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대영 초대展

 

" 인왕산 - 길 위에서 "

 

Mt.Inwang 1 길위에서_53x41cm_Oil on Canvas_2015

 

 

장은선 갤러리

 

2015. 4. 1(수) ▶ 2015. 4. 18(토)

Opening reception 2015. 4. 1(수) pm 4:00-6:00

서울 종로구 인사동 10길 23-8 | T.02-730-3533

 

www.galleryjang.com

 

 

Mt.Inwang 23 길 위에서_65.1x50cm_Oil on Canvas_2015

 

 

인왕산 - 길 위에서

  

추사 김정희가 유배지인 제주도로 향하는 작은 배 위에서 몇날 며칠을 바라보았던 것은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의 수평선이었을 것이다. 검푸른 바다와 하늘의 경계선을 바라다보며 그는 느티나무가 붉은 잎을 무성하게 드리운 고향 마을 어귀를 떠올렸을는지도 모른다. 늦은 가을이면 불꽃처럼 타오르던 느티나무가 백여 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차대영 작가의 작품전 「인왕산 - 길 위에서」에서 그 모습을 나타낸다.

 

추운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름을 알 수가 있다는 글귀를 세한도에 쓸 무렵 추사의 나이는 59세,  차대영 작가는 남다른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세상의 실익과 영합하지 않고 그를 찾아준 제자에게 준 편지에 드러나는 미안함과 고마움을 황량하고 강직한 필력으로 그려낸 추사의 세한도를 차대영 작가는 거칠게 긁어서 표현해냈다.

 

긁는다는 것은 인간이 최초의 흔적으로 남긴 자국일 것이다. 그림은 그리움을 나타내는 것이며 잊고 싶지 않은 것은 그림이 된다. 차대영 작가는 깊은 상실감과 공허감을 파헤치듯 긁어서 표현하고 있다. 마치 호랑이가 나무 등걸을 긁어서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려고 자국을 내려는 듯이. 그가 전작에 그려놓았던 작고 약한 페튜니아처럼 세한도는 한 구석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지만 휘어져 늘어진 소나무의 가지에서 호랑이의 꼬리가 느껴진다.

 

 

Mt.Inwang 14 길위에서_100x25cm_Oil on Canvas_2015

 

 

잊을 수 없기에, 행복했던 순간들을 다시 살기 위해 그리고 긁고 새긴다. 파헤치고 긁는 것은 불안하고 위험하지만 무언가를 찾으려는 애타는 흔적과 몸부림이 아프면서도 후련하다. 백색의 화폭이 먹물과 만나 스며들고 일체가 되는 동양화에서 캔버스에 색을 입히는 작업으로의 변모는 작가를 한층 더 백색의 미학과 사의의 구현에 심취하고 다가서게 만들었다. 재료는 달라졌어도 오히려 작품을 백색이 주는 시각적인 면보다 근원적인 사의로 물들이는 의미적인 면이 보다 풍요로워진 것이다.

 

붉은 나무는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나무가 아니다. 불구덩이 속에서 다시 불씨를 머금고 다시 태어나는 영원히 죽지 않는 불새, 날개를 찬란하게 펼친 주작이다. 그런가 하면 소나무의 비늘은 용이나 뱀, 메마른 나무 아래 집은 거북이와도, 웅크리고 있는 호랑이와 닮아 있다. 아주 멀고 먼 길이라도 묘사하려는 것일까, 길게 지그재그로 그어진 선은 과연 무엇인가. 물과 하늘을 왕래하는 용이 아닐까. 그가 구분해 놓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는 길은 결코 험난한 여정이 아닌, 힘차고 강렬한 용의 비상이다. 비상하려는 용의 꿈틀거림이며 또한 음양과 우주의 원리를 담은 태극의 역동적인 힘과 기운인 것이다. 오랜 인고의 날들을 보낸 응집된 기, 그것은 검은 숲에 웅크리고 있지만 언제라도 뛰쳐나올 듯한 호랑이의 눈동자처럼 감춰지고 은밀하다. 그가 구성한 한 구석의 작은 모티브는 그러나 가장 전체를 아우르고 관망할 수 있는 최적의 자리인 것이다.

