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섭 展

 

해학과 풍자, 황소에 빗댄 아버지의 초상

 

버티기_3400x1500x1400mm_한옥 고재(육송),철_2013

 

 

가나 인사아트센터 3층

 

2013. 10. 9(수) ▶ 2013. 10. 15(화)

Opening 2013. 10. 9(수) 5:00 PM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18 | T.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숙 명_500x250x2300mm_한옥 고재(육송) F.R.P_2013

 

 

해학과 풍자, 황소에 빗댄 아버지의 초상

 

고충환(Kho, Chung-Hwan 미술평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아님 미처 태어나기 전부터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고 투쟁해야할 숙명적이고 운명적인 환경에 내던져진다(생존게임). 하이데거라면 이미 결정화된 세계 내에 내던져진 존재라고 했을 것이다. 그에게 투쟁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며 비중을 가지는지 알겠다. 투쟁이란 말하자면 이처럼 이미 결정화된 세계와의 투쟁이며 이를 통해 존재를 획득하기 위한 투쟁인 것. 작가는 이런 생존게임을 밥숟가락 끝에 꼬리처럼 매달린 젓가락으로 표상되는 정자들이 무쇠 솥으로 상징되는 난자를 향해 우르르 몰려가는 형국으로 풀어냈다. 존재는 그토록 이나 태어나고 싶은 것일까. 그렇게나 태어나기를 욕망하는 것일까. 모를 일이다. 헛되고 헛되니 만사가 헛되다고 성경은 말한다.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다.

그렇게 성인이 된 그의 삶은 고단하다(젊은 날의 초상). 지하철에 몸을 실은 그의 졸음이 모처럼의 단잠인지는 모를 일이나, 그 단잠이 현실로부터의 이탈을 감행하게 해줄 만큼 깊은 잠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적어도 외관상 보기에 혹 현실로부터의 일탈에 성공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만큼 깊은 잠에 빠져든다(무거운 잠). 신문인지 거적인지 모를 홑껍데기를 덮고 무거운 잠에 빠져든다. 그에겐 현실이 무겁고 신문마저도 무겁고 심지어는 잠조차도 무겁다. 그렇게 무거운 잠 곁으로 현실이 무너져 내린다. 현실이 무너져 내리고 잠이 무너져 내리고 꿈이 무너져 내린다. 그렇게 무슨 액체나 되는 것처럼 허물어져 내리는 현실이 흡사 초현실주의 그림 같다. 혹 그에겐 현실이 이미 초현실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에게 잠은 꿈을 꾸기 위한 구실이라기보다는 그래서 현실로부터의 일탈을 감행하게 해주는 구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현실을 강화시켜주고 재확인시켜주는 계기처럼 보인다.

이처럼 박민섭의 조각은 지난한 삶의 현장이며 일상을 살아내는 지금여기의 보통사람들의 초상을 그려 보인다. 그 실체며 처지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노숙자 문제나 청년실업 문제와 같은 당면한 사회적 문제의식들을 전투적이기보다는 살갑게 때론 상징적이면서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그렇게 익명인 내지 무명인으로 표상된 그들은 사실상 누구라도 될 수가 있어서 쉽게 공감을 자아낸다. 그렇다면 이런 공감의 힘은 어디서 어떻게 유래한 것일까. 그 공감의 힘을 지지하는 인문학적 배경은 무엇인가.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사실주의와 현실주의 미학일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사실주의는 그 실체가 손에 잡힐 듯 세세하고 생생한 묘사로 나타난 형식적이고 방법적이고 기술적인 측면을 지시한다. 이에 비해 현실주의는 현실에 대한 실천적 참여로 나타난 의식의 문제를 의미하고 세계에 대한 태도며 입장과 관련된다. 작가의 경우에 이런 사실주의와 현실주의가 마치 종합을 이루듯 한 몸으로 실현되고 있어서 보기에 편안하고 무리가 없고 자연스럽다. 그러면서 삶의 현장이며 일상에서 채집된 사람 사는 모습을 사회적인 문제의식의 지평으로 확장시키고 존재론적인 자의식의 층위로까지 심화시킨다.

