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 : fun 展

 

 

 

선화랑

 

2015. 9. 2(수) ▶ 2015. 9. 8(화)

Opening 2015. 9. 2(수) PM 6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5길 8 | T.02-734-0458

 

www.sungallery.co.kr

 

 

참여작가 | 공혜주 | 권치규 | 김성복 | 김시현 | 김윤찬 | 김혜진 | 남현

강유림 | 공혜주 | 권치규 | 김성복 | 김시현 | 김윤찬 | 김혜진 | 남현주

박태원 | 서은경 | 석종헌 | 왕열 | 이여운 | 정미 | 지요상 | 남현주

 

초대작가(중국) | 석종헌 | 왕열열 | 이여운 | 정미미 | 지요상 | 남현주

정향군 | 양페이장 | 호본칠 | 석종헌 | 왕열열 | 이여운 | 정미미 | 지요

 

후원회 | 석종헌 | 왕열열 | 이여운 | 정미미 | 지요상 | 남현주 | 석종헌

고충환 | 김동식 | 김동명 | 김동혁 | 김상규 | 김영두 | 김영수 | 김윤미

김일래 | 김태언 | 심맹식 | 이화영 | 임경오 | 전대규 | 채명기 | 최장희

 

 

강유림作_Others-gazing_80×117cm_Korean-painting_2015(좌)

공혜주作_Lady of desire_100×100cm_Oil on canvas_Mixed media_2014(우)

 

 

 

권치규作_Resilience_1500×150×25cm_Urethane painted on FRP_2014(좌)

김시현作_The precious message_41×60.5cm_Oil on wood, Canvas_2015(우)

 

 

펀앤펀(FUN : fun) 창립전에 부쳐

 

예술과 후원, 공생하고 공존하는 환경을 위하여

 

펀앤펀. 영어로는 FUN : fun으로 표기한다. 창립취지에 의하면 대문자 FUN은 예술에 대한 고유한 의미와 가치에 대한 즐거움을 의미하고, 소문자 fun은 예술에 대한 보편적이고 가변적인 의미와 가치에 대한 즐거움을 뜻한다. 예술이 가능해지는 두 축, 이를테면 항상적인 것과 비항상적인 것,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 특수한 것과 보편적인 것이 상호 길항하고 부침하는 예술의 창작 프로세스를 함축하고 있는 경우로 보인다. 창작과 향수의 관계로 치자면 앞쪽 즐거움은 창작의 괴로움을 동반하는 즐거움이고, 뒤쪽 즐거움은 향유며 향수에 수반되는 즐거움이다. 창작과 향수의 관계? 바로 미술작가와 미술애호가들이 만나 일을 도모했다. 미술애호가들이 미술작가들을 후원하기 위한 순수한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라고 한다. 알다시피 조형예술은 팀워크에 약하고 각개전투에 강하다. 창작을 독려하는 외부로부터의 격려와 같은 동기부여가 주어지지 않으면, 스스로라도 자신이 작업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하고 의미부여를 해야 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있어서 실제로 그렇다. 그래서 고독하다. 그래서 미술작가와 미술애호가의 만남은 소중하다.

 

 

김성복作_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_520×540×470cm_브론즈_2014(좌)

김윤찬作_靑春 - 푸르른 달빛 너머로부터_139×101cm_韓紙에 水墨, 金箔_2015(우)

 

 

참여 작가들을 보면, 강유림은 꽃과 여자를 그린다. 흔히 꽃에 비유되는 여성의 성적 정체성을 주제화한 경우로 보이고, 여성의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경우로 보인다. 이처럼 꽃에 빗대어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경우는 서은경의 그림에서도 확인된다. 만개한 꽃잎 그림에다가 홀로그램 같은 동시대적 오브제를 콜라주해 자연을 현대적이고 인공적인 감각으로 번안한 경우로 보인다. 그런가하면 박태원이 조각한 꽃 형상은 작가의 또 다른 조각인 입술 형상의 조형에 연동된다. 꽃잎과 입술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상호 연상 작용을 불러일으키는데(속설로 치자면, 꽃잎 같은 입술?), 에로티시즘을 주제화한 경우로 보인다. 이처럼 에로티시즘을 주제화한 경우로 치자면, 여성의 다양한 포즈(체위?)를 그려놓고 있는 지요상의 그림에서 좀 더 분명해진다. 각각 에로티시즘을 암시하는 우회적인 화법과 직설화법이 대비되는 경우로 보면 되겠다. 그리고 여기서 에로티시즘은 다만 에로티시즘 자체로서보다는 건강한 생명력의 무한분출과 리비도의 자기실현, 그래서 어쩜 존재의 자기실현을 표상한 경우로 볼 수가 있겠다.

 

그리고 공혜주는 돈과 여자를 그린다. 여성의 성적 정체성이 사회적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최소한 영향을 받는다는 페미니즘적인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조각가 권치규는 사람이나 사물이 이동하면서 혹은 움직이면서 혹은 운동하면서 그려내는 궤적을, 프로세스 그대로를 조형으로 고정시킨다. 역학을 그리고 시간을 주제화한 경우로 보인다. 역시 조각가 김성복의 조각에는 흔히 도깨비 방망이를 치켜든 남자가, 그리고 도깨비 방망이를 꼬리처럼 흔들고 있는 호랑이가 등장한다. 여기서 도깨비 방망이는 말할 것도 없이 소원을 성취하게 해주는 주물이다. 흔히 인생을 바람에다 비유한다. 바람 잘 날 없는 게 인생인 것. 그리고 그렇게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하는 게 인생이다. 도깨비 방망이는 그렇게 바람 잘 날 없는 인생에 주어진 소망이고 희망이고 주술이고 축복을 의미한다.

