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포스 healing 특별기획전

 

이슬기 展

 

Green utopia :  I love broccoli

 

green utopia 80cm x 130cm  oil on canvas 2013

 

 

갤러리 포스

 

2013. 9. 3(화) ▶ 2013. 9. 30(월)

opening reception: 2013. 9. 3(화)오후 5시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80-3번지 4층 | T.02-543-1118

 

 

green utopia 50m x 100cm oil on canvas 2013

 

 

갤러리 포스는 고갈된 현대인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특별기획전을 마련하였다. 브로컬리를 그리는 작가 이슬기는 브로컬리와 오이, 양파 와 같은 채소들을 구성한 새로운 자연을 선보인다. 신선한 채소들의 향연으로 만들어진 또 다른 자연은 산과 바다와 강을 이루고 있다. 인간은 개미만큼 작아져 거대한 브로컬리 나무와 산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슬기가 보여주는 동화와 같은 꿈꾸는 자연은 물질문명으로 피폐해진 인간의 정서를 환기시켜 주고 화석화된 몸과 마음에 신선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이슬기 작가의 기획전을 통하여 생명력으로 풍부한 아름다운 초록 세상을 우리 모두가 함께 들어가 치유, 힐링의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

■gallery pos

 

 

 

green utopia 60.5cm x 91cm  oil on canvas 2013

 

 

꿈꾸는 브로콜리 & 초록 판타지아

 

 

박옥생, 미술평론, 박옥생미술연구소 소장

1. 개미만큼 작아지는, 동화 속 세상

어느 자료에서 수박, 멜론 형상의 마을을 만드는 모습이 소개되었다. 그 둥근 지붕을 이고 작은 문을 들어가면 호빗족의 난쟁이 집처럼 화장실과 침대가 아담하게 들어서 있다. 마을이 수박이며, 멜론이며 온통 과일들로 가득 찼다. 동화나라, 희망세상으로 향하는 메마른 인간을 위한 구원의 치유 프로젝트였다. 그 마을에서 살면 나는 수박이고 멜론이고 과일일까. 상큼한 과일향이 풍기는 행복한 동화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 했다.

이슬기의 작품 또한 식물성으로 가득 찬 신비한 세상을 보여준다. 브로콜리, 오이, 고추, 파와 같은 야채들은 나무가 되고 숲이 되고 산이 된다. 그 사이로 물이 흐르고 그늘이 생기며, 우리가 보지 못한 작은 나라이면서 또한 끝이 보이지 않는 영원한 세계가 펼쳐진다. 푸르른 자연, 모든 것이 먹을 수 있는 이 싱그러운 세상은 놀라움과 설레임과 경이로움이 공존한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서 피라미가 대붕(大鵬)이 되는 상상력의 경지처럼, 대(大)와 소(小)의 인식의 전환과 사고의 확장과 전복(顚覆)을 보여준다. 즉, 식물성으로 가득한 초 특급 환상이다.

이 상큼하고 싱그러운 세상의 인간은 브로콜리 보다 작아져야 하지 않을까. 작가의 화면에선 호호 아줌마와 같은 개미만큼 작아진 인간들이 커져버린 세상에로의 모험이 시작되는 것이다. 나무가 되어 우뚝 선 브로콜리 아래 고추, 파가 숲이 되어버린 곳에 모험의 문을 활짝 열어둔다. 초록 세상의 인간은 혹시 푸른색의 스머프는 아닐까. 호호아줌마, 스머프, 가가 멜, 그러고 보면 이슬기는 우리가 그 동안 꿈꾸어 온 동화 속 세계를 보여주는데 성공한 듯 싶다. 작가가 일구는 세상은 걸리버 여행기에서의 걸리버화(gulliverisation)처럼, 자아와 대상의 전치가 이루어지는 끊임없이 신화 속에 등장하는 난쟁이 몽상이라 할 수 있다. 엄지공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모두 극대와 극소의 난쟁이 몽상이 일궈낸 이야기 들인 것이다. 작가의 화면은 이러한 우리의 몽상을 자극하며 무한한 꿈의 세계로 끌고 간다.

 

 

green utopia 72.5cm x 91cm  oil on canvas 2013

 

 

