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은 展

 

'스멀~스멀~'

 

스멀스멀 살갗 위로 올라오다_130x130cm_oil on canvas_2013

 

 

갤러리토스트

 

2013. 10. 5(토) ▶ 2013. 10. 22(화)

서울시 서초구 방배로42길 46, 3층 | T. 02-532-6460

Opening : 2013. 10. 5(토) PM 5:00

어린이 교육프로그램 “꼼지락 꼼지락” : 2013. 10. 17(목), 20(일) PM 3:00

 

 

face_20x28x21cm_mixed media_2013

 

 

갤러리토스트는 2013년 10월5일(토)부터 22일(화)까지 “스멀~스멀~” 김시은 개인전을 개최한다.

김시은(개명 전 이름: 김명화)은 그동안 ‘부끄러운 소녀’ 시리즈로 사회 속에 존재하며 느꼈던 피할 수 없는 남성 시선의 성폭력성에 관한 이야기를 발표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사회 속에서 타인과 뒤엉켜 살아가면서 표출해내지 못한 갖가지 감정의 잔여물들을 작품을 통해 터뜨린다. 몸 속에 억눌러진 감정의 잔여물들은 마치 벌레와도 같이 몸 속을 돌아다니고, 급기야 기분을 조종하기에 이른다고 작가는 말한다. 김시은에게 있어 작품은 감정의 표현인 동시에 그녀가 갖고 있는 정신적 외상에 대한 치유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쓰다가 버려지는 물감을 사용하여, 몸 밖으로 흘러나온 감정의 잔여물들이 사람을 감싼 형상이나 ‘감정벌레’가 되기 전의 유충의 모습을 표현해낸다.  150호 1점, 100호 2점 등 회화작품 12여 점과 새로운 시도로 작업을 표현하게 된 조각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아동미술 교육자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시은작가는, 전시 연계프로그램 ‘꼼지락 꼼지락 - 어린이 창작수업’을 진행한다.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허물고 더 진솔하게 자신의 감정을 맞부딪쳐오는 김시은의 작품을 통해 우리 안 깊은 곳에 숨겨둔 감정들을 만나고 함께 치유 받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

 

 -갤러리토스트

 

존재하기 위해 대중에게 그림을 던지다.         

 

                                         글/조재현

“집에는 거미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가끔 청소로 인해 기어 나오던 거미들이 내 몸에 오르는 것을 보고 발로 밟아 죽이면서 나는 벌레에 대한 혐오와 알 수 없는 깊은 곳의 꿈틀거리는 벌레가 내 몸에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 후 행복과 불안 등, 감정의 기복을 크게 느낄 때면 무언가 내 몸을 기어오르는 듯했다. 그리고 서서히 나의 트라우마가 되었다.”

고백으로부터 그녀의 작업은 시작된다. 그녀가 언급한 트라우마(Trauma) 즉, 정신적 외상은 현대인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일반명사 중 하나이다. 과거 정식적 병리현상으로 치료에 목적을 둔 의학용어로써 사용되었다면, 지금은 10살짜리 어린아이들도 심심치 않게 사용하는 일상적인 표현쯤으로 인식한다. 스펙터클 사회를 살아가는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새삼 씁쓸하다.

벌레에 대한 공포는 누구나 겪는 가벼운 노이로제 정도로 인식된다. 심각하다고 병원 가자며 호들갑을 떠는 사람이 병자 취급을 당할 판이다. 하지만 김시은은 벌레의 생김 또는 크기의 외적인 요인, 갑작스럽게 등장해서 놀람을 주는 일반적인 공포감이 아니라 거미가 몸을 기어오르는 순간의 느낌, 환경, 상황, 기억에 대한 공포이다. ‘벌레에 대한 공포증’이라는 일반적인 범주 안에 묶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일반화의 치명적인 오류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러한 일반화의 오류는 그녀의 작업세계에 대한 대중의 가혹한 일반화가 만나 김시은을 더욱 옥죄어 온다. 이는 추후 다시 언급하고 정신분석학적 기반을 통해 그녀의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먼저 말해야겠다.