 

김시현은 고이 싼 보자기를 그린다. 그 속에는 필시 소중한 마음이 담겨져 있을 것이다. 화려한 보자기로 상징되는 부귀와 영화의 염원을 담은 경우로 보이고,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모티브를 주제화한 경우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김윤찬의 먹그림 역시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모티브를 주제화하고 있지만, 그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대개는 달빛 아니면 별빛을 머금은 채 저 홀로 서 있는 소나무가 소소한 아취와 함께 문인화 고유의 향기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김혜진은 모정을 그리고 탄생화를 그리고 나 홀로 시리즈를 그린다. 그리고 이 모두를 삶 혹은 생이라는 전제로 묶어냈다. 모정에선 여성의 성적 정체성이, 탄생화에서는 개인사를 기념하는 기일이며 의식이, 나 홀로 시리즈에서는 고독한 현대인의 실존적 자의식에 대한 공감이 느껴진다. 그런가하면 남현주의 그림을 지배하는 키워드는 공존이다. 하나의 화면 속에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사적공간과 공적공간이 오버랩 되는 것. 그림 속 빈 의자는 자아를 상징하며, 배경화면으로 그려진 그림은 그 자아가 머릿속에 그리는 이미지를 옮겨 놓은 것이다. 그렇게 그려진 그림은 마치 인생극장처럼 보이고, 삶의 무대며 스크린처럼 보인다.       

 

 

김혜진作_겨울이 잠든 거리에서 2_46×46cm_Acrylic on canvas_2015(좌)

서은경作_Happy  christmas_130×130cm_Mixed media_2014. 03(우)

 

 

한편으로 석종헌의 그림에 나타난 매화는 때로 백자항아리와 같은 전통적인 모티브와 어우러지고, 더러 전쟁과 폭력 같은 시대적 정황과 오버랩 된다. 아마도 전통과 현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관조하는 자화상을 표상할 것이다. 이처럼 석종헌의 그림에서 매화가 자화상을 표상한다면, 왕열의 그림에서 자화상은 하늘을 유유자적하는 고고한 학으로 표상된다(고고한 걸로 치자면 매화도 학에 빠지지가 않는다). 주로 청색 혹은 적색의 단색조의 그림이 감각적이면서도 관념적으로 보인다. 이런 감각적이고 관념적인 풍경 위로 나는 학을 매개로 작가는 자신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유토피아며 이상향을 그려놓고 있다. 그런가하면 이여운의 그림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반영상이다. 주로 알만한 건축물을 소재로 한 그림에서 실제 건축물과 물에 비쳐 어른거리는 물그림자를 대비시키는데, 실상과 허상, 실제와 그림자 혹은 허구의 모호한 경계를 묻는 개념성이 감지된다. 그래서 그런지 작가의 그림은 무슨 설계도 같고 청사진 같다. 그리고 동물들을 소재로 한 정미의 그림에선 우화적이고 해학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동물 자체로서보다는, 동물들에다가 인간의 욕망이며 꿈을 투사하고 반영한 경우로 보인다.

 

그리고 전시에는 특별히 중국작가 3명이 초대됐다. 정향군, 양페이장, 호본칠과 같은, 옻칠화를 주요 장르로 하는 작가들이다. 주지하다시피 옻칠화는 동남아의 지역적 특수성과 관련이 깊고, 전통적인 장르로서의 내력이며 내공이 깊다. 최근 국내에서도 옻칠화가 성행이지만, 국내의 경우와는 또 다른 회화적 완성도며 성과를 서로 배우고 확인하는 귀한 기회가 되리라 본다.

 

다시, 펀앤펀으로 돌아가 보자. 창작하는 즐거움과 감상하는 즐거움이 서로 격려하면서 즐거움이 배가되고 증폭되는, 그리고 그렇게 즐거움이 퍼져 나가는, 그런 즐거운 밑그림이 그려진다. 비록 예술혼이나 예술에 대한 뜻을 같이 하는(이를테면 어떤 주제의식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것과 같은) 동류 내지 동료의식이 발단이 된 모임은 아니지만, 하다 보면 그렇게 될 수도 있고, 나아가 그것이 발판이 돼 미술판에 의미 있는 일(사고?)을 칠 수도 있다. 펀앤펀에서 즐거움은 즐거움 자체로서보다는 일종의 반어법처럼 읽힌다. 이중적이다. 우울한 시대, 재미없는 시대, 의미 없는 시대를 한편으로는 증언하면서 다르게는 치유하는, 그런 미약이며 묘약으로 작용하는, 그런 모임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고충환(Kho, Chung-Hwan 미술평론)

 

 

남현주作_근대보기 4_72.7×60.6cm_도침장지위에 채색_2011(좌)

석종헌作_몽상-매화_50×60cm_천에 먹, 아크릴_2015(우)

 

 

박태원作_국제조각페스타_2014(좌)

정향군作_無題_60×90cm_옻칠화_2015(우)

 

 

양페이장作_아침햇살_60×80cm_옻칠화_2013(좌)

왕열作_Utopia-A companion_162×112cm_Ink-stick and Acrylic on canvas_2013(우)

 

 

이여운作_Majestic Form 03_162×130cm_Korean ink on canvas_2014(좌)

정미作_Soul mate_53.0×45.5cm_Mixed media_2015(우)

 

 

지요상作_Mi-A141230_42×29cm_Maker on paper_2014(좌)

호본칠作_月是故_明_100×190cm_옻칠화_2014(우)

 

 

 
 

 

 
 

vol.20150902-FUN : fun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