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경 展

 

유쾌한 아름다움 – 골무

 

유쾌한 아름다움-골무_44 × 44cm_손바느질 . 염색, 한복천_2014

 

 

피카소 화랑

 

2014. 10. 2(목) ▶ 2014. 10. 8(수)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중동 1147-12 | T.051-747-0357

  

 

유쾌한 아름다움-골무_58×69cm_손바느질, 염색, 한복천_2014

 

 

 

종손 며느리이셨던 어머니는 명절이나 집안 잔치가 있으면 허드렛일이 많으셔서 항상 먼저 가서 일을 하셔야하는 터라 날 곱게 단장해주질 않으셨다.

고까옷 곱게 한복을 입고 아얌까지 쓰고 다음 날 온 사촌들 틈에서 나는 초라하기 그지없었고, 때론 때를 쓰고 울기까지 했으나 친척들이 많은 터라 아무도 내게 맘을 써주질 않았다.

나는 그때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화려한 것에 매료되었으며 천의 색에 위안을 얻고자 하였으며 가까이 두고 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작업실에서 백일몽을 꿨다. 전날 나는 아버지를 땅에 묻고 왔었다.

그때 나는 자는 것도 깨어 있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눈을 뜬 채 꿈을 꿨다

그 순간 작업실 바닥에 놓여 있는 작은 골무 하나를 발견했고, 지평선 위에서 이글거리며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처럼 오로라 같은 기운을 뿜어내며 솟아있는 붉은 골무 하나에 마법에 홀린 듯 얄궂게도 빠져있었다.

그때 태양은 창문 틈사이로 내려앉고 있었고 알싸한 공기는 을씨년스러움과 적막감으로 작업실을 가득 채웠다.

 

일 년이 흘렀다.

 

죽을 것 같던 그리움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화선지에 쉼 없이 발림을 해야 온전히 그 색을 발현하는 수행과도 같은 채색 작업. 반복적인 덧 칠 작업에 눈물이 나서 할 수가 없었다. 불현 듯 백일몽이 생각났다. 해서 나는 작업의 전환점으로 비단과 가위, 실과 바늘을 들었다.

아름다운 것…. 화려하고 고운 색들…. 손끝으로 만져지는 촉감들…. 사각사각 가위 소리….

슬픔을 자르듯 수없이 가위질하고 아픔을 꿰매듯 수없이 오려 화면에 붙이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골무의 기능적 역할은 바느질할 때 바늘로부터 손가락을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아버지를 잃은 후, 쉽게 아물지 않았던 상실감과 여러 상처들을 골무 작업을 통해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조형적인 언어를 찾았다. 한복을 하고 남은 버려지는 조각난 천을 바늘을 통해 실로 잇대는 작업에 몰두하는 것은 파편들을 연결하여 새로운 전체로 새로 태어나게 함으로써 정서적인 상처를 치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차가운 금속이 아니라 따뜻한 천을 사용함으로써 관람자에게 온기 있게 전달하고자 하였다.

 

바늘에 곱디고운 색실을 꿰어 넣어 한 땀 한 땀 비단 천 조각들을 정교하게 이어 붙이는 과정에서 치유와 사색을. 바늘의 뾰족한 성질을 잡아주는 과정에서, 골무의 푸근함과 방어적인 조형성은 세상을 향한 꿈이 매일 새롭게 충전되는 과정에서. 손가락의 갑옷처럼 골무의 형태가 핸디캡과 상처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바람의….기원에서 .. 작품 속에서 온전히 드러나는 작가의 고통이나 아픔이 아니라 부족하고. 아팠지만 잘 극복되어진.. 작가의 삶이 어땠는지 모르나 그저 참 예쁜 그래서 온전히 그 작품을 소화했다는 안도감이드는.. 혐오스러움과 고통들이 작가의 내면에서 여과되어 손끝으로 나타나는 작업들은 충만하며.. 아름답고.. 유쾌하게.. 관람자들에게 감상되어지길 바란다.

 

 

유쾌한 아름다움-골무_90×102cm_손바느질, 염색, 한복천_2014

 

 

Artist's note

 

My mother was an eldest daughter-in-law of the family that she had too much odd jobs in her hands on holidays or family parties that she could not dress me up pretty

I couldn't look more shabby in between my cousins who came the next day in colorful hanbok and even in fancy fur caps, and I sometimes grizzled and cried to get attention but there was no one who were being considerate of my feeling because there were too many relatives.