김시은은 특정한 개체인 거미가 살갗을 타고 오르는 순간에 정신적 외상을 입고, 꿈틀거리는 벌레들에 대한 공포로 확대시키고, 더 나아가 몸에 항상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강박에 빠진다. 이 증상은 점점 심화되어 인간이 세상과 마주하며 피어 오르는 감정들을 겪는 순간, 몸에 무언가 기어가는 듯한 망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감정이 피어 오르다. 벌레가 기어 오르다. 언어적 치환의 과정, 즉 언어와 대상사물이 일치하지 않는 이 같은 현상은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무의식의 자기 표현 중 하나이며, 망상에 빠진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렇게 자칫 오해할 정도로 심각하게 김시은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그녀를 환자 취급하자는 것이 아니라 작업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함이며, 트라우마를 예술을 도구로 치유하려는 자기 승화의 이유 때문이다. 유아기의 억압된 욕동(欲動)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과정의 일환이 그녀의 작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스멀스멀 동화되다_34x12x14cm_mixed media_2013

 

 

프로이트의 접근법으로 말하자면 그녀는 ‘불안 히스테리(Angsthysterie)’를 앓고 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와 거세불안 즉, 유아기 때의 아버지에 대한 본능충동과 두려움이 사회적, 도덕적 억압에 의해 무의식의 공간에 남아 의식에 표출되는 것이 제한된다. 하지만 이러한 무의식의 욕동은 영원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억압을 뚫고 표출시키기 위한 다른 대체자를 찾아, 과거의 표상을 새로운 표상으로 바꿔 의식으로 탈출하길 시도한다. 김시은의 벌레공포증은 아버지에 대한 대체물로써, 불안감정의 대상으로 적합한 벌레를 찾아 아버지와 상응하는 위치에 들여 놓은 것이다. 이는 프로이트가 분석한 동물공포증(Tierphobie)과 그 쾌를 같이 한다.

이러한 정신분석학 사상을 기반으로 한 분석방법보다 현상으로써 이해하기 위한 예를 들어보자. 이 또한 프로이트의 경험을 빌려와서 설명해야겠다. 프로이트는 우연히 한 살 반된 아이에게서 두 가지 특이한 놀이행동을 발견하게 된다. 첫 번째 놀이행동으로 아이는 장난감과 같이 자기 손에 잡히는 작은 사물을 침대구석으로 집어 던져 눈에서 사라지게 만들고는 이내 다시 그 사물을 구석에서 꺼내는 행동을 반복한다. 또 다른 놀이행동으로 이번엔 실이 감긴 나무실패를 구석으로 던지고 손에 쥐고 있던 실의 끝자락을 잡아 당겨 구석에서 끌어낸다. 아이는 엄마의 부재 시, 필연적으로 혼자 남겨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놀이에서 사물이 사라지는 현상을 통해 자신과 동일시하고,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충격의 상황을 반복해서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훈련을 거듭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충격을 소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아이가 반복강박을 통해 충격에 익숙해지듯, 김시은은 수동적으로 받은 정신적 외상을 치유하기 위해, 자기 본능적 치유과정으로써 반복 그리기 행위를 하며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것이다. 아이가 구석을 향해 사물을 던지는 것처럼, 김시은은 대중을 향해 그림을 던진다. 사회적 인간의 혼탁한 감정들을 그림으로 분출하며 그녀의 내재된 충격, 경악, 불쾌의 흔적을 소산시키고 그 불쾌감정의 주인이 되려 한다. 작업할 때마다 상기되는 불쾌감정, 이를 통해 생겨나는 상시 불안은 갑작스런 벌레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충격에 대비하게 만들고(불안과 충격의 상관관계에 따라 불안은 충격의 강도를 상쇄시킨다), 고통의 치유를 목적으로 약을 복용하듯, 그리기를 통해 트라우마를 감소시킨다.

 

 

moment_162x130.3cm_oil on canvas

 

 

김시은은 그리기로 정신적 외상의 자기 치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적 승화과정으로.

보통 작가마다 고유한 색의 스펙트럼이 있는데 김시은의 색은 분명 레드이다. 과거의 작품들에서는 핑크와 레드의 조합으로 성적 메타포를, 신작 <스멀스멀 살갗위로 올라오다>는 블랙과 레드의 조합으로 피, 불, 공격, 위협, 증오, 고통, 분노, 흥분의 메타포이다. 물론 언어와 마찬가지로 색도 태어나면서 함께 배워나가고 색의 의미 자체가 깊숙이 내면화되어 마치 인간이 선험적으로 갖는 고유한 감정인 듯 여겨지는 것이 확실하지만, 피의 레드가 상징하는 감정은 선험적이라 인정해도 될 만큼 뚜렷한 특징을 갖는다. 인간이 피를 보는 경우는 고통과 잔인함을 수반하며, 또 다른 특별한 경우인 월경(月經)도 통증과 감정의 기복을 수반한다.

