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채 초대展

 

" 카메라로 그리는 수묵(물붓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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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10(금) ▶ 2015. 7. 20(월)

서울시 종로구 평창 36길 20 | T.02-396-8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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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로 그리는 수묵화 – 한용채의 물붓질 사진들

 

미술가 한용채는 1951년 경남 태생이며 진주교육대학을 거쳐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82년부터 대구와 서울, 창원 등지에서 다섯 차례의 개인전과 전개그룹전, 의식의 정직성-그 소리전, 물의 신세대전, 한국현대미술의 모색전, 대구현대미술가협회전 등 다양한 단체전들을 통해 활동해왔다.

 

1980년대 초반에는 이른바 “물붓질”이란 주제로 사진 설치작업을 하였고 ’90년대부터 2012년 무렵까지는 벽에 거는 평면 형태의 나무 작업들을 제작해왔다. 2013년부터는 다시 사진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초기 사진 설치작업들은, 주변의 일상적인 물건들 위에 한지와 같이 물을 잘 흡수하는 종이를 대고 그 위에 물을 흘리거나 붓질을 했을 때, 스며 배어나는 바닥의 영상을 카메라로 포착하여 실제 크기의 사진으로 만들고, 그것을 전시장 벽면이나 바닥에 실물 오브제와 함께 배열하여 마치 사진 인화지가 물 칠한 종이처럼 보이도록 설치하는 것으로, 미술을 개별적으로 재정의(再定義)하고자 했던 동시대의 흐름에 호응한 미술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물성(物性)이나 실존적 주체로서의 신체”에 대한 관심이 대두하면서 그의 미술은 어릴 때부터 친숙했던 나무를 주재료로 하는 이른바 “목질회화(木質繪畵)”로 변신하게 되었다.

 

그것은 물감을 칠하는 캔바스와는 다르게 스스로 재료들을 깎고, 파고, 끼우고, 이어붙이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그만의 독특한 조형물로 일면 회화같기도 하고 벽에 걸린 조각 같이 보이기도 한 것이었다. 옛 한옥이나 오래된 고(古)목재에서 취한 그의 “나무-회화”는 이미 재료가 포함하고 있는 목질의 물성과 몸이 부딪히며 체화된 결과물로서 언제나 재료에 탑재한 질감을 온전히 간직한 채로 형상화되었다. 그는 나무의 재질이나 외형에 따라 연상되는 산수나 풍경같은 조각 회화를 만들어왔지만, 2012년 예기치 않는 사고로 어깨와 손을 다치고 망막 손상이 더하면서 불가피하게 사나운 목공기계나 날카로운 공구들을 더 이상 잡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미련이 적지 않았던 사진작업으로 복귀하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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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최근 디지털 사진들은 다행스럽게도 문명의 축복을 받아 과거와 같은 고통스러운 암실작업 과정이 없이도 원하는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무거운 6X7판 대형 펜탁스 카메라를 다루고 찍는 과정도 쉽지 않는 일이지만 무엇보다도 찍은 이미지를 현상하고 큰 암실에서 고독하게 확대 프린트하는 일이 결코 만만하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대형 프린트라고 해도 보편적인 사진작업은 당시에도 적지 않은 인화업체가 있어서 필름만 맡기면 현상에서 인화까지 원스톱으로 해결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한용채의 “물붓질” 사진은 찍을 때부터 인화 과정까지 고난의 연속이었다. 우선 찍을 때는, 태양광이 좋은 날, 바닥이 반듯한 야외에서 트라이포드나 촬영을 위한 구조물을 장치하고 아래에 화선지와 물건들을 세팅한 후 바람과 먼지를 피해가며 물 붓질을 하고 다시 장치 위에 올라가 촬영을 하는 과정을 반복했으며, 이후 거대 암실에서 롤필름을 직접 현상하고, 대형 바트에 [D72-덱톨]과 같은 현상액, 정착액을 제조한 다음 확대기에 걸어 벽면에 붙인 대형 롤 인화지에 투사한 후 손으로 버닝인과 닷징을 반복하며 이미지를 완성하였다. 안전한 암막을 위해 언제나 심야에 작업을 해야 했고 생업을 피해 주말 밤들을 꼬박 새는 일이 적지 않았지만 원하는 결과가 반드시 보장되지도 않았다. 돌이켜보면 뒤에 나무 작업으로 중심이동을 한 데에는 나름대로 이런 작업과정에서 온 피로감이 한몫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2013년, 그는 사진으로 다시 돌아왔다. 동기야 어쨌든 그는 밀쳐두었던 과제를 처리하듯, 1980년대의 미흡했던 그 매체에 다시 달라붙었다. 대형 필름 카메라를 대체해서 보다 가벼운 디지털 카메라가 손에 있었고 익숙하지는 않지만 포토샵 프로그램이 암실에서의 귀신같은 몸짓을 지워 주었다. 생각은 순해져서 미학이니 철학이니 하는 것들에 쫓기지 않아도 되고 최종적인 이미지는 밤을 새지 않아도 매끈하게 얻어져서 촬영 때의 상황만 나쁘지 않다면 뺨을 꼬집어 확인해 볼 정도로 좋은 환경이 되어 있었다.