 

 

또 하루_1500x250x1500mm_한옥 고재 F.R.P_2013

 

 

이처럼 사실주의와 현실주의 미학은 작가의 조각을 지지하는 방법론이며 인문학적 배경이 되고 있다. 그 배경에 힘입어 작가는 근작에서도 역시 보통사람들의 다양한 일상의 면면들을 형상화하는데, 이번에는 그저 보통사람들 대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들의 초상을 주제화해 문제의식의 폭을 구체화하고 한정했다. 아버지들 역시 보통사람들인지라 아버지 속에 보통사람이 녹아들어 있는 경우로 보면 되겠다. 그동안 청년기를 지나 결혼을 하고 그 자신 아버지가 된 작가의 개인사와도 무관하지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가 그려 보이는 아버지의 초상은 작가의 아버지이면서 작가 자신이기도 하고, 우리 모두의 아버지이면서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보통사람들의 초상이 쉽게 공감을 얻었듯 아버지들의 초상 역시 쉽사리 공감을 자아낸다. 주관이 객관을 얻고 특수가 보편으로까지 확장되고 심화된 경우로 보면 되겠다.

이렇듯 작가의 조각 속에서 아버지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을 한다(길). 다람쥐 쳇바퀴 돌듯 어제와 다를 바 없는 또 다른 하루며 일상을 산다(또 하루). 일일이 표현을 하지는 않지만 일상을 사는 것은 녹녹치도 않고 피곤한 일이다. 삶은 마음대로 은퇴할 수도 없는 것이어서(맞짱) 여하튼 버텨보는 수밖에(버티기). 때로는 한탕을 노리고 대박을 꿈꾸기도 하고(쩐의 전쟁), 이따금씩은 현실로부터의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나는 양탄자). 하지만 꿈은 꿈일 뿐 현실은 꿈과는 다르다. 그렇게 꿈꾸기마저 여의치 않을 때면 그저 건물 옥상에 저 홀로 쭈그리고 앉아 애꿎은 담배만 피워대 보지만(옥상에서) 아무래도 삶은 무슨 천형처럼 버겁기만 하다(숙명). 그럼에도 여하튼 가끔씩 무등을 태워 놀아주는 아버지가(이랴) 아들의 눈엔 무슨 슈퍼맨 같다(슈퍼맨).

작가의 조각은 그렇게 슈퍼맨과 천형 사이를 오가는, 꿈과 현실 사이를 넘나드는 아버지들의 초상을 그려 보인다. 그런데 뭔가 예사롭지가 않다. 아버지는 온데간데없고 황소가 아버지를 대신한다. 아버지를 황소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왜 황소일까. 태어나면서부터 죽어라고 일만 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꼴이 꼭 아버지의 삶 같다. 아니면 논 팔고 집 팔고 소를 팔아 자식새끼 학교 보내고 장가보내고 했던 아버지에게 소는 어쩌면 자식만큼이나 아님 자식 이상으로 살가웠을 존재일 수도 있다. 또 다른 피붙이 같다고나 할까. 그렇게 소는 아버지를 닮았다. 소를 빌려 아버지의 삶을 이야기하고 보통사람들의 삶의 됨됨이를 이야기하는, 소는 말하자면 의인화된 소란 점에서 일종의 우화의 경우로 볼 수가 있겠다. 소의 눈에 비친 인간일반의 존재론적 조건을 풀어낸다는 점에서 풍자와 해학의 경우로 볼 수도 있겠다.

풍자와 해학은 알다시피 그 속에 비판의 칼날을 숨기고 있는 웃음으로 나타나고, 이때의 비수가 한이다. 한을 웃음으로 받아넘긴, 한을 웃음으로 껴안고 포용한, 그리고 종래에는 한 자체를 넘어선 차원이며 경지라고나 할까. 이런 풍자와 해학을 전달하기에 인간은 아무래도 무겁고 버겁다. 선입견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동물은 적어도 인간에 비해 순진무구하고, 더욱이 인간의 흉내를 내는 동물이라면 그 자체가 이미 웃음을 자아내기 마련이다. 아마도 작가는 바로 그런 점에 착안했을 것이고, 최소한 그러한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감지했을 것이다. 그렇게 작가의 조각은 사실주의와 현실주의 미학을 넘어 풍자와 해학의 경지로까지 확장되고 심화된다. 그렇게 인간을 닮은 소들의 정경 속에 아버지들의 일상이 녹아있고 보통사람들의 애환이 스며든다. 전작에서 보통사람들의 초상이며 일상을 다양한 형태와 서사로 풀어낸 이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고, 그런 만큼 변화 또한 자연스럽다. 말하자면 소재의 측면에서 다른 경우로 볼 수도 있겠으나, 정작 이를 통해서 표현하고 전달하는 메시지며 서사는 일맥상통한 경우로 볼 수가 있겠다.

