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희 展

 

TORSO

 

MONUMENT 3_145 x 112 cm_Acrylic, Tape, Vinyl on canvas_2015

 

 

피치갤러리

PICI Gallery

 

2016. 10. 25(화) ▶ 2016. 11. 4(금)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87-25 | T.02-547-9269

 

www.galeriepici.com

 

 

 

TORSO 1_100x50cm_Tape on vinyl_2016

 

남부희 2016년 개인전-개별을 다루지 않고 ‘전체’를 보여주기

 

예술은 물음 속에서 더욱 심화된 물음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예술은 스스로 물음에 물음을 더하면서 심연-물음의 근거로 향해 치닫는다. 그 물음이 또 다른 물음의 깊이로 들어가는 문이자 발판이 되어 준다. 예술가는 이런 물음을 온 몸으로 그리고 삶을 통해 던지는 자이다. 우리는 남부희의 40여 년을 훌쩍 넘긴 화력(畵歷)을 통해 만났던, 만나고 있는 그의 작품에로 다가 설 때,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그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사물을, 인체를 화폭으로 옮긴 적이 결코 없다. 그는 깊이에 깊이를 더하는 방식으로 물음을 던지고 있었을 뿐이다. 우리는 아차 싶도록 그의 질문방식에 어두운 눈으로 감상의 맛만을 느끼지 않았는지 반성적으로 물어 볼 기회를 바로 지금, 2016년 그의 개인전에서 만나게 된다.

예술은 스스로 물음이 되고 물음으로 우리를 몰고 들어감이다. 이 물음에 온전히 자신을 내맡기는 예술가의 작업은 그래서 그침이 없다. 예술은 충족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넘어서서 계속될 수밖에 없는 ‘예술의 그 있음의 방식’으로 인해 영원해진다. 때로 우리는 예술가의 작품을 통해 예술이 던지는, 또는 사회가 던지는, 역사가 던지고 있는 문제에 답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예술작품은 예술이 품고 있는 질문으로부터 스스로 답하기를 감추고 있다. 다만 예술작품이 우리에게 열어주고 있는 것은 ‘무엇을 받아들임’으로서 작품이 보여주는 것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작품을 보고나 읽거나 해석하기에 앞서, 이미 주어진 작품의 ‘보여줌-내줌’을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 내주고 받아주는 이 관계에서 작품은 밝게 드러남의 형식으로 우리에게 예술가의 물음이 모아지고 있는 세계를 살짝 드러낸다. 드러냄은 그래서 순간이다. 이 순간으로 인해 우리는 작품을 다시 보아야 하고, 예술가는 또 다시 마치 오늘이 그 순간인 양 작업을 한다. 남부희의 종이 찢어 붙이기 방식의 테이프 작업은 이 놀라운 순간-밝게 드러냄을 간직하고 있다. 우리는 거기서 굳이 인체 또는 누드(nude)라는 회화사의 한 양식적 형상을 연상할 이유가 없다. 완전히 새롭게 조형되어 우리 앞에 드러나고 있는 “그 것”으로서 작품을 마주하면 된다. 종이테이프가 만들어 낸 조형의 시간과 결과, 비닐이 소재로 작동하고 있고, 작가에 의해 선택된 시간의 축적(드로잉-몸을 씀의 시간축적)을 텍스트 삼아 읽기를 시도 해보는 것은 감상자에게 좋은 도전이 된다. 이 때, ‘내줌’(안에서 밖으로)과 ‘받아듦’의 관계로부터 시간이 축적되고 있음은 이 작품에서 의미가 있다.

