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윤 展

 

'athlete'

 

Steeplechase,Will Forrester_230x141cm_Oil on Canvas_2013

 

 

스페이스 캔

 

2013. 12. 26(목) ▶ 2014. 1. 15(수)

Opening :  2013. 12. 26(목) PM 5:00

성북구 성북동 46-26 | T. 02-766-7660

관람시간 |  AM 10:00 ~ PM 6:00 / 월 ~ 토요일  

 

 

 

56lb weight throw, Calvin C Eager_235x157cm_Oil on canvas_2013

 

 

그림을 통해 배우고 배움을 지속하기 위해 그리는 것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스페이스 캔은 오는 12월 26일(목)부터 1월 15일(수)까지 김성윤 athlete 전을 개최한다.

김성윤은 약간은 진부해 보일 수도 있는 ‘초상화’라는 장르에서부터 그의 작품을 시작한다. ‘19세기의 초상화가 존 싱어 서전트(1856-1925)가 초기 올림픽 아카이브에서 보이는 이상야릇한 모습의 선수들을 그렸었더라면?’ 이라는 호기심에서 작업을 시작한 김성윤은 뛰어난 회화성과 소재적 독창성을 바탕으로 학생이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일찍이 갤러리현대 윈도우 갤러리에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윈도우 갤러리 전시 후 큰 반응에 이어 2011년 16번지 개인전을 통해서 그간 조금씩 보여주었던 초기 올림픽 선수들의 초상 작품 시리즈를 한 자리에서 선보이면서 작가만의 독창성과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과거의 아카이브에서 정보를 수집해, 지금은 사라진 올림픽 종목들에 참가했던 선수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재현하고, 이를 다시 존 싱어 서전트라는 전통 초상화가의 회화기법으로 풀어내는 일련의 작업과정을 통해 김성윤 작가는 본인의 상상력과 과거의 사실들이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작가의 상상력이 마치 과거 사실의 일부인 양 오묘하게 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초기 올림픽 선수들의 초상화 시리즈를 선보이는데, 비록 상상과 사실이 조합된 것이라 할지라도 그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작품 컨셉, 그리고 의상 모자, 설치물, 오브제 등과 같은 그 속에 등장하는 소품을 손수 제작하고, 기록사진처럼 연출하고 촬영을 하고, 그것을 회화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서전트가 그렸던 당시 초상화라는 장르에 더 가깝게 다가가면서 회화 자체에 더 중점을 두었다. 작가는 서전트가 그렸던 부유층의 거대 초상화의 형식을 빌려, 초기 올림픽 운동선수들의 어색한 모습들을 작품 속에 담아내는데, 이는 형식과 내용을 의도적으로 충돌하게 하면서, 작가만의 형식과 독창성으로 새롭게 해석된다.

 

 

Skijoring, Jonathan Bennette_250x212cm_Oil on canvas_2013

 

 

작가노트

 

