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유경 展

ki yoo kyung

 

- Thanks giving -

 

Thanks giving_Oriental colors on paper_2013

 

 

이화아트 센타

 

2013. 9. 30(월) ▶ 2013. 10. 5(토)

Opening 2013. 9. 30(월) pm6.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11-1 이화여대 조형예술관 A동 2층 | T.02-3277-2482

 

 

Thanks giving_102x97cm_Oriental colors on paper_2013

 

 

안온한 감성과 소박한 정서의 서정적 화면

 

 

김상철(동덕여대 교수. 미술평론)

작가 기유경의 작업은 곡식이나 과일 등의 씨앗을 소재로 하고 있다. 작고 유사한 형태의 알갱이들이 반복적으로 화면을 매우고 있는 작가의 작업은 다분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병열과 나열을 통해 전해지는 감성이 다분히 안온하며 서정적인 감상을 전해 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극히 일상적인 사물을 통해 이러한 감성을 이끌어 낼 수 있음은 당연히 작가의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에 기인한 것일 것이다. 이에 이르면 작가가 취한 씨앗이나 열매는 이미 일상의 평범한 객관적 사물이 아니라 작가의 주관적 의지에 의해 작가의 의지와 사유를 대변하는 의미 있는 객체로 변환된다.

 

 

 주지하듯이 씨앗이나 열매는 생명의 근원이다. 사실 씨앗이나 열매는 대단히 연약하고 미미한 존재로 인식되게 마련이지만 이들은 그 속에 이미 모든 생명의 단서들을 내재하고 있는 작은 우주의 실체이기도 하다. 또 그것은 우리가 기억할 수 없는 시간의 저편에서부터 이어진 엄숙한 순환의 역사를 수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가 굳이 이러한 씨앗이나 열매를 소재로 취한 것은 당연히 그것이 지니고 있는 생명의 언어에 귀 기울임이며, 이를 통해 인간의 삶과 그 의미에 대한 성찰을 표출해 보고자 함이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살아 있는 유기체에서 공간을 구성하는 시각적 요소를 취하고자 한 바이오모픽 아트(Biomorphic Art)와의 연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바이오모픽 아트가 인간이나 생명을 가진 유기체, 또는 그와 관련된 신화 등에서 추상적 포름(forme)을 구하고자 하였던 것에 반하여 작가는 포름의 추상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분히 구상적이고 서정적인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 대상이 지니고 있는 생명이라는 본질에 집중하고 있음이 근본적인 차이라 할 것이다.

 

 

Thanks giving_117x89cm_Oriental colors on paper_2012

 

 

유사한 형태를 지닌 곡식들이 축적되고, 같은 종류의 과일이나 열매들의 군집을 통해 이루어지는 조형 방식은 일단 작가의 주관이나 사유를 드러내지 않는 나열과 병치라는 극히 원초적인 조형 방식을 취하고 있다. 유사한 형태의 곡식 알갱이들이 반복되고 중첩되며 이루어내는 조형적 구조는 비록 단순하지만, 씨눈과 같은 작은 생태적 특징들의 섬세한 묘사등을 통해 전해지는 시각적 이미지는 마치 잔잔하고 조용한 음악과도 같은 서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시각적 이미지는 이내 청각적 리듬으로 변환되며, 마침내 은근하고 그윽한 문학적 서정으로 수렴된다. 그것은 섬세한 감수성을 통해 포착된 대단히 소박하고 여리며 정적인 것이다. 화면에서 파생되는 일정한 운율과 리듬을 통해 전해지는 내밀한 메시지는 특유의 시적 감수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서정성들을 여하히 읽어낼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화면을 마주하는 이의 몫일 것이다.

 

작가는 대상을 곡식이나 열매를 생명 유지의 수단인 음식으로 인식하지 않고 생명현상으로 확장하여 이해하고 그것에 귀 기울임으로써 전체로서의 조화와 개개의 개성의 문제를 새삼 사유케 한다. 이는 소재주의에 대한 경계와 형식주의에 대한 작가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며, 그 결과가 바로 안온한 서정의 섬세한 감성으로 표출되고 있는 셈이다.

 

 

木火土金水_162x198cm_Oriental colors on paper_2013_좌

木火土金水_162.5x198cm_Oriental colors on paper_2013_우

 

 

형식으로 채색화의 전형을 취하고 있는 작가의 화면은 안정적인 색채의 운용이 두드러진다. 이는 채색화가 응당 지녀야 할 기본적인 조건인 동시에 가장 핵심적인 조건이기도 하다. 색채의 안정은 재료의 사용이라는 기능적인 면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작가의 직관에 의해 가늠되는 미묘한 색조의 운용과 조화에 있다. 특히 물을 매개로 하는 동양 채색화의 경우 물의 기능적 운용은 종종 색채의 안정성에 관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면에서 본다면 작가의 화면은 일단 반복적인 색채의 운용을 통해 확보된 은근하고 부드러운 색감을 침잠하는 깊이로 수용해 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단순하고 반복적인 형태를 지닌 대상을 효과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공간의 적절한 운용을 통한 대비와 조화는 화면의 구성과 조형이라는 면에서 긍정될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작가의 작업은 대상에 대한 분명한 해석과 재료에 대한 안정적인 운용을 통해 무리 없는 화면을 선보이고 있다. 대상에 대한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부분만을 취하고 이에 성실히 접근하고자 하는 진지하고 소박한 의지 역시 평가 받아야 할 대목일 것이다. 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소재를 통해 생명, 혹은 획일적 가치에 의해 가늠되는 현대인들의 삶에 대한 성찰에 접근할 수 있는 사유를 개진하고 있다는 점 역시 흥미로운 것이다.

 

 

Thanks giving_112x145cm_Oriental colors on paper_2012

 

 

 열매 이야기

 

행복은 추구하고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귀하고

빛나지는 않지만 소중한 열매들.

그 열매들이 가진 단단함, 자연스러운 응집력, 다채로운 색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습니다.

가까이 있었는데도 무심히 지나쳤던 열매들을 가만히 드려다 볼 수 있었고 감탄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마음을 담은 제 그림에서 생명의 환희와 긍정의 에너지를 받아 가시기를 바래봅니다.

 

열매들은 생존을 위해 끈질기게 버텨내면서 다양한 형태로 자라납니다.

그래서 그 소재로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열매들을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들이 가진 장점을 더 부각시킴으로써 무한한 조형의 세계를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다양한 외형과 그 안에서 발견되는 질서와 조화,

그 열매들과 함께 하면서 생명의 존귀함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고, 순환하는 생명의 의미를 살펴볼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들려주고 있는 자연의 언어..

우리가 눈을 열어 자연이 주는 생명력과 질서를 발견할 수 있다면 지금 머무는 이 세상 모든 존재들이 새롭게 다가올 것입니다

너무 낯익어서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볼 수 있는 새로운 촉수를 만들어 줄 수 있기를,

그래서 무덤덤하기 쉬운 일상을 다양하게 일깨우는 일이 제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 하기를 바래봅니다.

 

 

power of color_162x390cm_Oriental colors on paper_2012

 

 

The Line_130x130cm_Oriental colors on paper_2013

 

 

Thanks giving_65x130cm_Oriental colors on paper_2013

 

 
 

 

 
 

vol.20130930-기유경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