 

 

이랴!_230x390x1700mm_한옥 고재 F.R.P_2013

 

 

작가는 유토로 황소를 만든 연후에 원형 그대로 건조시키거나, 이를 틀 삼아 FRP로 떠낸다. 유토는 점토에 비해 재료의 조직이 세밀하고 점성이 좋은 편이어서 작가처럼 사실적이고 디테일이 살아있는 묘사며 조각을 위해선 그만이지 싶다. 이렇게 만든 황소의 표면에 덧칠을 해 마감하는데, 흑연을 입히기도 하고 금색을 칠하기도 한다. 흑연 자체는 내면적인 느낌과 함께 광물성 특유의 발광하는 성질로 인해 원형 그대로의 거친 맛을 간직한 듯 단단한 인상을 준다. 아마도 삶의 현장에서 맞닥뜨릴 이런저런 상처의 계기들을 속으로 삭였을 아버지들의 내향성과 강인함을 표상할 것이다. 그리고 금색은 그 와중에서도 현실을 견디게 해주고 건너가게 해 줄 꿈을 상징할 것이다. 현실원칙과 꿈은 서로 배반하기 마련이고 결과는 언제나 현실원칙이 이기는 쪽이지만, 그래도 여하튼 꿈꾸기를 그만둘 수는 없는 일이다. 아니 그래서 오히려 더 꿈을 꾸어야 하고, 삶은 꿈을 통해서나마 보상받아야 한다. 현실이며 현실원칙이 아닌 꿈으로 하여금 실존이 되게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작가는 근작에서 고재 즉 한옥을 허물 때 나온 목재를 도입하는데, 황소로 표상되는 아버지의 일상을 지지하는 배경화면 내지 밑그림의 역할을 도맡아 일종의 풍경조각으로 범주화할 만한 지평을 열어 보인다. 이를테면 길이며 다람쥐 쳇바퀴 그리고 버젓이 창문까지 나있는 키 높은 건물이 고재로 대체된다. 그리고 보다 결정적으론 아예 고재만으로 황소를 만든다. 버티기라는 제목처럼 뒷다리에 힘을 집중한 채 온몸으로 버티고 있는 동세며 정황이 역력하고 생생하다. 그러나 이 역력하고 생생한 느낌이며 팽팽한 긴장감은 놀랍게도 사실적이고 세부적인 묘사를 통해서 얻어진 것이 아니다. 다만 고재 그대로의 원형을 간직하면서 원형 그대로를 이용해 짜 맞추는 과정을 통해서 얻는다. 빚어 만들고 깎아 만든 것이 아니라 짜 맞춘 것이며, 인공의 손길 대신 원형 그대로를 살리고 이용한 것이다. 이처럼 다만 짜 맞춘 형태가 생생한 현실감을 자아내는 것. 평소 사실주의 조각에서 체득된 해부학에 대한 속 깊은 이해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묘사를 통한 사실주의 이후에 표현을 통해서도 사실에 이를 수 있음을 예시해주고 있고, 이로써 사실주의 조각의 경계를 확장하고 심화시킨 경우로 볼 수가 있겠다.

더불어 이렇듯 고재로 만든 황소에는 꽤나 의미심장한 의미마저 탑재돼 있다. 알다시피 고재는 집을 허물 때 나온 목재다. 작가는 그 목재를 이용해 황소를 만든다. 그런데 그 황소는 얼기설기 짜 맞춘 구조가 황소이면서 또 다른 집 같다. 아마도 묘사가 아닌 구조적인 접근을 꾀한 결과일 것이다. 바로 이렇듯 황소이면서 집이기도 한 형태에 방점이 찍힌다. 작가는 말하자면 집을 허물어 또 다른 집을 지었다. 집을 허물어 집을 지었고, 황소를 지었고, 아버지를 지었다. 무슨 말인가. 아버지는 집이고, 집을 통째로 지지하는 대들보다. 집은 몸이고, 정체성의 산실이고, 존재의 메타포다. 몸에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나 몸이 곧 성전(집)이라는 말은 바로 그런 의미일 것이다. 고재로 만든 황소에는 바로 이런 존재의 메타포가 깃들여 있었다.

