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경 展

 

 

 

인사아트센터 1층

 

2014. 9. 3(수) ▶ 2014. 9. 8(월)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 T.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작가노트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 윤동주, 내 마음에 가을이 오면 중에서.

 

이번전시는 <그해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그해 가을> 시리즈로 세 번째의 계절을 세상에 선보인다. 가을이란 단어를 마음속에 떠오를 때면, 화려함, 풍부함, 배품과 수확이라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계절을 알게 해준다. 한여름 볕에 솔솔 부는 가을을 기대하는 것처럼 인생에서도 가을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힘든 시절을 이겨 내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내 나이도 가을 들녁에 황금빛 벼처럼 성숙한 그런 나이가 되었다. 이제는 풋 시절도, 역경의  시절도 지나가고 나의 마음은 희망 속에 붉게 물들어 있고, 열매도 맺어 새 식구들을 맞이했고, 채움보다 비움이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는 남을 옳고 그름의 판단이 아닌 그 상태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는 마음의 여유를 얻게 되었다. 가을은 나에게 베푼 자연의 선물이다.

 

나는 몇 년 전부터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어렵게 시간을 내서 자연으로 휴가를 가곤 했다. 가을은 나를 끌고 자연으로 가자한다. 그곳에 가면 항상 나를 반겨 주는 것들은 이름 없는 풀꽃, 나무, 산, 바위였다. 주홍색 감나무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상기시켜주며, 모양이 예쁜 동그란 감의 형태는 마치 자신을 보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나는 이런 자연의 품에서 작은 행복을 느낀다.     

 

어느 날 내 마음에 가을이 오면 자연이 화사하게 단장을 하고 외출을 준비한 여성으로 보였다. 어느 날 나의 발밑에 떨어진 노란 은행잎을 보면서, 조금씩 내 주위에 숨어있던 색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은행잎은 처음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그동안 내 마음이 그것을 보지 못했던 것일 지도 모른다.

 

나는 자연 속에 숨겨졌던 색들을 하나씩 찾아내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가을에 숨겨져 있는 수많은 색은 자신만의 가치를 알아주기를 기다린 것처럼 보였다. 자연에서 느끼고 감동한 그 색을 온전히 재현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순수한 자연의 실체를 사진 프레임에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자연을 가까이 쳐다보는 시간은 마음에 편안한 안식을 준다. 나는 자연을 통해서 나에 대해서 깊이 인식하고 내가 몰랐던 나를 알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 짧은 어느 순간에는 자연의 순환과 이치를 이해하게 되는데 나에게 사진은 자연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탐구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것은 내가 어디서 왔으며, 내가 누구이며,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마음속에 던지게 한다.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가을을 생각하며

김석원 (중원대학교 연구교수, 평론가)

 

#1.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가을, 몽롱한 환상

연일 불볕더위가 그치질 않고 밤에도 더운 바람이 불어서 잠을 설친 것이 어제 같은데 이제는 체감으로 느끼는 바람이 꽤 차다. 삼복더위가 끝나가고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가을과 관련해서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의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가을은 두 번째 봄이다.” 는 글귀는 가을의 아름다운 특성을 정확하게 표현한다. 가을은 또 다른 기억을 환기하는데, 가을 하늘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마음이 답답하고 힘들 때는 하늘을 바라보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시절에는 하늘을 바라보면 답답했던 마음이 누그러지는 듯했는데 지금 나이가 들어서 바라본 하늘은 그때와는 너무 다르게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고민이 지금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이 그리 많지가 않다. 인간은 현재를 살면서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꾸만 과거를 떠올린다. 심지어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세월이 변한다는 것을 지각하고 있지만 사실 이 문제는 냉정하게 말하면 세월을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 시간의 문제를 생각해보면 1년을 365일 사계절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눈 것에 불과 하다. 매년 반복되는 계절의 변화를 우리는 말로서 설명할 뿐이다. 사진에서는 세월의 변화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똑같은 사계절의 변화를 남성, 여성은 어떻게 다르게 인식할까? 카뮈가 말했듯이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가을은 두 번째 봄이다.”는 문장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순간은 여성의 아름다움과 비교가 될 만하다. 쇼펜하우어 (Arthur Schopenhauer)는 인생론에서 “자연은 여성에게 연극의 무대 효과와 같은 것을 주었다. 긴 여생을 대가로 몇 년 동안의 풍요로운 아름다움과 매력을 주었다”고 말했다. 아름다움은 여성에겐 굉장한 특혜로 작용하는데 오윤경 작가가 사진으로 기록한 가을 풍경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자연의 풍경으로 대변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여성이 화장하고 마음껏 멋을 내고 외출하기 전 대기 상태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오윤경은 지금까지 세 번의 개인전을 열었는데 <그해 겨울, 2012> 은 나무를 통해서 인간이 직면한 외로움, 고독에 대한 문제를 시각적으로 환기 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 <그해 여름, 2012> 은 작가 개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파도가 치는 풍경, 나무를 소재로 황량한 시간의 흐름을 대상에 ‘조응(correspondence)’하려고 시도했다. 이 시리즈들은 각 주재에 따라 표현방식과 화면 구성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번에 발표하는 근작 <그해 가을, 2014> 은 예전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대상을 감성적으로 해석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작품은 계절이 변할 때마다 느끼는 여성의 감정을 표현한 ‘춘하추동(春夏秋冬)’연작 시리즈 중에 하나로서 사계절 중 가장 화려한 가을에 주목하고 있다.