2009년 작 <예민해진 소녀>. 거대한 딸기가 가슴까지 상체를 뒤덮은 인간형상의 피규어는 무거운 머리를 지탱하듯 무릎 꿇은 채, 왼쪽을 향해 몸을 틀어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딸기에 묻혀 겨우 빼꼼 드러난 귀여운 여성의 얼굴은 적당히 입을 벌린 채, 상투적인 인형웃음을 지으며 정면을 응시한다. 무릎과 닿아 있는 바닥에는 짙은 붉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의 관음증적 시각. 페미니즘 이론가 로라 멀비(Laura Mulvey)는 그 유명한 논문 ‘시각적 쾌락과 내러티브 영화’(Visual Pleasure and Narrative Cinema, 1975)에서 현재 우리에게 쉽게 통용되고 있는 엿보기 심리 작용, 관음증(voyeurism)의 개념을 언급하며, 시선의 메커니즘으로 만들어진 영화 속 카메라 앵글이 상징하는 남성우월적 여성탐닉의 시선에 대해 비판한다.

여성성의 상징과일 딸기의 성적 메타포. 남성적 시선으로 상징되는 화면 정면을 피해 몸을 틀어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부끄러운 감정을 드러내는데 익숙해진 여성성. 딸기를 비집고 드러낸 하얗고 동그란 얼굴이 상징하는 여성의 성기. 세운 무릎 아래로 늘어진 검붉은 그림자는 하혈하는 여성 즉, 월경을 상징한다. 남성우월적 사회에서 약자의 틀에 갇혀, 여성성이라는 고정관념에 얽매여 살아 갈 수 밖에 없는 여성의 삶 즉, 본인의 삶을 상징화하고 있는 것이다.

 

 

스멀스멀 동화되어 가다_227.5x120cm_oil on canvas_2013

 

 

2009년 <부끄러운 소녀><예민해진 소녀> 연작에서 등장하는 ‘딸기를 뒤집어 쓴 피규어’가 작가 김시은 본인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은 연상이다. 한 사람의 성인으로써 사회에 내몰리며 처해진 내면의 불만, 욕망, 강박, 공포, 망상이 그림에 그대로 표출된다.

땅을 지지하는 두 덩어리의 하얀 유기체는 Y자 모양 새총을 거꾸로 세워놓은 듯 하나에서 둘로 갈리고, 끝이 인간의 발 모양을 하는 것으로 보아 사람의 하체인 것은 틀림없다. 이렇게 평생을 보아온 익숙한 하체를 시각으로 더듬고 증거를 찾은 후에야 확신에 이르는 이유는, 작품을 대면하자마자 두 눈에 엄습하는 검고 붉은 작은 덩어리들의 군락(群落) 때문이다. 무릎 꿇은 인간의 상체를 뒤덮고 있는 검붉은 작은 개체들의 집합은 독의 쐬기를 숨기고 있는 심해의 말미잘 군락과 같은 모습으로 다가가면 온몸에 독이 퍼질듯하여 움츠리게 만든다. 블랙과 레드의 조합은 공격성, 증오, 잔인함의 감정을 내포하고, 하얗게 드러난 하체와 극명하게 대비되어 더욱 진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군락에서 떨어져 나와 하얀 다리위로 점점 퍼져나가는 검붉은 개체들은 머지않아 온몸을 휘감을 듯하며, 왼쪽 발목에서 흐르는 피는 공포의 감정을 증폭시킨다.

확실한 형체를 가늠할 수 없는 유기체의 형상은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이끌고, 작은 개체들이 넘실대는 꼴 역시 적지 않은 불편함을 조장한다. 또한 블랙과 레드 컬러 대비의 공격적인 감정의 파도가 가슴을 파고든다. 주먹보다 조금 더 큰, 작은 사이즈의 조각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정이라 하기에 파괴력이 제법 강렬하다. 인간의 무의식에 갇힌 욕동이 대체자를 찾아 의식으로 탈출하려는 것처럼, 그리기 행위만으로 상쇄되지 않는 감정의 찌꺼기들을 해소하기 위해서 작가는 조각을 대체자로 선택한다. 자신과 동일시한 피규어 위에 한땀한땀 감정을 눌러 담는다. 진득거리는 물감의 흔적들은 쉽게 떨어져 나갈 것 같지 않다. 작가가 정신적 외상으로 고통 받는 바로 그 놈들이다. 이러한 감정의 파괴력은 조각을 그대로 확대해서 그려낸 회화와 병치 될 때, 환각에 취한 듯 강렬한 흥분과 마주하게 된다. 작품과 마주친 찰나의 감정의 메커니즘은 곧 병치된 조각과 회화의 한 쌍 조합이 이끄는 안정의 메커니즘에 이르게 되며, 잘 디자인 된 형상과 작은 개체들의 구성을 따라 시각의 유희와 탐닉을 허락하게 한다.

