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展

LEE, JONG-TAE

" 홀로서기: Standing Alone "

 

홀로서기 Standing Alone 16A9_45.5×53.0cm_Mixed media on canvas_2016

 

 

 

가나인사아트센터

 

2016. 10. 5(수) ▶ 2016. 10. 10(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8 | T.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홀로서기 Standing Alone 16A11_40.9×53.0cm_Mixed media on canvas_2016

 

 

Drawing- 홀로서기 Standing Alone

부제가 ‘드로잉-홀로서기’인 2016년 이종태 작품전에서 보여주는 그림들의 바탕에는 단순한 필선이 스치는 감각 같은 것들이 깔려있다. 그림들의 대부분은 몇 개 원형이나 사각형상의 단순한 선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무채색이 주조를 이루어 더욱 무료하고 감성이 수척한 느낌이 든다. 이런 느슨한 필선이나 형상이라면 누군가의 책상머리나 찻집에서 메모지에 무심으로 끼적거려 보는 일상의 낙서에 다름 아닐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들 흔적들은 쓰는 이의 처한 상황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어서, 그저 무료한 손끝의 유희이거나, 간혹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탄식이거나 절규일 수 있겠고, 혼자만의 숨은 기도이거나 주술일 수도 있겠다.

나는 우리의 삶이 아무리 번잡하고 혼잡스럽더라도 그 본질은 관조해 보면 매우 단순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기억 해 본다. 그리고 그것이 이번 작품전에 보여 질 수 있기길 바란다. 어눌한 말씨로 건네는 몇 마디의 진심이 현란한 웅변보다 더 소중할 때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나는 최근 나의 작은 드로잉 수첩에서 걸어 나오는, 그것 역시 나를 닮아 어설픈, 이목구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또 다른 나를 보았다. 그것들은 매우 어설펐으나 추구하는 방향으로서의 선과 이루고자 하는 형상을 지향하는 몸짓으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 목소리는 낮았지만 나의 귀에는 명료하였다. 그 스스로의 리듬과 자율의 울림은 ‘홀로서기’라는 노래였다.

절대 무비한 자연에서 극히 사소 것이 우리의 인생이더라도 스스로의 노래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그리고 아무리 외롭고 두렵더라도 그것이 바로 인생이라고 스스로 납득하는 비극을 사랑할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나는 그어진 선위에 같은 선을 거듭 각인하였다.

삶이라는 축제의 기쁨과 아름다움을 잊지 말자고 꼼꼼히 새겨 넣은 암벽화처럼, 선한 영혼으로 홀로 서 있는 고탑의 자세를 되뇌었다. 단순한 선. 그 끝에 진리로 가는 지름길이라도 있는 것처럼.

그러나 이번 전시 작품에서의 ‘홀로서기’는 아직 그 몸짓이 낯설고, 모호한 신호는 불안한 징조를 알리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현실에서 극히 사소한 한 개인의 삶을 단순 소박하게 지킨다는 것은 너무 어렵다. 그리고 두렵다. 이들이 내는 목소리는 가늘고 너무도 쉽게 지워진다.

작가는 이 소품들이 들려주는 낮은 속삭임을 엿들어 주는 이 있기를 바란다. 누군가의 허술한 낙서같은 일상에도 맑은 노래가 스며있다고.. 가난한 소망이 있다고...

 

<작가, 이종태 >

 

 

홀로서기 Standing Alone 16A16_91.0×116.8cm_Mixed media on canvas_2016

 

 

가난한 소망

 

-시인 김종삼을 위하여

   

      

아직도 반짝이는 작은 전설들

어둠속에서 소상하는..

멀어진 기억으로부터

퍼 올린다. 버려진 우물에서..

 

숲 전체가 수런거리며, 빛살들 흔들린다.

웅숭깊은 물안개 속에서,

물방울 흩어지는 그의 이마가 반짝인다.

 

그의 염소들이 똑똑 걸어 나온다.

동녘으로부터 다가오는 미풍에 날리어

하모니카 소리 멀리서 들린다.

예배당 풍금소리도 들린다.

 

던져지는 두레박에 부딪치는 차가운 생명들.

찰랑인다. 파랗게 찰랑인다.

낮은 묵정이 밭에서 다시 가라앉은 깊은 마당에서

투명한 물소리 들린다. 출렁이는 물통소리 들린다.

낮은 곳으로부터 솟아나는 명징한 울림.

 

미처 말하지 못한..

가난한 소망처럼 맑게. 가볍게.

버려진 낮은 곳으로부터..

 

 

시집‘시퍼런 미래’(이종태, 2015), 고요아침

 

 

 

홀로서기 Standing Alone 16A17_91.0×116.8cm_Mixed media on canvas_2016

 

 

홀로서기 Standing Alone 16A19_91.0×116.8cm_Mixed media on canvas_2016

 

 

홀로서기 Standing Alone 16A20_91.0×116.8cm_Mixed media on canvas_2016

 

 

 

 

 
 

이종태 | Lee jong tae

 

e-mail | floodz@naver.com

 

 
 

vol.20161005-이종태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