 

그런 덕택에 힘입어, 그는 그린다. 인화지 위에 수묵화든 채색화든 물을 따라 올라온 바닥의 영상이 만든 우연한 발묵(潑墨)의 회화를.... 어린 시절, 물가의 마른 바위 위에 적신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그리던 그 소년이 다시 되어 산수화가 됐든 풍경화가 됐든 손 가는대로 붓질을 한다. 따지고 보면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한용채의 사진, 아니면 미술이란 것은 지난 40여년을 내내 그랬듯이 마음 가는대로 그리고, 마르면 다시 그리는 과정의 끊임없는 반복이었다.

 

박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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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쓴다.

티끌을 쓴다는 것이

빗자루 자국만 남긴다.

 

빗자루 자국을 쓸어 지운다.

빗자국을 지운다는 것이

발자국만 남긴다.

아무것도 지운 게 없다.

 

1990년대 초, 송광사 나무 대문의 톱질자국에 설레어 나무를 자르고 붙이고 끼워 넣는 이른바 목질회화(木質繪畵)를 시작했었다.

산, 초목, 바람이 좋아 지리산 아래에 돋을볕 드는 작업실도 마련하였었다.

1980년대 젊은 시절, 사진설치 작업으로 그때의 ‘철학’을 밀어붙이던 것에 비하면 나무회화 작업이 훨씬 내 몸에 정직하였지만  부주의함으로 손목을 다쳤고,  병으로 어두워진 눈이 더하여 톱과 끌을 놓게 되었다.

이제, 미진했던 그 사진으로 다시 돌아왔다.

 

화선지 위에 맹물로 붓질을 한다.

형상은 바닥의 이미지를 머금고 떠오르지만 이내 사라진다. 또 칠해 본다.

물에 적셔진 종이 위에는 장다첸(張大千) 화백의 발묵(潑墨)산수화처럼 수많은 형상이 생겨났다 사라진다.

산도 초목도 돋을볕도 바람소리도…

사라지기 전에 그놈을 카메라로 붙잡는다.

 

다녀가지만 오지 않은 듯,

종내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내 존재가 이것이던가?

                                                 

2015년, 한 용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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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채 작가

 

 
 

한 용 채 | 韓鎔採 | HAN YONG-CHAE

 

진주교육대학졸업 |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졸업 | 계명대학교 대학원 회화과졸업

 

개인전 | 1982 수화랑, 대구 | 1985 수화랑, 대구 | 1991 수화랑, 서울 | 2006 Gallery Bon, 창원 | 2010 봉산문화회관, 대구 | 2015 금보성아트센터, 서울

 

그룹 및 단체전 | 1982~1991 서울 현대미술제, 미술회관.서울 | 1983~1986 제삼미술관 초대전, 제3미술관.서울,제주,대전,전주 | 1980~84 INDEPANDTS전, 국립현대미술관.서울 | 1988~97 ENCOUNTER전, 대구시민회관.대구 | 1998~현재 대구현대미술작가 협회전, 대구예술회관.대구 | 1980~1983 전개 그룹전 | 1985~2011 그룹‘직’전 | 1986~ 현재 미술협회전 | 현대미술, 현장에서의 논리적Vision, 강정.대구 | 한국 현대미술의 모색전, 해영화랑.서울 | 현대미술제, 대구, 대전, 군산, 부산, 남해 | 의식의 정직성 - 그 소리전, 관훈미술관.서울 | 새로운 정신전, 제3미술관.서울 | 국제Mail-Arts, 서울.부산.요코하마 | 우연히 만난 사물과...전, 제3미술관.서울 | 物의 신세대전, 관훈미술관.서울 | 日, 韓 現代美術 18人の 作家展, 東野 畵廊 . 東京 .日本 | 現代美術の 斷面 ,  日韓 80年代 中期の現況 , 京都 .日本 | 대구현대미술일본전, 다가와시립미술관.일본쿠슈 외 다수

 

 
 

vol.20150710-한용채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