I became fascinated with glitz and glamorous things in return for things that I couldn't enjoy at the time and tried to get comfort from the color of the cloth.

Then one day, I had a daydream in my studio. I buried my father in the ground the day before.

At the time, I was in that half-and-half state where you are not completely asleep nor completely awake and dreamed with my eyes opened.

At that moment, I found a small thimble on the floor and was ironically lost in this red thimble that stood high up with aurora energy like the blazing sun rising above the horizon.

And the sunlight came in through a crack in the window and cold air filled the studio with dreary and lonely feeling.

One year has passed.

I couldn't do anything because of that tormenting yearning.

I shed a tear and was unable to do the coloring process like expressing the color fully only by spreading on rice paper restlessly and repetitive painting over process. Suddenly, I thought about the day dream. So, I picked up silk, scissor, thread and needle as a turning point of my project.

Beautiful things.... glamorous and sweet colors.... the touches felt through my fingertips.... crisp sound of a scissor....

I finally regained a state of balance by cutting with scissors innumerable as if I am cutting away the sorrow and by cutting out innumerable pieces and pasting them on a screen as if I am sewing up the pain.

A functional role of thimble is to protect fingers from needle when sewing.

Since my father passed away, I found my own formative language during the process of overcoming a great sense of loss and pain by making thimbles. It was because I wanted to cure emotional pain by concentrating on putting the remaining small pieces of fabric from making Hanbok with needle and thread and creating them into an entirely new thing. I tried to deliver warmth to the viewers by using warm fabric instead of cold metal.

Healing and meditation through a process of threading a needle with beautiful colored thread and connecting pieces of silk together delicately with every stitch.. through a process of dealing with sharp end of needles, warmth and defensive formativeness of thimbles represent a process of our dream for the future getting recharged everyday... the armor shape of thimbles represent praying for desire to overcome handicap and wounds... I don't know how the artist's life was like in the past but her works contain painful past that the artist overcame fully that they give a feeling of relief that the artist assimilated work fully by creating beautiful and elegant pieces...

I wish for the artworks created through filtered pain, detest, and inner-self of the artist appear beautiful and pleasant to the viewers.

 

유쾌한 아름다움-골무_48×47cm_손바느질, 염색, 한복천_2014

 

 

유쾌한 아름다움-골무_44×44cm_손바느질, 염색, 한복천_2014

 

 

유쾌한 아름다움-골무_58×69cm_손바느질, 염색, 한복천_2014

 

 

 

 

 
 

■ 김애경

 

동의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 동의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개인전 | 2014년 유쾌한 아름다움-‘골무’ 6회 개인전 (피카소화랑/부산) | 2014년 유쾌한 아름다움- ‘골무’ 이랜드 문화재단 작가공모선정 5회 개인전  (이랜드스페이스/서울) | 2011년 ‘한국의 美- 골무’ 4회 개인전 (부미아트홀/부산) | 2007년 ‘한국의 美’ 3회 개인전 (맥화랑/부산) | 2003년 ‘한국의 美’ 2회 개인전 (유우갤러리/부산) | 2002년 ‘한국의 美’ 1회 개인전 (효민갤러리/부산)

 

2인전 | 2005년 김애경 심종승 감추어진 혼의 빛 기획초대(아리엘갤러리/부산) | 2005년 김경호, 김애경 기획(정원화랑/부산)

 

공모전 및 단체전 기타 경력 | 2012년 SCAF 서울컨템포러리 아트스타페스티벌 공모선정(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서울)

           

단체전 및 공모전 60여회

 

삽화 | 어떤 어른이 되어있을까 (미토스북스 출판사) | 뿌리이야기 (문화면 소설/ 국제신문)

 

칼럼 | 봄날 고전회화 감상하기 (국제신문) | 풍속화 속의 ‘숨은그림’ (국제신문)

 

부산미술협회주최 한국화 학생그림 공모전 심사위원(2010,13) | 부산미술협회 한국화 분과 운영위원(2010,11)

 

작품 소장 | 이랜드 문화재단 (3점) | 개인 병원 및 개인 소장

 

페이스북 | https://facebook.com/ak9800

 

블로그 | https://blog.naver.com/kak07

 

 
 

vol.20141002-김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