<그해 가을, 2014> 연작에서 또 한 가지 두드러진 점은 인물의 개입을 의도적으로 생략하며 자연 풍경 자체에 주목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연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풍파를 거치거나 불안정한 상태를 암시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자연을 통해 얻은 평온한 아름다움을 회상할 수 있는 소재들을 활용했다. 이것은 특정 장소를 기반으로 하지만 환상적인 경관을 지향한다. 예를 들자면 오후의 햇살이 비치는 오솔길에 군데군데 안개가 피어오르는 비현실적인 상황으로서, 현실을 기반으로 하지만 몽롱한 환상에 빠지는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2. 감나무, 가을이 오는 소리

얼마 전 아무런 이유 없이 니체(Nietzsche, Friedrich)가 토리노에서 마부에게 학대받는 말의 눈망울이 너무 애처로워 보여서 말의 목을 끌어안고 울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무런 연관이 없는 L 작가가 떠오른 적이 있었다.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L 작가의 눈빛이 안타깝게 느꼈던 것과 니체가 언급한 말과 연관을 지어서 생각한 것인데 이런 현상을 정신분석은 ‘자유연상(free association)’이라고 정의한다. 자유연상을 일상에서 연관 지어서 생각하면 아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동그란 동전을 보고 감을 떠올리고 다시 이것을 감을 좋아하셨던 할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오윤경의 사진에서 한국인에게 정서적으로 다가오는 감의 이미지를 자유연상으로 생각하면 독일의 항공사인 ‘루프트 한자(lufthansa)’의 항공기 심벌과 연결된다. 한국의 시골에 있는 감나무와 독일의 항공기 심벌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지만, 자유연상이 흥미로운 것은 A라는 대상에서 전혀 관계가 없는 D의 대상까지 감정과 사고가 전이되어 전혀 다른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어서 흥미롭다. 오윤경의 감나무 사진을 보고 있으면 두 가지 충동이 발생한다. 그것은 감을 단순히 감상하고 싶은 충동, 다른 하나는 감나무를 건드려서 감을 직접 따고 싶은 충동이다. 어린 시절 시골에 놀러 가면 산기슭이나 이웃집의 울타리 너머의 감나무에 주홍색으로 매달린 감을 따서 먹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번은 있음직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 그 시절의 경험은 감을 통해서 ‘놀이’와 ‘고향의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경험으로 기억된다.

 

이처럼 감나무는 한국적인 정서에서 친숙한 대상으로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다. 그녀의 사진에서 산, 달, 감나무는 일차적인 지시대상(referent)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단순한 풍경으로서의 대상을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녀의 산, 달, 감나무는 특별한 사유로 드러난다. 산의 경우 대상성보다는 ‘정서적인 기운’으로 이해된다. 새 파란 하늘의 중심에는 달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아래는 검은색 산이 하늘과 대비되는 하나의 실체로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사진이 흥미로운 점은 일체의 다른 설명에 의지하지 않지만, 우뚝 서 있는 감나무는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 사진이 단순한 풍경으로만 해석되지 않는 것은 자연으로서의 산, 달, 감나무의 모습을 떠나서 존재의 자기 현 현으로 등장하기에 그렇다. 즉, 각각의 대상들이 자신의 실체를 증명한다는 표현이 적절한 듯하다. 달에 관해서 사자성어 중에 ‘견지 망월(見指忘月)’이 있는데, 이것은 어떤 진리를 말하기 위해서 가르키는 달을 보지 않고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을 본다는 뜻이다. 견지 망월에서 달은 인간의 어리석음을 언급하는 실체적인 대상으로 등장한다. 산의 의미를 좀 더 생각해 보면 한국인들이 산을 대하는 태도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단순하게 자신의 시야에 보이는 산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산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보는 자기반영의 이미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인들이 산에 간다는 것은 단순한 등산을 넘어서 심신을 수양한다는 뜻을 지닌다. 오윤경의 산도 단순한 풍경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산을 통해서 명상하는 자아의 반영이 숨어있는 것이다. 오윤경의 근작 <그해 가을, 2014>은 그녀가 지금까지 작업해온 과정을 두 가지 세션인 가을 풍경, 감나무 시리즈는 소재와 주제가 지닌 익숙함은 대중의 미감에 적합하며, 지금까지 일관되게 작업한 사진 세계와 그 세계를 통해서 가을 감나무처럼 무르익은 독자의 사유체계가 공유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오윤경

 

수상경력 | Artwork Selected in Seoul Photo exhibition | Silver Prize in LA International Collection | Artwork Selected in Korea International Photo Exhibition | Awarded in many other Photo collections

 

그룹전 | 2009 서울사진가회 회원전 | 2010 강동 사진가회 회원전 | 2011 경원대 사진아카데미 그룹전 | 2011 서울포토페어 부스전 | 2014 독일 7회 C.A.R(Contenmporary Art Ruhr) 부스전

 

개인전 | 그 해 겨울 '경인미술관' (2012) | 그 해 여름 '인사아트센터' (2012) | 그 해 가을 '인사아트센터' (2014)

 

Award | Artwork Selected in Seoul Photo exhibition | Silver Prize in LA International Collection | Artwork Selected in Korea International Photo Exhibition  | Awarded in many other Photo collections

 

Group Exhibition | 2009 Seoul Photographer Membership Exhibition | 2010 Gangdong Photographers Membership Exhibition | 2011 Gyongwon University Photo Academy Group Exhibition | 2011 Seoul Photo Fair Booth Exhibition | 2014 Germany Contemporary art ruhr Media Art Fair

 

Solo Exhibition | Winter Of The Year, Gyongin Art Center | Summer Of The Year, INSA Art Center | Fall Of The Year, INSA Art Center

 

 
 

vol.20140903-오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