 

 

Mt.Inwang 9 길위에서_65.1x45.5cm_Oil on Canvas_2015

 

 

막막한 유배 생활의 어느 여름에 세한도를 그린 추사의 세한도가 그 해 겨울, 중국에서 제자에 의하여 선보여졌고 수많은 쟁쟁한 문인들이 찬탄하며 쓴 동정과 위로의 감상기가 고립과 상실감에 위축되었던 그에게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돌파구가 되었던 것처럼 차대영 작가의 이번 작품전은 지금까지의 흔적을 간직한 채 대담한 방향으로 용틀임을 하면서 돌파구를 찾는다. 그의 예술은 「인왕산 - 길 위에서」를 지나면서 이전과 이후로 크게 나눌 수 있는 기점이 될 것이다.  

 

추사 김정희를 비롯하여 마크 로스코의 색면 추상 등 기존의 여러 작가들이 이미 이루어 놓은 시도와 완성들이 차대영 작가의 화폭에서는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와서 말을 걸지만 작가의 남다른 감성과 혼이 점철된 흔적은 그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는 서정적이면서 독특한 여운을 풍긴다. 상처받은 자만이 아픈 이를 감싸줄 수 있다. 혹독한 시련을 버텨 낸 소나무처럼 꿋꿋하게 살아가기를 염원하는 마음은 페튜니아 꽃송이에, 인왕산에, 그리고 인왕산 그 이후로도 영원히 되살아나는 불새처럼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기운을 가득 담고 있다.

 

추사는 세한도의 구부러진 소나무 가지 아래, 오랫동안 잊지 말자고 붉게 인장을 새겨 넣었다. 차대영 작가의 작품은 대단히 절제한 화면의 구성과 색감 가운데 유독 붉은 나무와 붉은 인장으로 자기 자신과의 일체를 암시하고 있다. 옛 거장의 그림에서의 인장은 오랫동안 잊지 말자는 장무상망의 글귀였지만 차대영 작가는 다만 빨간 자동차와 이름으로 그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Mt.Inwang 17 길 위에서_100.1x25cm_Oil on Canvas_2015

 

 

어린 아이의 순수 무구함으로 돌아가서 모든 것을 놓고 나서야 보이는 세계가 있고 느껴지는 감성이 있는 것이라는 것을, 그가 끝내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그가 사랑하는 백색의 사의적인 세계다. 예술이 어떻게 인간이 살아가면서 남겨 놓은 흔적을 지울 수 있을까. 칠하고 덧붙이면서도 벗겨낸다는 것, 알 수 없는 수수께끼처럼 어렵고도 쉬운 화두가 바로 예술이 아닐까. 그렇기에 차대영 작가는 오랫동안 잊지 말자는 글귀가 아닌 빨간 자동차를 그려 넣은 게 아닐까 싶다.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가는 뱀처럼 잊자는 것인지도 모른다. 잊지 말자는 말보다 잊겠다는 말이 더욱 아프다는 역설의 이치, 나아가려면 잊어야만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길 위에 선 우리는 지우고 잊으려 해도 더욱 선연하게 각인되는 흔적을 가슴에 담고 있다. 그 흔적을 그리고 지우는 과정을 계속 반복하지만, 그 끝은 결국 모든 것을 지우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반복하는 것은 결과보다 인생도, 예술도, 그 과정이 소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개인전 「인왕산 - 길 위에서」는 이제까지 차대영 작가의 작품에서보다 더욱 추상적이고 함축적인 상징과 의미, 그리고 색다른 기술적 시도가 눈길을 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그가 추구하고 천착해 온 예술세계는 더욱 깊고 풍성하게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섬세하고 유려한 표현과 기법에서 담대하고 거침없이 구현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겸손하고 소박한 모티브와 그 의미를 주목하게 된다. 그가 지우지 않은 흔적과 메시지, 잊지 말자고 해도 잊을 수밖에 없고 지워지는,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고 지울 수 없는 흔적과 메시지가 생동하는 차대영 작가의 이번 작품전은 그의 저력과 진가를 새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2015.4