 

 

옥상에서..._600x600x2800mm_한옥 고재(육송),F.R.P_2013

 

 

맞짱_2000x50x1450mm_한옥 고재, 철_2013

 

 
 

박민섭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졸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조각과 졸

           

개인전 | 2004 | 인사아트센터(서울) | 2005 |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서울) | 2012 | 장은선갤러리(서울) | 2013 | 인사아트센터(서울)

  

OPEN STUDIO | 2004~2005 | 고양 구산동 STUDIO

 

초대전 기획전 | 2013 | 홍콩 컨템퍼러리 아트페어(그레이스 호텔) | 2013 | 한일현대미술전, 시미지 갤러리 (요꼬하마) | 2012 | 북경아트엑스포 (북경국제무역중심) | 2012 | 한,일 현대미술의 흐름전(제주국제예술센터) | 2011 | 상하이 아트페어 (상하이 마트)중국 | 2010 | 아산시 야외조각 초대전 (이순순종합운동장) | 2009 | 아산성웅이순신축제기념 현대미술초대전 아산-이스탄불(온양민속박기획전시실) | 2009 | GIAF광화문 국제아트 페스티벌 (세종문화회관) | 2008 | 황소걸음전 (장은선갤러리) | 2007 | 고양 국제조각 심포지움 (일산미관광장) | 2006 | 아산출향작가 초대전(아산갤러리) | 2006 | 신한갤러리 ( 연극조각 프로젝트 ) 부자와 빈자에대한 사소한 단상전 | 2006 | 파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 조각 초대전 | 2005 | 당림미술관 ( 개관7주년 초대전) | 2004 | 야외공간 프로젝트 (세종문화회관)

 

단체전 | 1991~2013 | 홍익조각회전 (문예진흥원미술관) | 한국미술협회전 (문예진흥원미술관) | 한국조각가협회전 (세종문화회관) | 한국구상조각회전 (세종문화회관) | MBC미술대전 (예술의전당미술관) | 대한민국미술대전 (국립현대미술관) | 고양시조각가협회전 (일산미관광장) | 고양시미술협회전 (호수갤러리) | 고양시조각가 협회전 (일산미관광장) 외 다수

 

수상 | 1992 |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 1994-98 |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4회 | 1990-93 | MBC 미술대전 입선 2회

 

작품 소장 | 외도 조각 공원, 부산 성심학원 (부산진여고,부산양정고등학교)이사장 동상 | 전쟁기념관 피난민 행렬상 제작 (전쟁기념관) | 전쟁기념관 무기 장비류 발전상 제작 (전쟁기념관) | 중외제약 초대 사장 및 회장 동상 | 안양시 현충탑 12(군,경,민)인 조각상 | 연세대 안 | 이과 병동 청파 기념관내 청파선생 흉상 | 한국은행 대구지점 | 수원시 롯데마트 천천점 | 썬스타 회장 흉상 | 도시개발공사 신대방지구 | 주택공사 동두천 송내 4 블록 | 미아동 경남아파트 | 수원시 롯데마트 천천점 | 성남시 분당동 백궁프라자 | 서울시 용비어천가 분수조각 | 양재동 하이브랜드 | 고양시 행신동 SK 아파트 | 안산시 대우 8차 푸르지오아파트 | 안양시 평촌동 키즈맘 센타 | 제천코아루 | 서울시 미아동 롯데백화점 | 거제 코아루 | 아산시 롯데캐슬 아파트 | 아산시GS 자이 아파트 | 아산시 STX애듀파크 | 서울시 삼성 레미안 | 천안시 3.1동립만세운동 인물군상 | 아산시 삼성트라펠리스 | 우성타워 | 서울시 두산위브 | 인천시 골든스카이 관문 | 유한대학교 유일한 박사 흉상 제작 | 문경시 점촌 문화의 거리 | 연세대학교 유일한 박사 흉상 제작

 

현재 | 한국미술협회 | 한국조각가협회 | 한국구상조각가회 | 홍익조각회 | 고양조각가협회회원

 

 
 

vol.20131009-박민섭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