회화적 여행에 관한 노트

(구상적인 형태를 그리는 화가에게 있어)회화를 제작하는 것은 사물, 풍경, 인물, 레디메이드-이미지, 무의식, 식별 가능한 단위들, 서사나 상황 등 대상화된 이미지를 캔버스에 구현해내는 방법을 고안해내고 최종 결과물로 구현해내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미지가 안내하는 특질들에 따라 기법을 고안하고 자기화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 혹은 반대로 자신의 기질에 맞는 기법을 고안하여 호환 가능한 이미지를 불러들이는 일은 (화가에게)집을 짓는 행위에 비유 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심사숙고 끝에 선택하고 고안한 기법이 화가의 변화하는 관심에 맞지 않게 된다면? 그는 새로이 자신을 강제하는 문제에 접근할 수 있을까? 물론 양자가 서로에 개입하며 자연스레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되거나 기법이 불러들이는 이미지가 특정 계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면 작업을 지속하는데 이상적인 조건이 된다. 문제는 기법이 서명처럼 작용하게 되면서 미래의 작업들까지 지배해 버리거나 기법과 호환 가능했던 애초의 이미지 계열에서 다른 이미지 계열로 옮겨가는데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애초에 설정했던 문제 설정을 이어 가는데 실패하고 시작점으로 되돌아 가거나 오직 자기 안으로만 파고 들어 ‘기법=화가’라는 등식이 성립하게 된다. 후자의 경우 기법의 특이성에 의해 이미지의 특질은 제거되고, 기법과 이미지의 긴장관계는 사라지게 된다. 결국 화가의 집은 이동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거나 넘어서야 할 목표로 작용하게 된다.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의 흐리기 기법은 리히터만의 독창적인 기법으로 여겨지지만, 그는 분명 자기만의 집을 지으려 했던 화가가 아니다. 그는 사진을 ‘리히터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주의적 관습에 따라 충실하게 그렸다. 사진을 닮으려 했던 그의 기법은 익명적인 것에 가깝다. 반면에 ‘회화의 승리’를 이끈 그의 후손들은 그를 따라 레디메이드-이미지에 접근하지만 그들은 사진을 자기화하며 기법을 즉각적으로 식별 가능한 기호로 취급한다. 환영적인 그리기를 시도함에도 기법적 한계와 그에 따르는 반복성의 문제는 그들이 리히터보다 추상표현주의자들과 더 유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의 문제는 그 방법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화’하는 것에 있다. 회화적 실천에서(레디메이드-이미지 계열 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까지 포함하여) 계속해서 반복되는 끝에 대한 논쟁은 회화에 대한 가치판단에만 의존하는 듯 하다. 회화는 그러한 판단과는 다르게, 의심스러운 눈초리에서도 계속해서 존속해 왔다. ‘끝'은 개별적인 ‘그림'에 적용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상 ‘회화’와 특정한 회화적 실천에 적용될 수는 없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기법을 고안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선호하는 이미지도, 화가로서 독특하게 이미지를 바라보는 시각도, 남과 다른 특별한 기질도 없었다. 생산자로서 내 관심은 내부에 있기보다는 외부에 있었다. 고유한 방법론을 고안하기보다, 회화를 이루는 하나의 요소로서 기법을 선택하고 다른 요소들과 이리저리 뒤섞어 재배치 된 형태를 상상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캔버스 외부의 코드들과 연결되기에 적합한 익명적인 기법을 상정했지만 선택지는 제한적이었다. 적당한 공간을 찾지 못하고 유령처럼 맴도는, 회화사에 의거해 식별 되지 않은 수많은 과거의 화가들이 떠올랐고 고전적인 회화 양식이 어쩌면 익명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많은 이름들 중 존 싱어 서전트John Singer Sargent, 1856-1925는 남다른 문제 의식을 가졌던 동시대 화가들과는 다르게 단지 출중한 초상화가로만 존재했다는 점에서, 그의 화법은 형식적 요소로서 다른 외부적인 코드들과 재배치 되기에 적합해 보였다.(물론 그 이름이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앤더스 소른Anders Zorn, 1860-1920이나 다른 화가였어도 크게 상관은 없다.) 서전트의 생애를 복기해 나가던 중에 초기 올림픽이 있었던 시기와 맞아 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형식과 주제 중 무엇이 먼저 인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접속 가능한 길을 탐색하는 여정이 중요했고, 기법을 아이덴티티로 파악하기 보다는 그것을 하나의 요소로 파악하고 다른 요소들과의 재배치를 염두에 두었다.

고전적 양식으로의 복귀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나 전체주의 미학, 피카소의 특정 시기 혼성모방적인 회화처럼 현실에 대한 뒤틀린 인식에서 기인한다. (시공간적 거리에 의해)이러한 혐의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을까? 나와는 전혀 상관없었던 질문이 생겨난 것이다. 한 여정이 낳은 이런 물음은 또 다른 여정을 낳는다. 목표가 아니라 연결에 의해서. 중요한 것은 여행 자체가 아니라 각각의 여정이 강제하는 어떤 문제들이다. 그것은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발적으로 솟아 오르는 계기들과 마주치기 위해 도착하는 것을 미루거나 우회하거나 길을 잃기 위한 여행이다. 그러므로 나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가 본 것을 그리고, 남과 다른 차이를 캔버스에 기입하여 견고한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통해 배우고 배움을 지속하기 위해 그리는 것이다.(2013년 12월)

 

 

 

Lacrosse, Richard Andrew Moore_227.3x131.5cm_Oil on canvas_2013

 

 

 
 

김성윤 Kim Sung Yoon

 

2011국민대학교 예술대학 회화전공 졸업

 

개인전 | 2013 athlete, Space CAN, 서울 | 2011 AUTHENTIC, 16번지, 갤러리현대, 서울 | 2010 김성윤 展, 갤러리현대 윈도우 갤러리, 서울

 

단체전 및 기타 | 2013 구_체_경 : 힐링 그라운드, 소마미술관, 서울 | 2012 Convergence, 갤러리바톤, 서울 | 돌과 땅, 스페이스 꿀, 서울 | Soul of Seoul, s.e gallerie, 베르겐, 노르웨이 | 2011 Do window vol.3, 갤러리현대, 서울 | 중앙미술대전, 예술의 전당, 서울 | 2009 아시아프(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 옛 기무사 건물, 서울

 

수상 | 2011 제 33회 중앙미술대전 선정 | 33rd Joongang Fine Art Prize

 

 

 
 

vol.20131225-김성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