 

 

떨어져 나간 감정_oil on canvas_53x65cm_2012

 

 

이처럼 2013년 <스멀스멀 살갗위로 올라오다>와 연작은 물감덩어리로 가시화된 감정의 유기체에 집중한다. 감정의 소용돌이에 잠식당하기 직전,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마지막 몸부림. 전작들에서 딸기, 체리, 껌 등의 대상 뒤에 숨어 자신 없었던 피규어의 존재는 억압의 검열작용이 끊임없이 작용하는 결과로써의 표현이다. 억압이란 녀석은 이렇듯 욕동, 본능충동의 해소과정을 끊임없이 방해하는 요소인 것이다. 도덕적 양심, 이상(理想), 사회적 가치의 초자아(superego)는 욕망(id)이 표출되는 것을 항상 감시 억제하고 자아(ego)가 중도를 지키게 끔 타협하게 만드는 인간의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작 <스멀스멀> 시리즈는 그 동안 작가 김시은의 성격처럼 조심스럽게 타 오브제에 기대어 내비췄던 감정을 폭발시켜, 감정의 가시화를 극대화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라고 과감하게 밀어 부친다. 필수불가결하게 정신적 외상의 자가치유적 투약 수단으로 삼았던 예술행동이 계속되는 불경기의 악재로 인해 한계상황에 봉착하고, 자신이 선택한 작품의 방향과 다른 범주에서 해석되는 상황의 부작용에 대한 발작이다.

딸기 작가. 딸기를 소재로 한 전형적인 팝아트 작가.

다양한 가치의 폭을 인정하고 해석하려 노력하기보다 (단지 그들이 해석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아주 쉽게 일반화된 틀에 가두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의 본능은 대상을 하나의 가치 굴레에 담아 변화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한번 사람들 인식의 통발 속에 갇히게 되면 돌이키기 힘들다. 발버둥 칠수록 자기 몸에 생채기만 남길 뿐. 이러한 현상의 모순은 작가 스스로도 그 틀에 얽매이게 만들어 변화를 두려워하고 통발 속 현실에 만족하며 살다가 짧은 수명을 맞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기존의 작업들은 의도적으로 딸기가 갖는 상징성에 감정을 싣고 작가 본인이 해소하고자 하는 욕동, 두려움 그리고 인간이 갖는 감정의 스펙트럼 중 특히 성적인 관념이 조장하는 감정의 불순물들을 그림에 대치시켰다. 이는 작가 무의식 층위에 있는 욕동의 전부를 표출하기에 두려움을 느낀 것으로 볼 수 있다. 욕망 분출에 대한 억압이 끊임없이 작용했기 때문에 그 본질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생각과 감정을 전위(全委)시키기에는 딸기라는 오브제가 겉으로 드러내는 이미지의 권위가 너무 셌다. 바로 말하면, 관람자들도 그 너머를 바라볼 의식의 아량이 부족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관람객과 무의식의 동일화가 이뤄지기 힘들었으며, 오해의 여지는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번지게 되었다. 그러한 스트레스는 그녀의 외상을 더욱 심화시켰으리라. 하지만 슬프고도 다행인 것은 몸에 생채기가 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틀을 깨려 부단히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 고통의 시간들이 신작들에서는 확연히 드러난다.

 

 

불안한 유충_30x97cm_oil on canvas_2012

 

 

