 구겨짐 등과 같은 닥지 특성이 잘 드러나는 독특한 질감이 살아있는 작업을 한다. 아크릴물감과 잉크를 사용하는 작가의 작업은 두 가지의 성격이 다른 색채재료가 한지에 흡수되며 만들어내는 번짐과 겹침의 미학들이 세련된 색감과 형태로 나타난다.

 

꿈틀대는 자연의 생명력을 시각적 추상조형언어로 표출한 얼리카 연의 신작 20여점을 장은선갤러리에서 준비했다.

 

얼리카 연 선생은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학 미술학부에서 회화를 전공. 동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를 취득한 후 매릴랜드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동시에 그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25년 동안 많은 작업을 해 오고 있다.   

 

 

달빛이 장관(Moonlight Glory)_60X45cm_Ink and Acrylic on Korean Paper and Canvas_2017

 

 

 

 

Alika Yon展                                                                          

2017.4.26(수) - 5.2(화)                                                                        

 

 

 

 
 

Alika Yon | 얼리카 연

 

1993년 –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학 미술학부 회화 전공 | 1996년 –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학  사회학과 사회학 박사학위 취득

 

미국 매릴랜드대학교 이부대학 부교수 역임

 

전시 | 누드크로키 그룹전(대구 대백갤러리) 외 단체전 참가

 

 
 

vol.20170426-Alika Y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