남부희는 결코 색다른 재료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니, 색다른 것은 그에게 없다. 다만, 그가 열어 밝게 드러내고자 했던 세계가 지금, 이런 저런 재료를 ‘이리로-작품으로’ 가져 온다. 그가 선택이라는 능동(能動)을 통해 우리에게 알리는 것은 새로운 조형 언어를 이런 저런 재료를 통해 보여주고자 함이 아니다. 오히려 그가 예술가로서 예술에게 말 걸어, 앞으로 그러하게 있음직한 ‘가능성으로 있음’을 작업과정으로 물어보고 있으며, 그 물음의 한 꼭지를  개인전의 형식으로 우리에게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작업 방식은 오랜 화업을 지켜낸 예술가의 몸-화가의 신체가 간직한 역사의 힘을 통해 이루어진다. 몸의 사유는 그래서 예술가들에게 완전히 다른 차원(次元)과 지경(地境)을 열게 해 준다. 대체로 이런 바탕을 통해 작업 하는 예술가들은 예술의 곁에 자신이 머물고 있음을 알고 있다.

예술이 자신에게 맡기고 있는 상황을 예술가는 몰입해 들어간다. 예술의 ‘곁을 지키는 자’로서 예술가는 이제 ‘함께-머무는 자’가 된다. 예술은 이 때, 세상과 세상의 말들을 작가에게 실어 나른다. 이 때, 작가는 ‘알아듣는 자’로서 작업하며, 현실과 현실을 넘어서는 사이에서 자신에게 전해진 ‘모두’를 작품으로 소환한다. 남부희는 2011부터 2012년 뉴욕의 체류기간에 인간의 형상을 통해 내면세계로, 2013년부터 현실의 소리를 경청하면서, 2014년에 마주하게 된 “세월호 사건”의 엄혹한 현실세계로 그리고 그것을 결코 도외시 않으면서도 ‘오늘, 우리-나와 너’의 공간으로 질문을 가지고 와서 우리에게 던진다. 그 결과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새로운 생각들로 감상자가 채울 수밖에 없는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이다. 이것은 곧 ‘열려져 있고 밝게 드러난 세계’로서 작품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을 단순한 조형실험으로 이해한다면, 열 중 아홉을 놓치는 일이다.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은 결코 방기(放棄)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 자유는 현실적 삶에서 예술가가 결단을 통해 자신이 예술가로서 어떤 존재인지 궁구하는 힘으로부터 얻은 ‘놓아버림으로서 받아들임’이다. 그는 무엇을 놓아버리고 무엇을 받아들였을까? 남부희가 우리에게 전하는 것을 정리하면서 이글을 정리하고자 한다.   

 

 

TORSO 2_100x50cm_Acrylic, Tape on vinyl _2016

 

 

1. 종이테이프가 드로잉의 형식을 통해 작품으로 화(化)하는 전체가 이 전시에서 우리를 만나고 있다. 개별적 작품을 보면, 보이는 대로, 누드이고, 인체이고, toroso이다. 물감이 흘러 묘한 자국을 남기고, 테이프는 숙련의 감각을 통해 적절함을 잃지 않고 길거나 짧거나, 찢겨져 있다. 그런 모양새를 잡아가는 소소한 것들이 모여들어서 모양을 만들어 간다. 그것을 우리는 화(化)라고 부를 수 있다.   

남부희는 이 ‘化’를 작업의 전체로 바꾸어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예술작품은 본래 다의적(多義的)이다. 그러니 누가 무엇을 먼저 보고, 어떻게 감상하고 기억하는지 문제될 것이 없다. 소위 작품 감상과 자신의 느낌을 가져가는 것에는 왕도(王道)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남부희의 예술에서 우리가 놓치면 안타까운 대목이 있다. 그것이 바로 ‘그렇게 있음’의 방식으로 우리 앞에 있는 그의 작품을 이해하면서 보는 일이다.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온갖 것과 예술작품 사이에 놓인 다름으로서 차이는 ‘그렇게 있음’을 간직할 줄 아는 예술가로부터 만들어진다. 이 다름으로 있는 방식이 예술작품이자 예술이 된다. 그의 ‘화’가 우리에게 말 걸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더구나 이번 전시에서 그는 ‘되어가는 바대로’ 두고자 하는 ‘전체’를 작품 안에서 보여주고 있다. 우연을 가능성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인 그의 ‘화’ 방식을 우리는 그렇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 이번 개인전 작품을 감상할 때, 우리는 형태에 대한 사유(私有)를 넘어서고 있는 남부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의 작품은 결코 소재를 보여주기 위해 ‘여기’에 있지 않다. 그는 드러내려는 ‘전체’에 대해 우리에게 대상을 무화시키는 방식을 보여준다. ‘무엇에 대해’ 말하려는 사람은 무엇의 형태를 자신의 것으로 소유한다. 하지만 이 작품들 속에서 말 걸고 있는 작가는 ‘무엇을 가짐’으로서 닫히는 세계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그는 말하기 방식으로 먼저 듣는 자의 말하기를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말하기는 듣기의 선행적 조건 없이 불가능하다. 이 때 듣는 것은 청각과 시각 모두에게 일차적으로 걸리는 일이다. 이것을 종합하는 언어가 바로 시각예술에서 ‘시각에 잡힘’의 방식으로 정리된다. 그는 바로 이 ‘잡힘’을 활짝 열어 보여주는 방식으로 예술가의 태도를 이번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평론가 이섭