미술평론가 김 성 은

 

 

Mt.Inwang 3 길위에서_53x41cm_Oil on Canvas_2015

 

 

교수님은 초지일관의 의지와 집념으로 구축해 온 백색의 미학으로 작품세계를 펼친다. 백색은 작가의 골수이며, 시리도록 눈부시고 따뜻하게 한 편으로는 오묘하고 상서롭게 구현하는 백색과 인왕산이 만나 오묘하게 드리워지는 작품에서 한국적인 세련미까지 감상할 수 있다.

 

서양화가 차대영 선생님의 이번 작품전의 예술은 이전과 이후로 크게 나눌 수 있는 기점이 된다. 이제까지의 작품에서보다 더욱 추상적이고 함축적인 상징과 의미, 그리고 색다른 기술적 시도가 눈길을 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그가 추구하고 천착해 온 예술세계는 더욱 깊고 풍성하게 그 맥을 이어가고 있고, 섬세하고 유려한 표현과 기법에서 담대하고 거침없이 구현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겸손하고 소박한 모티브와 그 의미를 주목하게 된다. 작가의 화폭에서는 혹독한 시련을 버텨 낸 소나무처럼 꿋꿋하게 살아가기를 염원하는 마음을 페튜니아 꽃송이에, 인왕산에, 그리고 그 이후로도 영원히 되살아나는 불새처럼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기운을 가득 담고 있는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그의 남다른 감성과 혼이 점철된 흔적은 그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는 서정적이면서 독특한 여운을 풍긴다.  그가 끝내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그가 사랑하는 백색의 사의적인 세계이고, 이번 작품전은 그의 저력과 진가를 새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번 달은 솜사탕처럼 아늑하게 녹아나는 몽환적인 감흥과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차대영 선생님의 깔끔하고 세련된 20여점의 작품을 보실 수 있다.

 

차대영 선생님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하였고, 한국,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 싱가폴 등에서 개인전 75회를 하였고, MAC 2000, NICAF 국제아트페어,  EXPO 파리서울전 , CHICACO 아트페어, MANIF 서울국제 아트페어, 아시아 국제미술제, 홍콩 아트페어 외에도 수많은 아트페어와 단체전을 하였다. 또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MANIF 서울 국제아트페어 대상, OSAKA 아트페어 우수작가상, 한국미술 작가상 등 많은 수상경험이 있다.  현재는 수원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님으로 활동 중이다.

 

 

Mt.Inwang 18 길 위에서_100.1x25cm_Oil on Canvas_2015

 

 

    Mt.Inwang 4 길위에서_53x41cm_Oil on Canvas_2015

 

 

 
 

차대영 | CHA DAE YOUNG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졸업

 

개인전 75회 | 한국,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 , 싱가폴 등

 

젊은 모색전 (국립현대 미술관 ,과천) | MAC 2000 (Effel-Brany, 프랑스) | NICAF 국제아트페어 (동경 국제포름, 일본) | KCAF 한국현대미술제 (예술의전당, 서울) | EXPO 파리서울전 (파리, 프랑스) | CHICACO 아트페어 (시카고, 미국) | MANIF 서울국제 아트페어 (예술의 전당, 서울) | OSAKA 아트페어 (ATC 미술관, 오사카) | 아시아 국제미술제 (후지미술관, 일본) | 피스드림아트페스티벌(세비야 꿀뜨라스, 스페인) | LA 아트페어 ( LA컨벤션센터, LA) | 싱가포르 아트페어 (싱가포르 F1 컨벤션센터, 싱가포르) | 홍콩 아트페어 ( 홍콩컨벤션센터, 홍콩 )

 

수상 | 제10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 제5회  MANIF 서울 국제아트페어 대상 | 제8회  한국미술 작가상 | 제1회 OSAKA 아트페어 우수작가상 | 제31회 올 해의 최우수예술가상 (미술부문)

 

현재 | 수원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Vol.20150401-차대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