2. 꿈꾸는 브로콜리

사실, 이슬기가 보여주는 세상은 수분으로 가득 젖어 있는 몽환적인 꿈속의 세상, 꿈꾸는 상태의 그 환상을 보여준다. 그의 꿈속의 세상은 현실에서는 이루어 질 수 없는 모든 일들이 가능한 곳이다. 그러고 보면 작가의 화면은 브로콜리의 숲, 호수, 산 이 모든 것들이 깊은 잠을 자고 있는 듯, 꿈을 꾸는 듯 고요하고 깊다. 어쩌면 이들은 저 깊은 몽상의 숲으로 빠져들어 가 기억도 할 수 없는 태고의 신비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는 작가가 빠져든 몽상의 상태일 수도 있으며, 자신의 내면을 헤집고 나오는 아득한 풍경일지도 모르겠다. 세상 너머에 존재하는 푸른 식물냄새가 풍겨져 나오는 이 건강한 화면에서 몽환의 신비와 오래고 오래된 신화의 생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환상성(fantasy)에 관한 논의는 프로이트(Sigmund Freud)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환상은 욕망(慾望, desire)과 연관된 것으로, 욕망이란 현실세계의 결여된 것의 추구이며, 환상은 그러한 욕망의 추구에 대한 상상적인 해결을 의미한다고 한다. 따라서 욕망과 환상이 강하게 뒤섞일수록 현실과 가상 세계 사이의 경계는 그 만큼 뚜렷하게 드러난다고 하겠다. 정신분석학에서의 환상과 욕망은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행위들이며, 현실은 그것으로부터 억압된 대립된 의식의 영역에 존재하는 것이라 한다.

따라서 현실세계의 다양한 식물성의 야채들은 작가의 무의식 속에 숨 쉬는 작가의 욕망이 투영된 또 다른 자아로서의 자연으로 볼 수 있다. 어쩌면 맑은 물, 푸른 자연은 작가가 목말라 하는 현대문명의 잃어버린 생명성일 것이며, 메마른 도시의 삭막함 속에서 꿈꾸는 꿈과 희망을 주는 건강한 청량제일 것이다. 또한 이는 생명성이 차단된 물질문명에 관한 이슬기의 반성과 비판의 시선이기도 하다. 풍부한 생명으로 뒤덮인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자연이 주는 지극한 행복에 관한 강조이며, 생명의 씨앗을 주고 자라나게 하는 범 우주적인 힘과 신비에 관한 환기(喚起)인 것이다. 즉, 이슬기의 화면은 인간을 위로하고 인간을 교감하게 하는 최적화된 이상화된 세계이다.

 

 

green utopia 91cmx60.5cm  oil on canvas 2013

 

 

3. 자연, 그것은 영원한 고향

우리는 자연이 스스로 그러하며 작위하지 않은, 인간이 본받아야 할 이상화된 본성을 갖고 있는 대상으로 보았다. 또한 중국 한대(漢代) 이후 하늘과 땅,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천인합일(天人合一), 자연합일(自然合一) 사상의 그 기틀을 마련하였다. 따라서 자연은 인간이 돌아가야 할 대상이며 목표였음을 알 수 있다. 종교에서 말하는 사랑, 자비, 깨달음과 같은 표현은 풍부한 생명성의 복귀, 회귀를 그 본질로 갖는 정신적인 바탕의 다른 표현인 것이다. 이러한 생명력이 단절되거나 파괴되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회복하기 위한 처절한 역사의 궤적들을 남기곤 하는데, 이처럼 자연은 인간이 교감해야 할 세계임과 동시에 우리의 생명을 쥐고 있는 들숨과 날숨의 영원한 고향이며 원천으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이슬기가 보여주는 초록빛 늘 푸른 세상은 인간에게 식물성으로 가득 찬, 고운 비를 내려주는 위안과 휴식을 위한 선물이다. 어쩌면 이곳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비밀의 정원이나 이상향의 아르카디아 일 수도 있다. 이 풍부한 생명과 환상이 깃든 곳의 깊은 곳에 발을 디디고 그 향기를 느끼는 것은 일종의 묘약과도 같은 안락이며 기쁨이고 위안일 것이다. 심리학자 W. 제임스(William James)에 의하면, 상상력은 경험세계의 이미지를 소재로 하여 그 경험세계와는 다른 새로운 세계를 구성하는 능력, 시공을 넘어서는 새로운 의미세계를 구성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이슬기는 우리 주변에 평범하게 접하는 채소와 야채들을 결합하고 구성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인류의 치유와 구원을 알리는 영원의 세계를 완성하였다. 이는 작가의 상큼한 상상력이 일구어낸 성과일 것이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회화의 주제에 방향성을 제시하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브로콜리 숲속은 가을이 오지 않는 늘 푸른 세상이겠다. 약수(藥水)가 흐르고 몸에 좋은 브로콜리가 열리는, 시간이 멈춘 영원한 그곳 말이다. ■

 

 

green utopia 112cm x 194cm  oil on canvas 2013

 

 

green utopia 120cm x 70cm  oil on canvas 2013

 

 

이슬기는 대구대학교 조형예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2012년 서울 daum art gallery 초대전과 인천 구올담 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2012년 서울 소마미술관의 만화로 보는 세상전과 2010년 (재)한원미술관의 은유의 유토피아전, 2010년 조선화랑의 새로운 비전 등 중요한 다수의 그룹전을 개최한 바 있다.

 

 
 

 

 
 

vol.20130903-이슬기展