<스멀스멀 살갗위로 올라오다>와 그 연작은 그 동안 작가가 해왔던 작업에서 두 가지 큰 변화를 시도한다. 첫째, 대체물에 의지해왔던 감정을 솔직히 드러냈다. 오돌토돌 한 감정의 돌기들이 대체물들을 깨고 자기반응을 시작한다. 정신이라는 것은 정신지형학적 측면에서 신체 어느 곳에 위치하고 있던지 정신과 관련된 것으로 해부학적으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하지만 김시은은 정신작용의 감정, 욕망, 불안의 존재와 분출을 가시화 하기 위해 해부학적인 전이를 실험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 신체의 전면을 뒤덮는 감정의 개체들이 스멀스멀 살갗을 뚫고 표출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또한 컬러 조합을 통해 그 감정의 실체를 더욱 확연히 드러낸다. 둘째, 조각과 회화의 대위법이라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시도한다. 우리가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는 것처럼 작가도 작업의 한계에 빠질 수 있다. 김시은은 모든 억압의 대상으로부터 벗어나려 했다. 한계와 범주를 부수고 예술혼을 최대한 끌어 올릴 수 있는 심적 환경을 구축하고 치열하지만 자유로운, 내려놓고 다시 올려놓는, 작고 큰, 모이고 흩어지는, 마치 파도가 강하게 밀려 들어왔다가 평평한 모래사장을 남기고 물러나는 것처럼 강약 조절을 하며 예술적 자유혼의 여유를 찾으려 한다. 또한 작은 개체가 확대됐을 때의 공포감(현미경을 통해 바라본 거대한 벼룩처럼), 미지의 세상이 가시화될 때의 호기심과 두려움의 대비를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실험한다. 다층감정의 상관적 심상변화와 작가, 대중과의 상관관계를 실험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정체현상에 봉착한 대다수의 작가의 작업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은 되려 불편하기만 하다. 김시은은 진통제에 취해 강제적 안정을 취하는 것보다 생생한 날것의 고통, 불안정을 택했다. 너무나 유명해서 설명이 필요 없는 영화 매트릭스(Matrix)의 주인공 네오(Neo)가 빨간약을 선택한 것처럼 김시은도 레드 컬러와 함께 변화를 선택했다. 실재 현실에 적응하려 애쓰는 네오처럼 김시은의 작업에선 치열함이 느껴진다. 이미지의 세상과 흥미로운 대결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이제 우리는 작가 김시은이 던지는 그림을 받을 때이다.

 

 

moment_130x97cm_oil on canvas_2013

 

 

작가노트

나의 작업은 감정의 잔여물에 관한 이야기이며, 다양한 소재를 이용하여 표현되고 있다.

감정에 대한 관심은 어린 시절 살았던 집에서 시작된다. 집에는 거미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가끔 청소로 인해 기어 나오던 거미들이 내 몸에 오르는 것을 보고 발로 밟아 죽이면서 나는 벌레에 대한 혐오와 알 수 없는 깊은 곳의 꿈틀거리는 벌레가 내 몸에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 후 행복과 불안 등, 감정의 기복을 크게 느낄 때면 무언가 내 몸을 기어오르는 듯했다. 그리고 서서히 나의 트라우마가 되었다. 이러한 감정은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우연적 상황을 통해 불현듯 떠올라 나를 괴롭혔고 작업으로 표현되기 시작하였다.

작품 ‘부끄러운 소녀’ 시리즈는 사회 속에 존재하는,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시선의 폭력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관객은 최대한 눈길을 끌게 조작된 이미지를 통해 이끌리게 되며, 윤리관과 시각적 끌림의 본능이라는 두 가지의 상반된 선택에 대하여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는 모순을 경험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피규어의 몸은 성기가 존재하지 않은 중성화된 형태인데 이러한 몸에 딸기가 덮어져서 부끄러움 이라는 감정을 성적이미지로 극대화시켰다. 이렇게 표현된 ‘부끄러운 소녀’ 시리즈는 눈길을 끄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동시에 사회 속 남성의 성적폭력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하고 있다. 이 작업을 하면서 과거의 벌레에 대한 끌림과 혐오감이라는 상반된 감정은 다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사회 속에서 뒤엉켜 살아가면서 나의 몸과 마음은 서로 다른 개체가 되어 움직이기 시작한다. 표출해내지 못한 감정의 잔여물들은 벌레같이 내 몸을 돌아 다녔고 나의 기분을 조종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마음속에서 생산되어진 감정들은 쌓여가면서 변화해간다. 변화된 잔여물들은 몸 밖으로 흘러나와 사람을 감싸고 감정벌레가 되기 전의 유충이 되어 표현되기도 한다. 나는 쌓여진 감정의 잔여물을 쓰다가 버려지는 물감으로 표현하였다. 이는 사람들이 껌을 씹고 뱉어 내는 형태와 침을 뱉고, 음식물을 게워내고, 다른 곳에서 배설물을 배출하는 형태에서 착안하였다.     

글/ 김시은

 

 

 
 

■ 김시은

 

대진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서양화전공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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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31005-김시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