 

 

TORSO 4_100x50cm_Acrylic, Tape on vinyl_2016

 

 

2016 작가노트

ㅡ 비닐 위에 투사한 사람이야기 ㅡ

Vinyl의 투명하고 불완전한 막, 그 너머로 굴절되며 변형된 또 하나의 새로운 공간이 보인다. 일상 속, 사람의 뚜렷한 윤곽은 그 안에서 실루엣으로 드러나며, 유약한 존재로 비쳐 온다. 그것은 현대의 도시사회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삶의 언저리에 놓여있는 인간의 모습이다. 이런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쉽게 찢어지며, 마치 사람의 피부 같은 느낌을 주는 종이테이프를 뜯고, 붙여가면서 인체를 드로잉 하였다.정형(定形)과 변형(變形)으로 인체를 화면에 배치하는 과정에서 뜯기고 구겨지면서 나타나는 종이테이프 자체의 우연한 형상과 적갈색 계열의 색채를 덧입히고 흘리면서 이런 작업과정을 통해 이미지를 강화하였다. 인체를 해체되고 단절된 torso 형태로 설정하여 집중하려 했다. 그런 형태 속에서 현대인의 내면세계가 상징적으로 표출되기를 의도해 보았다. 비닐화면을 여러 겹으로 배치하여 공간의 실제적 깊이에 대해 질문하려고 화면을 연출하면서, 겹쳐진 토르소 형태의 집합에서 인간들의 여러 이야기와 꿈이 전달되기를 기대했다.

 

ㅡ The stories projected onto vinyl ㅡ

When the vinyl, which is a transparent and incomplete layer, is used, it is refracted over another variant of the new space.

The clear outline of the silhouette of human beings in everyday life is reflected within, as vulnerable beings.

It is the aspect of human beings which lies in a life that can be found on the fringes of modern urban society.

In order to express this type of aspect of human beings, the artist draws the figure using paper tapes, which could be easily torn apart as well as contribute the feeling of human skin, by tearing and pasting it on the vinyl.

In the process in pasting the figure on the screen considering formula and formation, the artist enhances the image via the casual creation of tape itself when being torn apart and crumpled as well as the coverage and spill of maroon color on top of it.

The artist focuses on torso, the dismantled and separated body figure. Within that shape, he wishes to express the inner world of modern people symbolically.

While producing the screen for questioning the actual depths of space by placing several layers of vinyl, the artist looks forward to sending many stories and dreams of humanity from a set of overlapped forms of Torso.

 

 

TORSO 5_100x50cm _Tape on vinyl _2016

 

 

TORSO 6_105x163cm_Tape, Acrylic on vinyl_2016

 

 
 

남부희 | Nam Boo Hee | 南富熙

 

1978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졸업 | 1985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전공 졸업 | 1991~ 개인전 13회 | 1978~ 단체전,초대전 400여회 | 1997~ 현재:협성대학교 예술대학 조형회화과 교수

 

namboohee@hanmail.net | www.namboohee.com

 

 
 

vol.20161025-남부희 TORSO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